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는 '기사 쓰기'를 얼마나 대체할 수 있을까

[김익현의 미디어 읽기] 지디넷 '챗ZPT 실험'을 시작하다

데스크 칼럼입력 :2023/09/12 11:23    수정: 2023/09/12 15:19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챗GPT를 비롯한 생성 인공지능(AI)이 세상을 뒤흔들고 있다. 미국에선 이미 변호사 시험이나 의사 시험을 통과하는 능력을 선보일 정도다. 대학들도 챗GPT를 활용한 리포트를 적발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생성 AI 열풍은 저널리즘 영역도 위협하고 있다. 지금 기자들이 하고 있는 일 중 상당 부분을 대체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런 전망에 대해선 나도 대체로 동의하는 편이다.

그렇다면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 AI는 ‘저널리즘의 적’일까?

이 질문에 대해선 단호하게 "그렇지 않다"고 답하고 싶다. 오히려 챗GPT는 ‘저널리즘의 기본’과 ‘기자의 미래’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 믿는다. 단순 반복업무를 대체하면서 '발품 취재'와 '사실 확인'이란 기자 본연의 업무에 좀 더 집중하도록 만들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챗GPT 플러스.

인공지능(AI)이 저널리즘에 영향을 끼친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로봇 저널리즘이나 데이터 저널리즘은 AI 기술을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다. AP를 비롯한 세계 유력 언론사들은 증권 시황이나 스포츠 경기 결과 보도, 기업 실적 기사들은 조금씩 자동화 알고리즘으로 대체하는 추세다.

그렇다고 해서 기자들의 역할이 위축된 건 아니다. 오히려 AI 기술이  단순 반복업무를 대신해주면서 기자들은 좀 더 고품격의 저널리즘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 생성 AI, 저널리즘 영역에서 예사롭지 않은 이유

이런 관점에서 보면 생성 AI가 저널리즘에 미칠 영향도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생성 AI는 그 동안 언론사들이 활용했던 AI기술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 동안의 AI 기술은 ‘규칙 기반 AI’였다. 구조화된 데이터를 분석한 뒤 텍스트를 자동 생성하는 방식이었다. 사람이 짜놓은 알고리즘에 따라 글을 써줬다.

생성 AI는 차원이 조금 다르다. 방대한 지식과 데이터를 습득한 AI가 능숙하게 글을 쓴다. ‘규칙 기반 AI’가 기업 실적 자료나 스포츠 경기 결과 같은 데이터를 '텍스트 기사'로 변환하는 일을 대체한다면, 생성 AI는 기자들이 취재해서 기사쓰는 활동을 대신해주는 것처럼 보인다. 적어도 겉으로는 그렇게 보인다. 생성 AI가 기자들의 모든 작업을 대체할 것 같다.

그렇다면 생성 AI는 저널리즘을 완전히 집어 삼키는 걸까?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생성 AI 역시 활용하기에 따라선 기자들의 충실한 벗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생성 AI를 어떤 분야에,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는 점이다.

[자료=유나이티드 로보틱스]

독일 소프트웨어 전문기업 유나이티드 로보틱스가 그린 그림을 통해 이 문제를 한번 따져보자.   

규칙 기반 AI는 알고리즘을 만드는 단계에 사람이 개입한다. AI는 이 규칙대로 텍스트를 생성하거나, 데이터 분석을 진행한다. 

반면 생성 AI는 미리 방대한 자료를 학습한 뒤, 명령 받은 주제에 대해 능숙하게 글을 써낸다. 알고리즘에 숫자나 각종 정보를 끼워넣는 규칙 기반 AI와는 차원이 다르다. 그러다보니 생성 AI에선 규칙 기반 AI와 달리 두 단계에 걸쳐 사람들이 손을 봐야 한다.

첫 단계는 ‘프롬프트’라 불린다. 프롬프트란 자연어로 원하는 결과물을 출력할 수 있는 입력값을 의미한다. 쉽게 말하면, ‘제대로 된 질문'을 하는 단계다. 저널리즘에 생성 AI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질문하는 능력'이 좋아야 한다. 그래야만 원하는 답을 얻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사실 확인’ 단계다. 생성 AI는 학습한 방대한 자료 중에서 적절한 대답을 내놓는다. 그만큼 능력이 뛰어나지만, 오류도 적지 않다. 이 부분을 철저하게 확인하지 않으면 ‘엉터리 문서’를 만든 가능성이 많다.

눈썰미 있는 독자들은 생성 AI를 활용하는 것이 기자들의 취재 활동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눈치 챘을 것이다. 활용하기에 따라선, 생성 AI는 기자들의 ‘친절한 친구’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계열사인 멘스 저널(Men’s Journal)’은 챗GPT를 활용해 ‘더 빨리 달리려는 사람에게 유용한 팁들’ 같은 기사를 작성해 화제가 됐다. 챗GPT의 뛰어난 학습 능력과 사람 기자의 사실 확인 기능을 결합한 에버그린 콘텐츠인 셈이다.

그런가 하면 영국의 데일리미러는 챗GPT로 지역 뉴스 콘텐츠를 만들었다. 물론 이 때도 사람 기자들이 철저하게 사실 확인을 했다. 당시 많은 전문가들은 챗GPT가 열악한 지역 뉴스를 보강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 생성 AI는 '저널리즘의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지디넷코리아가 생성 AI를 활용한 기사 쓰기를 시도하는 것도 비슷한 차원이다. 생성 AI의 다양한 가능성을 활용하면서 기사 쓰기의 저변을 넓혀 보려는 것이다. 기사를 쓸 때 검색 엔진이나 참고 자료를 활용하듯, 생성 AI를 뛰어난 저널리즘 조력 도구로 활용해보려는 실험이다. 

그렇다면 챗GPT는 저널리즘 활동에는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영국 언론비평 전문매체 저널리즘(journalism.co.uk)이 추천한 챗GPT를 활용한 저널리즘 활동 사례를 참고했다. 그 사례는 크게 8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1) 대규모 텍스트-문서 요약

2) 질문-답변 생성

3) 발언-인용문구 제공

4) 제목 작성

5) 외국어 번역

6) 이메일 제목-내용 작성

7) 소셜 미디어 내용 작성

8) 뉴스에 대한 맥락 제공

질문-답변 생성은 ‘요즘 날씨 왜 이래?’나 ‘삼성 경영진은 어떤 사람들이야?’ 같은 질문을 던지면 챗GPT가 답변을 해준다는 의미다. 취재원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 저널리즘 활동의 출발점인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발언이나 인용문구 제공 능력 역시 기사 작성할 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이를테면 “A박사가 그 동안 경기 동향과 관련해 발언한 내용을 정리해줘”라는 식으로 질문을 던지면 챗GPT가 적절하게 요약을 해 준다.

뉴스 맥락 제공 역시 활용해볼만한 기능이다. 철도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챗GPT에게 “철도 노동자들은 지금 왜 파업한거야?” 같은 질문을 통해 맥락을 확인할 수도 있다.

물론 이 모든 질문의 결과물은 그대로 내보내선 안 된다. ‘사실 확인’ 작업을 반드시 거쳐야만 한다. 그 부분은 담당 기자나 데스크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계열인 멘스저널이 챗GPT를 활용해서 작성한 기사.

지금 시점에선 챗GPT를 활용하는 것이 기자가 그냥 취재해서 쓰는 것보다 더 성가실 수도 있다. ‘적절한 질문’을 던지는 게 간단하지 않을 뿐더러, 챗GPT가 마구 쏟아내는 내용들을 일일이 확인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런 작업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선 “이런 기사를 쓸 거면 왜 굳이 챗GPT를 활용했지?”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챗GPT를 활용한 기사 쓰기를 하는 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기 위해서다. 첫 시작은 힘들지만, 잘 활용하면 ‘퀄리티 저널리즘의 충실한 벗’이 될 수도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첫 시도로 챗GPT를 활용해 카툰을 만들어봤다. 디즈니 플러스의 구독료 인상 이슈를 챗GPT에게 들려준 뒤 “세 사람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대화록을 만들어달라”고 명령했다. 그 결과물을 토대로 ‘지디코믹스’를 만들어봤다.

■ SW까지 집어 삼키는 AI, 저널리즘에 미치는 영향은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인 2011년 8월 마크 앤드리슨은 ‘SW가 세상을 삼키고 있다’고 선언했다. 세상의 무게 중심이 소프트웨어로 쏠리고 있다는 선언이었다. 

그리고 6년 뒤인 2017년. 이번엔 잰슨 황 AMD 최고경영자(CEO)가 MIT테크놀로지리뷰에 ‘AI가 소프트웨어를 집어 삼키고 있다’는 칼럼을 기고했다. SW 혁명이 AI 혁명으로 진화하고 있는 현실을 잘 진단한 칼럼이었다.

시차를 두고 등장한 마크 앤드리슨과 잰슨 황의 칼럼은 기술의 진화 방향을 잘 진단했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생성 AI 혁명의 큰 줄기가 어디에 있는지 보여주는 칼럼이기 때문이다. 

지디넷코리아는 이런 기술 변화를 한 발 앞서 보도하는 IT 전문매체다. AI 기술 혁명을 잘 전해주는 것은 우리의 소중한 임무다. 하지만 한 발 떨어진 상태에서, 기술 변화를 전해주는 기사만 쓰는 건, 조금 한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역시도 그 혁명의 소용돌이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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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 ‘혁명’에 동참해보는 심정으로 이런 시도를 해보기로 했다.

거창한 ‘명분’에 비해 성과물이 다소 ‘한가해’ 보일 지도 모르겠다. 그 부분에 대한 독자들의 비판은 겸허하게 수용하려고 한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