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부천시 원미구 중동 일대. 듬직한 로봇 두 대가 순찰을 돈다. 주변을 지나는 행인들과 함께 보행로를 오가며 긴급 상황은 없는지 꼼꼼히 살핀다. 경찰청이 최근 순찰로봇 스타트업 도구공간과 함께 시범 운영을 시작한 현장 이야기다.
폐쇄회로(CC) TV가 인류의 안전을 지킨 지 80년이 흘렀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은 로켓 발사 장면을 실시간 모니터링으로 관찰하기 위해 CCTV를 처음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산업과 공공장소 보안 감시 분야로 점차 보급됐고,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이 결합돼 지능형 감시 시스템으로 발전하고 있다.
다만 CCTV는 어쩔 수 없는 사각지대가 늘 존재했다. 정해진 지점을 벗어나거나 외부 요인에 의해 화면이 가려지면 피사체를 놓치는 일이 일쑤였다. 최근 산업 현장이나 공공 영역에서 순찰 로봇이 관심을 받고 있는 이유다.
경찰도 사회 안전망 강화를 위해 로봇을 적극 활용하고 나섰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KIRIA)에서 실시하는 ‘서비스로봇 실증사업’ 사회안전 분야에 주관기관으로 참여해 순찰 업무에 로봇을 투입해보기로 했다. 기존 2인 1조 순찰 업무를 경찰 1명과 로봇 1대로 대체하는 것이 목적이다.
참여기관인 도구공간은 2017년 설립된 자율주행로봇 전문 스타트업이다. 2019년부터 순찰로봇 분야에 매진해 실내용 ‘이로이’와 야외용 ‘패트로버’를 개발했고, 전국 50여 곳에서 순찰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이번 실증 사업에는 야외용인 패트로버 2대가 중동·계남지구대 순찰 업무에 투입됐다.
패트로버는 실외 보안에 특화된 자율주행 순찰 로봇이다. 계절과 무관하게 공원이나 시가지, 발전소와 같은 산업현장을 오가며 안전과 보안을 살핀다. 악천후 등 혹독한 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는 외장과 부품들로 제작된 것이 특징이다. 실외이동로봇 운행안전인증과 방수방진 IP55 등급을 갖췄다.
이 로봇은 3D 라이다 센서로 반경 50m 거리를 3차원으로 스캔해 공간을 파악한다. 전후좌우 4개의 카메라와 화재 감지 센서, 열화상 카메라를 장착했다. 고출력 스피커와 전후좌우 고감도 마이크도 탑재했다. 멀리서 들려오는 비명 소리나 뒤에서 다가오는 침입자도 인식한다. 이 밖에도 앞뒤 2D 라이다 센서, 14개의 초음파 센서 등으로 주행 안정성을 높였다.
순찰에 특화된 보안 인공지능(AI) 기능도 돋보였다. 화재나 가스를 감지하고 미리 경고해주거나 직접 소화기를 분사해 초기 대응할 수도 있고, 쓰러진 사람이나 비명을 인지하고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 길을 잃어버린 아이나 노인을 찾아 경찰에 알리거나, 인구 밀집을 인식해 경고를 보내는 기능도 수행 가능하다. 로봇 자체적인 환경 인지 기능으로 대응 시간에 공백을 줄일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도구공간은 ▲경찰관 추종 주행 모듈 ▲순찰 AI 이벤트 현장 알림 시스템 ▲영상 데이터 저장 및 백업 시스템을 추가로 개발해 적용하는 등 경찰 순찰에 최적화된 맞춤형 로봇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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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담당자는 “경찰관이 직접 로봇을 사용하면서 효용성을 검토하고 향후 다양한 로봇 도입을 위한 데이터 축적 및 신기술, 필요 기능 등 보완사항을 파악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첨단화된 다양한 기술을 순찰 임무에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도구공간 측은 “높은 인건비와 노동력 감소로 전통적인 인력 기반 물리보안 시장에 한계가 있다. 로봇이 순찰 인력의 불안정 공급 문제를 해결하고 신속한 대응과 정확한 이력 관리를 가능하게 도울 것”이라며 “앞으로도 공공 분야에서 로봇 기술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