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연중 최고 수준을 기록한 가운데 시장 전문가들은 이러한 불안 장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18일 오전 11시 기준 미국 달러는 서울외환시장에서 1천341.60원에 거래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 1343원을 기록하며 연고점을 경신했다. 6개월 전인 2월 17일 종가(1천283.70원)와 비교해 4.51%(57.9원) 증가한 것이다.
원·달러 환율이 큰 변동 폭을 나타내는 이유는 미국의 경기 지표가 견고한 가운데 중국 위안화가 약세를 나타내고 있고, 한국의 수출 회복 지연 등 악재가 겹쳤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날 기준 103.60까지 올랐다. 99.84를 기록한 한달 전과 비교해 3포인트 이상 오른 것이다. 달러인덱스가 기준점인 100을 넘기면 달러가 주요국 통화와 비교해 강세라는 것을 의미한다.
달러가 강세인 이유는 현지 경기 지표가 견고한 영향 때문으로 해석된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 신규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3만9천 건으로 직전 대비 1만1천 건 감소했다. 신규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감소했다는 건 현지 고용시장에서 여전히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는 뜻을 의미한다.
미국의 지난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0% 상승했다. 7월 CPI는 이보다 소폭 반등한 3.2%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위안화는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주요외신 보도에 따르면, 전날 위안화는 1달러당 7.31위안까지 치솟았다. 이는 2007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위안화는 올해 들어 달러 대비 6% 이상 떨어졌는데 이는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로 외국인 투자자가 꾸준히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의 내수 경기 침체도 문제다. 중국 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의 수출 증가율은 -14.5%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충격이 가장 컸던 2020년 2월 이후 3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중국의 수출 감소는 현지 경기의 침체를 의미한다.
이 영향으로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지난해 6월부터 지난 7월까지 14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1∼7월 대중국 수출은 작년 동기보다 25.9% 감소했다.
키움증권 김유미 연구원은 “환율은 1천350~1천360원까지 상단을 열어놓고 있다”면서 “중국 부동산시장 이슈가 단기적으로 끝난다고 해도 달러화가 강세여서 환율이 1천350원대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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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선물 김승혁 연구원은 “달러인덱스는 강세를 보이고, 위안화는 약세 폭을 키우고 있다”며 “원·달러 환율 1천300~1천330원내 저항선이 제 기능을 못하고 쉽게 돌파된 만큼 환율 상승 속도는 가파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물가 흐름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없다”면서 “과도한 쏠림 현상이 있을 때 적절한 시장 안정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