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가 택한 로봇 손, 600만번 작동 보증"

[신나는 로봇세상] ㊼ 김영진 테솔로 대표 인터뷰

디지털경제입력 :2024/11/04 16:56    수정: 2024/11/04 17:34

로봇에 손을 달면 사람처럼 많은 작업을 할 수 있겠죠. 다만 아직까지 산업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쓸 만큼 신뢰성 높은 제품이 많지 않았어요. 가격도 너무 비쌌고요.

김영진 테솔로 대표는 최근 ‘2024 로보월드’에서 만난 기자에게 관절형 로봇 손을 대중적으로 보급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협동로봇이 산업 현장을 넘어 일상 서비스 영역까지 점차 보급되고 있지만, 로봇이 어떤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느냐는 결국 최종 부착물인 ‘엔드 이펙터’에 달려 있다. 물건을 잡아 옮기는 집게 형태가 될 수도 있고, 카메라나 용접기를 부착해 쓸 수도 있다.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집게 형태는 아직까지 단순한 형태만 지원했다. 인형뽑기 기계에 달린 집게처럼 여닫는 움직임으로만 사물을 다뤄왔기 때문에, 비정형 부품을 잡거나 복잡한 행동을 시키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산업 현장에서 복잡한 그리퍼를 쓰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부족한 신뢰성 때문이었다. 로봇의 수 많은 관절 중 한두 개만 고장 나더라도 라인을 멈춰야 하는 경우가 생기기에, 단순한 형태의 검증된 그리퍼만을 쓸 수밖에 없었다. 로봇 팔과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기술이 발달할수록 손 기술 개발과 상용화도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유다.

김영진 테솔로 대표 (사진=지디넷코리아 신영빈 기자)

■ "삼성·LG가 택한 로봇손…600만번 작동 보증"

테솔로는 다양한 로봇 그리퍼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 스쿨에서 로보틱스 및 가상공학을 전공한 김 대표가 2019년 설립했다. 현재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LG전자 선행기술연구소 등 전자·자동차·물류 등 업체를 대상으로 로봇 그리퍼와 이를 활용한 솔루션 모델을 제공하고 있다.

주력 제품은 세 손가락을 가진 그리퍼 ‘DG-3F’다. 손가락 하나에 4개의 관절을 넣어 유연하게 움직이도록 설계했다. 1kg짜리 그리퍼로 최대 10kg의 물체를 파지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 그리퍼는 대개 연구기관에서 구입해서 쓰는 경우가 많아, 품질 보증에 대한 기준치가 그리 높지 않았다”며 “로봇 손 상용화를 위해서는 협동로봇처럼 산업 현장을 타겟으로 두고 신뢰성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테솔로 인간형 3지 그리퍼 'DG-3F' (사진=테솔로)

이어 “저희 제품은 자체적으로 300만 번 이상의 테스트를 완료했고, 최대 600만 번까지 사이클 타임을 보증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목표”며 “여기에 필요한 기어와 드라이버 설계부터 관절의 구성·배치, 라인의 패스나 이를 구성하는 방식까지 요소 기술을 검토하고 개선해나가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로봇이 10초에 한 번씩, 1년 동안 쉬지 않고 움직이면 약 315만 회 동작한다. 이만큼 쉬지 않고 돌아가는 공장은 드물겠지만, 테솔로는 이런 경우에도 1년 동안 문제없이 작동하는 품질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세계적으로 로봇 그리퍼를 만드는 업체들도 늘어나고 있다. 덴마크 온로봇과 같이 정형화된 형태의 그리퍼를 만드는 이들과, 영국 쉐도우로봇처럼 선행 제품으로 새로운 시도에 나서는 두 부류가 있다. 테솔로는 앞으로 더 커질 시장을 목표로 선행된 제품을 만들면서, 근본적으로 품질도 우수한 제품을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로봇 구성요소 판매를 위한 별도 인증은 아직 없다. 테솔로는 DG-3F에 유럽 CE 인증과 미연방통신위원회(FCC) 인증을 받아뒀다. 전문 평가기관에 요청해 자유도와 페이로드에 관한 기초적인 인증도 마친 상태다.

테솔로가 SFAW 2024서 테크맨로봇·블럭나인과 함께 선보인 조립 자동화 솔루션 (사진=테솔로)

■ "사용성·가격 개선 고민…시장 곧 열릴 것"

로봇 손을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일에도 몰두하고 있었다. 로봇 팔보다 많은 관절을 용이하게 이용할 수 있게 ‘잡아, 돌려, 끼워’와 같은 명령에 따라 동작을 구현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강한 하드웨어를 만드는 일만큼 활용성을 높여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손은 결국 조작하거나 피킹하기 위해 있는 제품인데, 이를 어떻게 쉽게 조작할 수 있게 만들지 고민하는 것도 손을 만드는 업체에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까지 가격은 수백만 원대로 비싼 편이다. 대량 생산할 만큼 시장이 크지 못한 것이 발목을 잡고 있다.

그는 “아직은 작은 시장에 불과하고 재고를 쌓아둘 수도 없기 때문에 가격은 아직 비싸다”며 “다만 기존의 그리퍼만으로 대응할 수 있는 영역의 한계가 반드시 존재하고, 점차 그 영역을 넘어서려는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으로의 개발 방향도 이와 연관이 깊었다. 다섯 손가락 제품까지 제품 라인업을 확보했으니, 이제 제품 완성도를 높이고 가격을 낮출 수 있도록 형태를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테솔로가 '2024 로보월드'에서 로봇핸드 'DG-5F'를 선보였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신영빈 기자)

■ "다섯 손가락 신제품 공개…내년 매출 2.5배 성장"

테솔로는 현재 진공 석션형 그리퍼부터 둘, 셋, 넷, 다섯 손가락의 인간형 로봇핸드까지 제품군을 확보한 상태다. 특히 이번 로보월드 전시에서 다섯 손가락으로 움직이는 로봇핸드 ‘DG-5F’를 처음 공개했다. 이를 데이터 글러브, 트래커와 결합해 사람의 움직임을 동일하게 수행하는 모습을 시연했다.

DG-5F는 손길이 약 20cm로 성인 남성의 손과 유사한 모습이다. 최대 13kg 무게까지 파지할 수 있다. 손가락 하나는 4개의 관절로 구성됐다. 직접구동 방식으로 설계해 로봇 기구학 풀이가 용이하며 백래쉬 현상도 줄였다. 내년 초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다.

사업성과도 싹트기 시작했다. 올해 매출은 지난해 대비 이미 약 3배 성장했다. 연구용 매출이 대부분이었다면 올해는 산업 현장으로의 판매 비중이 절반 가까이 늘었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그는 “내년에는 보수적으로도 올해보다 2.5배 매출 성장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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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솔로가 '2024 로보월드'에서 로봇핸드 'DG-5F'를 선보였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신영빈 기자)

김 대표는 “산업 현장에서 사람이 단조롭게 투입되고 있는 공정이 무척 많다. 이런 부분은 대개 자동화될 것으로 본다”며 “사람은 이런 로봇들이 잘 작동할 수 있도록 위치를 고정해주거나 움직임을 티칭해주는 등 명령하는 오퍼레이터로 직군이 점차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관절형 로봇 손이 연구 현장을 넘어 산업, 나아가서는 서비스 로봇 현장에서까지 잘 활용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