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디자인하우스 만년 2등, 'AI 반도체'로 1등 추월…"국내도 벤치마킹해야"

업계 2위였던 알칩, 최근 두 달간 1위 GUC 매출액 앞질러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3/06/12 16:16    수정: 2023/06/12 16:54

TSMC를 둘러싼 대만 반도체 디자인하우스 시장에 최근 이례적인 변화가 일어나 주목된다. 업계 2위인 알칩(Alchip)의 최근 두 달간 월 매출액이 업계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 온 글로벌유니칩(GUC)을 앞지른 것이다.

이 같은 알칩의 폭발적인 매출 성장세에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주 확대가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나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 디자인하우스 업계 역시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AI 반도체 등 최첨단 반도체 기술력 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TSMC의 반도체 공장 전경(사진=TSMC)

12일 업계에 따르면 대만 디자인하우스 업계는 최근 AI반도체 수요 증가로 급격한 매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대만 TSMC의 현지 주요 디자인하우스(VCA) 업체로는 GUC와 알칩이 거론된다. 디자인하우스는 파운드리와 팹리스가 반도체를 원활하게 설계 및 생산할 수 있도록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GUC는 TSMC의 자회사이자 전 세계 디자인하우스 업계 부동의 1위로 군림해 왔다. GUC의 연 매출액은 지난해 기준 240억 대만달러(한화 약 1조원)다. 반도체 시장이 침체기를 이어가는 상황에서도 전년 대비 59%나 성장했다. 같은 기간 알칩의 매출 규모는 137억 대만달러로 GUC의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그러나 최근 대만 디자인하우스 업계의 판도가 흔들리는 추세다. 올해 알칩의 월 매출은 2월 15억3천800만 대만달러에서 3월 25억5천500만 대만달러로 10억 대만달러 가까이 증가했다. 3월 매출의 전년동월 대비 성장률은 118%에 이른다.

반면 GUC의 월 매출은 2월 22억4천800만 대만달러에서 3월 21억9천200만 대만달러로 전월 대비 소폭 하락했다. 3월 매출의 경우 전년동월 대비로는 45%가량 증가했으나, 매출 규모 면에서는 결국 알칩에 1위 자리를 내주게 됐다. 4월 매출 역시 알칩(26억 대만달러)이 GUC(20억1천400만 대만달러)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알칩의 폭발적인 매출 성장세의 비결은 AI반도체와 같은 최첨단 칩 수주의 증가다. 알칩은 지난 1분기 실적 발표 자료에서 "7nm(나노) 이상의 고급 공정의 매출 비중이 전체의 83%"라며 "북미 고객사향 AI반도체 칩 출하량이 상당히 늘었다"고 설명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도 알칩의 사례가 많은 교훈을 내포한다고 보고 있다. 국내 한 디자인하우스 업체 대표는 "GUC와 알칩 모두 AI, HPC(고성능컴퓨팅) 공정을 적극적으로 개발해 온 기업들"이라며 "특히 알칩은 GUC에 비해 중국과 미국에서 적극적인 R&D 및 사업을 진행해 왔는데, 그 노력이 지금 빛을 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알칩의 매출 성장은 국내 디자인하우스가 벤치마킹할 수 있는 좋은 선례가 된다"며 "AI와 같은 핵심 어플리케이션의 기술력을 확보하면 기존의 선두업체도 넘볼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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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삼성전자의 국내 DSP(디자인솔루션파트너) 업체들도 첨단 반도체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코아시아 그룹 계열사인 코아시아일렉은 지난 3월 국내 AI반도체 스타트업 딥엑스와 동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한 MOU(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에이디테크놀로지는 지난해 하반기 독일 AI 반도체 기업 비딘티스로부터 자율주행용 고성능 칩 수주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