"밤마다 모기 잡느라고 사투를 벌입니다. 귀에서 앵앵거리니까 품 안에 모기퇴치제를 안고 자요."
서울 관악구에 사는 직장인 박모(29)씨는 최근 밤마다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모기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 박씨는 한 마리를 잡으면, 또 다른 모기가 귓전에서 앵앵거려 수면에도 지장이 생겼다고 토로했다. 박씨는 "11월인데 모기랑 싸우고 있다는 게 너무 어이없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최모(32)씨도 침대 옆에 물티슈를 두고 잔다고 한다. 밤마다 손으로 모기를 잡은 후 묻어나온 피를 닦기 위해서다. 최씨는 "9월에도 '10월만 되면 모기가 없어지겠지' 했는데 아직도 모기랑 싸우고 있다"라며 "최근 사흘간 방에서 잡은 모기만 스무마리는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가을의 끝자락인 11월에도 기승을 부리는 모기에 시민들이 밤잠을 설치고 있다. 따뜻한 남서풍이 유입돼 이례적으로 포근한 날씨가 이어진 게 원인으로,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기온이 오르며 '가을 모기'가 점차 일상이 될 거란 우려가 나온다.
3일 서울시에 따르면, 관내 디지털 모기 측정기(DMS) 51개를 통해 채집한 모기 수는 지난달 둘째 주 기준 총 933마리다. 9월 마지막 주(607마리)보다 약 1.5배, 지난해 같은 기간(357마리)과 비교하면 2.6배 가량 폭증한 것이다.
특히 낮 평균 기온이 13도 이하로 내려가야 활동을 멈추는 모기는 가을철에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8월 1872마리였던 모기 수는 가을철에 접어든 9월 2177마리로 오히려 늘어났고 10월엔 2209마리로 증가했다.
가을 끝 무렵에 접어든 11월에도 모기가 기승을 부리는 데에는 포근한 날씨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기상청에 따르면, 실제 입동을 엿새 앞둔 전날(2일) 낮 최고기온은 23~29도로 평년(15~19도)보다 6~10도가량 높게 올랐다. 서울 등 내륙과 동해안을 중심으로는 11월 일 최고기온 극값을 경신한 곳이 많았다.
2일 오후 4시 기준 경주는 최고기온이 29.4도까지 올랐고 강릉은 29.1도, 울진 28.5도, 순천 28.3도 등 전국 곳곳이 관측 이래 가장 더운 11월 기온 분포를 보였다.
이날도 낮 최고기온은 19~26도를 오르내릴 전망이다. 주요 지역 낮 최고기온은 서울 21도, 인천 21도, 수원 21도, 춘천 19도, 강릉 24도, 청주 24도, 대전 24도, 전주 24도, 광주 25도, 대구 25도, 부산 24도, 제주 26도다.
기상청은 이례적인 '포근한 가을' 날씨의 원인을 찬 공기가 남하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따뜻한 남서풍이 유입됐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날 수시 예보 브리핑에서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북쪽에 위치한 찬 공기들이 남하하지 못하는 구조를 보이고 있다"며 "그런 상황에 우리나라 남쪽에 위치한 고기압 가장자리를 타고 따뜻한 공기가 유입되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기온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가을철 최저기온이 올라가며 모기의 활동 기간이 길어진 점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기후 이상에 대해 분석할 때 중요한 것 중 하나가 계절별 낮은 온도가 얼마나 높아졌는가이다"라며 "그런데 11월인데도 최저기온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부분은 지구 온난화의 한 측면이라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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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이처럼 기온이 계속 높아지다 보니 모기가 활동할 수 있는 기간도 길어지고, 모기 외에도 해충들의 피해도 커지는 것"이라고 했다.
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