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축통화국 일본이 모두의 예상을 깨고 통화정책을 긴축 노선으로 변경했다. 이 영향으로 달러의 기세가 위축되며 원·달러 환율이 1천280원대까지 내려온 가운데, 시장에선 일본은행이 장기 금리 허용 범위를 확대해 긴축 기조로 나아갈 수 있다는 우려를 부각시켰다는 분석이 있다.
21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천289.6원) 대비 3.6원 내린 1천286원에 개장했다. 전날 일본은행이 12월 통화정책회의 개최 후 장기금리 변동 폭을 기존 0.25%에서 0.5%로 두배 확대한 영향이다.
원·달러 환율은 연준의 통화긴축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투자자들의 달러 선호 현상으로 앞선 3분기 1천430원~1천440원대까지 치솟은 바 있다.
일본은행의 통화긴축 발표 후 엔·달러 환율은 133엔대에서 거래됐다. 이는 8월 중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매파적인 일본 중앙은행 통화정책 발표로 엔화가 달러 대비 4% 내외 강세를 나타냈다.
엔화 강세는 원화뿐만 아니라 여타 환율에도 영향을 끼쳤다. 미래에셋증권 서상영 연구원은 “전날 역외 위안화가 달러 대비 강세를 보이는 등 신흥국 환율은 강세를 보였는데 브라질 헤알화는 정치적인 안정 속 달러 대비 강세 폭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그동안 일본은행은 미국과 유럽연합, 한국 등 주요국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초저금리를 유지했다. 그러나 엔화 약세 장기화로 미국채권과의 금리 격차가 지속됐고, 식품과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가계와 기업의 부채 이슈가 지속되자 통화정책 노선을 바꾼 것으로 해석된다.
일본은 9월말 기준 국채 발행 잔고(1천66조 엔) 중 절반 수준인 536조 엔을 보유하고 있다. 중앙은행의 초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일본국채 절반 이상을 보유 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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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일본은행의 대차대조표상 자산 총액 규모는 GDP 대비 122%로 미국 연준 35%, 유럽중앙은행 67% 과 비교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라며 “부작용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고 밝혔다.
키움증권 김유미 연구원은 “달러화는 일본은행이 예상과 달리 수익률곡선통제(YCC) 정책에 변화를 준 점이 엔화 강세를 유도하면서 하락했다”며 “엔화가 달러 대비 3% 이상 급등했고, 이에 따른 원화 강세 흐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YCC는 중앙은행이 장기 금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채권을 매수 또는 매도하는 정책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