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디지털플랫폼정부의 이상과 현실

성공 구축을 위한 네 가지 제언...전달체계 재설계 등 필요

전문가 칼럼입력 :2023/05/28 16:50    수정: 2023/05/28 17:41

마재용 브이티더블유(VTW) 상무

지난 4월 14일 윤석열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인 ‘디지털플랫폼정부(이하 디플정)’의 세부 청사진과 구체적인 이행계획을 담은 ‘디지털플랫폼정부 실현계획’이 많은 관계자들의 오랜 기다림과 기대 속에 발표됐다.

발표한 실현계획의 골자를 간략히 살펴보면 디지털플랫폼정부는 모든 데이터가 연결되는 ‘디지털 플랫폼’ 위에서 국민, 기업, 정부가 함께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정부다. 국민이 모든 서비스를 한 곳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채널을 통합하고, 알아서 챙겨주는 선제적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채널 통합을 위해 디지털 플랫폼 정부 허브 구축 등으로 부처간 칸막이를 제거하고, 선제적 맞춤형 서비스 제공을 위해 인공지능과 데이터 기반의 과학적 행정을 추진한다. 그리고 일련의 과정을 통해 AI와 데이터를 국가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고, 정부 서비스를 혁신하는 거브테크(GovTech) 산업을 육성한다. 즉 민관이 함께 성장하는 G2B2C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이의 수출에도 나선다.

디지털플랫폼 정부가 계획대로 실현된다면, 대통령실 전언대로 지난 30년간 추진해온 전자정부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 될 것이고, 필자도 관련 업계 종사자로서 디지털플랫폼 정부의 실현과 성공을 누구보다 기원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 십 수년간 디지털플랫폼 정부가 추구하는 가치와 비슷한 어젠다를 추진하다 실패하는 과정을 수 차례 목도한 바 있어 우려 또한 금할 길이 없다.

본고는 디지털플랫폼정부의 실현을 누구보다 바라는 관련 업계 종사자로서 디지털플랫폼 정부 실현을 제약하는 4가지 이슈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향을 제언, 디지털플랫폼정부의 성공 실현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자 한다.

1) 범정부 서비스 카탈로그 부재:강력한 관리체계 수립 필요

기업이 전자상거래를 통해 상품이나 서비스를 팔기 위해서는 상품과 서비스 카탈로그를 우선적으로 갖춰야 한다. 디지털플랫폼정부도 전자적으로 공공 서비스를 국민에게 전달하는 것이 본령이므로 공공 서비스 카탈로그를 우선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현실은 녹녹하지 않다. 공공 서비스는 개념적으로 수혜적 서비스와 민원 사무, 국고 보조금, 국가보조금, 복지 서비스, 고용 서비스 등으로 분할돼 상호간에 교집합과 차집합을 가진 상태로, 복잡한 계층구조를 가지고 재정정보와 복잡하게 연관돼 여러 관리체계에서 관리되고 있다.

즉, 범정부 차원에서 신뢰할 만한 서비스 카탈로그가 갖춰지지 않다 할 수 있고 이는 국민에게 통합적인 서비스 안내를 하는 데 매우 큰 제약으로 작용하므로, 우선적으로 선결해야 할 과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범정부 서비스 카탈로그 구축 뿐 아니라 범정부 차원의 강력한 거버넌스를 갖춰야 한다. 이 부분이 힘들면, 서비스에 대해 오너십을 가진 각 부처와 기관이 개별적으로 서비스를 등록하는 오픈 마켓 형태의 플랫폼 구축도 고려해 볼 만하다.

2)채널 통합 한계점 극복 필요:장기적 관점 전달체계 재설계해야

디지털플랫폼정부 실현 계획은 최우선 과제로 모든 서비스를 국민이 한 곳에서 이용할 수 있게 채널을 통합하는 걸 제시했다.  소위 ‘원 사이트(One Site)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구상이고, 이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부처간 데이터 칸막이(Silo)를 지목하고 있으며, 이 부분을 디지털플랫폼정부 허브 구현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그런데, 원 사이트 혹은 원스톱 서비스를 어렵게 하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데이터 칸막이 현상이라기 보다 공공 서비스의 전달체계가 서비스 종류별로 각기 다르게 설계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채널통합 보다 중요한 것은 어느 전달 체계로 접근하든 다양한 서비스가 통합적으로 제공되는 것이다. 즉, 고용 서비스 전달체계에서도 복지 서비스가 원활히 연계 및 제공되고, 복지 서비스 전달 체계에서도 고용 서비스가 원활히 연계 및 제공되는 통합제공이 채널통합 보다 더 의미가 있다. 특히 온/오프라인으로 다양한 서비스 전달 채널이 존재하고, 이러한 채널이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가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더욱 그러하다. 서비스의 통합 제공을 실현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채널통합이 아니라 전달체계의 재설계다.

3) AI 적용을 위한 의미망(Semantic Network) 부재:욕구-서비스-자격 온톨로지 범정부적 구축 필요

디지털플랫폼정부의 주요한 추진방향 중 하나는 인공지능과 데이터 활용이다. 그리고 공공 서비스 추천을 위한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 분석 적용 핵심 영역은 서비스 대상자와 서비스, 자격, 욕구(Needs)간 연관도 분석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상자, 서비스 자격 등 서로간 기본적인 의미망(Semantic Network)을 갖추고, 기계 학습을 통해 의미망을 개선해 나가야 하는데, 현재 공공 서비스에는 의미망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서비스와 자격 간의 연관 관계만 느슨하게 관리되고 있을 뿐이다.

의미망이 구성되지 않는다면, 국민 욕구에 맞는 서비스 추천 행위를 하기 매우 어렵다. 즉 ‘알아서’ 추천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준으로 추출된 여러 서비스 목록을 국민이 일일이 검토하며, 직접 선택해야만 한다. 게다가 국민에게 혜택을 주는 공공서비스의 대상자 발굴(Intake)의 가장 기본적인 행위(액티비티)는 상담인데, 상담 내용의 형태소 분석을 통해 대상자에게 욕구에 부합하는 서비스 목록을 추출하고, 자격을 검증하는 식으로 상담을 지원할 방법이 요원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상자와 욕구, 서비스, 자격 상호간의 매우 복잡한 관계를 묘사하는 의미망 내지는 온톨로지(ontology)를 범정부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4) 공공서비스 특성 고려 필요:모의계산 한계 극복해야

민간 서비스와 명확히 대비되는 공공 서비스의 가장 큰 특징은 서비스 수혜 가능 여부를 미리 알기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민간 서비스는 구매자가 보유한 자산으로 구매 계약을 체결하면 그만이지만, 자원이 한정된 공공 서비스는 매우 엄격하고 복잡한 심사 과정을 거치는 경우가 많다. 여러 공적 데이터를 연계했다해도 내용 검증 및 확정에 여러 주(週)가  걸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한계 때문에 고객에게 서비스 안내 시 비록 사전 시뮬레이션 내지는 모의계산을 진행했다 하더라도 수혜 여부가 확정돼 있지 않고 또 심사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식으로 안내를 진행하는 경우가 있는데, 수혜 자격이 없는 것으로 판명되면, 민원이 발생할 소지가 매우 크고, 서비스 안내 메일 등은 스팸 메일로 간주될 것이다.

국민 입장에서는 그것이 모의계산 결과이든, 정식 심사 절차 결과이든, 본질적으로 공적 업무 결과물이기에 양자의 차이를 인지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러한 어려움 때문에 많은 공공 서비스의 경우 다른 서비스 수혜 이력을 근간으로 타 서비스 수혜 자격을 확인하고 이와 연계시켜 다른 서비스를 안내하고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결국 타 서비스의 과거 이력 데이터를 확인한다는 것은 디지털플랫폼정부가 추구하는 '알아서 미리 혜택을 알려주는' 것과 '선제적 맞춤형 서비스'와는 달리 큰 간극을 태생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다.

국민 대다수는 서비스 수혜이력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상담 단계부터 맞춤형 서비스 제공을 도모해야 한다. 전술한 욕구-서비스-자격 의미망을 활용하는 것이 훌륭한 대안이다. 부득이하게 서비스 이력 정보나 서비스 수혜 자격을 판단하기 위한 여러 기준 정보를 활용해 선제적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야만 한다면, 행정 데이터와 서비스 그리고 자격 정보 간의 의미망을 미리 갖춰야만 한다. 또 행정 데이터의 실시간 변동 감지와 여러 기관에 흩어져 있는 데이터 동기화도 이뤄져야 하는데, 이러한 부분은 필자가 알고 있는 한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국가기준정보 관리체계 외에는 감당이 불가능 하다.


 필자는 누구보다 디지털플랫폼정부의 성공 실현을 꿈꾸는 사람이다. 하지만 디지털플랫폼정부가 내세운 것은 과거에도 이야기된 익숙한 것으로 성공하지 못한 것이 상당수다. 이에 반해 디지털플랫폼정부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직면할 ‘현실’에 관한 담론은 찾아보기 어려워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 졸고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 작성했다.

 디지털플랫폼정부의  실현을 위해서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때로는 관철을, 때로는 타협을 해야만 할 것이다. 그때마다 현명한 결정이 이뤄지길 바라며, 디지털플랫폼정부에 의해 ‘내 손안의 작은 정부’가 구현되는 그날이 하루라도 빨리 오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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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재용 VTW 상무

필자 마재용 상무는...

 LG CNS, Accenture, 등을 거처 브이티더블유(VTW)  플랫폼 서비스 컨설팅 팀장으로 재직 중이다. 여러 공공기관의 대형 BPR/ISP 프로젝트의 PM을 역임했고, 다수의 대민 서비스 포털 통합, 맞춤형 서비스 컨설팅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