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료] 촌각 다투는 뇌졸중, AI는 생존 위한 ‘가속페달’

JLK,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제도 1호 기업..."생존 시간 확보 도움 기대"

헬스케어입력 :2023/03/20 16:53    수정: 2023/05/15 11:09

정보통신 기술에 힘입어 보건의료 영역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전 세계는 디지털 헬스케어(Digital Healthcare)를 통한 신종 감염병, 초고령화 시대, 지역 간 건강격차 해소 등 우리 앞에 놓인 적대적 환경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를 디지털 헬스케어 원년으로, 지디넷코리아는 ‘미래의료’ 연재를 통해 국내·외 디지털 헬스케어의 산업 동향과 가능성 및 역작용을 분석함으로써 가장 정확한 전망을 제시할 것이다. [편집자 주]

국내 의료기관에서 의료영상은 영상 의학과 전문의들에 의해 판독이 이뤄진다. 자기공명영상(MRI)의 뇌·뇌혈관 등에 건강보험 적용이 확대되면서 촬영 건수가 계속 늘고 있다. 환자의 의료 영상의 촬영 건수는 느는 데, 이를 판독할 의료진의 수는 제한적이다. 판독 보조 수단으로써 의료 인공지능(AI) 기술이 주목받고 있는 것은 이러한 국내 의료 환경과 연관이 깊다.

제이엘케이(이하 JLK)에는 여러 가지 수식어가 붙는다. 국내 의료 인공지능(AI) 첫 상장기업, ‘통합심사·평가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제도’ 1호, 인공지능 인허가 60개 등. 김동민 대표는 “의료 AI는 더 활발하게 활용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통합심사·평가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제도에 선정된 ‘JBS-01K’는 환자의 자기공명장치(MRI)와 의료데이터를 AI로 분석해 뇌경색의 원인을 분류해주는 의료기기다.

김동민 JLK 대표 (사진=김양균 기자)

참고로 의료 영상은 크게 ▲방사선을 활용한 X선 영상 ▲컴퓨터 단층 촬영 영상(CT) ▲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 영상(PET) ▲단일 광자 단층 촬영 영상(SPECT) ▲자기공명영상(MRI) ▲기능적 자기 공명 영상(FMRI) ▲초음파 영상 등이 있다. X선 영상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3차원 형태로 영상이 구현된다.

통합심사·평가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제도는 앞선 기술력을 보유한 의료기기에 대해 기존 허가 기간을 최대 80일로 앞당겨 실제 의료현장에서 사용토록 하게 하는 지정 제도다. 최근 국내 첫 디지털치료기기(DTX)로 품목허가가 난 에임메드의 솜즈(Somzz)도 이 제도의 수혜를 봤다.

통합심사·평가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제도 선정이 회사에게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실리적인 이유가 클 것이다. JLK 입장에서는 의료AI 솔루션의 첫 비급여 보험수가가 적용되는 만큼 매출이 발생하게 될 것이니 반갑다. 오랜 기간 상당한 연구개발(R&D) 비용을 투입한 회사는 R&D 보상이 가능해졌고, 환자는 신기술을 통합 더 다양한 진료 옵션을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재 JLK는 컴퓨터단층촬영(CT)과 MRI에서 사용 가능한 뇌출혈 및 뇌경색까지 각 과정별로 분석이 가능한 11개의 솔루션 개발을 일찌감치 끝내 놨다.

이번에 식약처로부터 지정을 받은 JBS-01K을 비롯해 회사가 보유한 파이프라인은 ▲뇌경색 JBS-02K ▲뇌경색 JBS-03K ▲초급성뇌경색 JBS-06K ▲초급성뇌경색 JBS-07K ▲혈전유형분류 JBS-08K ▲혈관기 분석 JBS-09K ▲뇌경색 JBS-05K ▲초급성뇌경색 JBS-10K 등이 있다.

AI의 민감성·속도를 이용하면

뇌공학 박사인 김동민 대표는 뇌졸중 전주기 솔루션을 개발하는데 전념해왔다. 국내 뇌졸중 환자는 62만여 명을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AI를 통한 빠른 치료 결정만큼 중요한 것은 진단이고, 치료와 이송 결정이다. AI는 이 속도를 높이는데 효과적인 수단이다.

김동민 대표는 빠르고 정확한 판단에 의료 AI가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JLK는 10만 명 이상의 임상 데이터를 분석한 뇌졸중 빅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김 대표의 자신감은 데이터와 보유한 파이프라인에 뿌리를 둔다. 식약처가 JBS-01K를 눈여겨 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김동민 JLK 대표 (사진=김양균 기자)

Q. JBS-01K 개발에 삼년 가량 걸렸다고요?

“2015년부터 개발에 돌입했습니다. 치매와 뇌졸중을 타깃으로 문헌 조사를 시작했죠. 국내 대학병원 11개소에서 데이터를 수집해 140만장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이 이뤄졌죠. 통계학 연구를 위한 연구였는데, AI 학습에 적합했어요. 동국대일산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일 년여에 걸쳐 임상시험을 거쳤고 2018년이 되자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3등급 의료기기로 허가를 받았습니다.”

Q. 식약처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 첫 사례로 지정되자 변화가 많았죠?

“비급여 처방이 가능하게 됐죠. 지정 전에는 병원이 연구용으로는 사용했지 구매는 부담스러워했어요. 식약처 지정 이후 비급여 대상이 되자 의료기관들도 반색했죠. 안착이 되면 의료 AI 분야에서는 좋은 선례가 될 겁니다.”

Q. 건강보험 수가 추진도 고려하고 있나요?

“네, 물론이죠. 앞으로 3년의 유예기간이 있지만, 조기에 급여화를 추진하려고 합니다.”

Q. 의료 AI 개발사 입장에서 수가는 ‘계륵’ 같은 것 아닌가요. 낮은 수가는 개발비용을 건지는데 턱없이 부족하지만 저변 확대에는 도움이 되겠죠. 비급여는 수익에는 도움이 되지만 아무래도 이용자 확대에는 한계가 있고요.

“여러 의견이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의 특수성도 고려해야하죠. 원재료가 많이 들어가는 의료기기는 아니니까요. 그러니 급여화가 되더라도 원가 측면에서 ‘괜찮은’ 선택일 수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유지·보수 비용을 고려하면 비급여 상황이 더 이득이 될 겁니다. 그럼에도 급여화가 이뤄져 많이 쓰이는 것도 중요합니다. 필수의료 분야에 종사하는 의료진은 여러 어려움에 처해 있는데, 이를 고려해 급여 여부를 종합적으로 제안해볼 수 있을지 않을까요. 고민 중입니다.”

Q. 뇌졸중을 담당하는 신경과는 의사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JBS-01K가 상황 개선에 어떤 도움이 되리라 보십니까?

“인력부족으로 업무 가중에 시달리는 의료진들에게 충분히 진료보조수단으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신경과 교수들도 전향적입니다.”

Q. 타 진료과의 반응은 어떻죠?

“신경과뿐만 아니라, 재활의학과와 응급의학과 교수들의 니즈가 많습니다. 작은 병변을 놓쳐 문제가 생긴 적이 적지 않기 때문이죠. JBS-01K를 통해 이런 부담을 덜 수 있습니다.”

Q. 그렇지만 AI도 실수할 수 있죠.

“AI도 틀릴 수 있지만 병변을 놓치는 것이 아닌 더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그러니 의사는 자칫 놓칠 수 있는 병변을 확인하게 됩니다. 진료 부담을 경감 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는 거죠.”

류위선 최고의학책임자(Chief Medical Officer, CMO)의 설명을 더한다. 그는 “뇌경색 발생을 규명하려면 뇌경색이 어떤 패턴으로 어느 위치에 발생했는지에 대한 정보가 중요하다”고 했다.

의사가 대뇌에 위치한 큰 병변만 집중해서 보다 보면 작은 병변은 놓치고 지나갈 수 있습니다. AI는 사람과 같이 피로감이 있다거나 병변의 개수에 따라 성능이 떨어지는 게 없기 때문에 일관성 있게 병변 발견의 장점이 있습니다.

류위선 JLK 최고의학책임자(CMO) (사진=김양균 기자)

Q. 파이프라인은 몇 개를 보유하고 있죠?

“국내·외 뇌와 뇌경색 파이프라인은 7개 가량 보유하고 있습니다. 시장 여건을 보면서 파이프라인 가동 정도를 고려하고 있어요. 우선은 JBS-01K가 일선 의료기관에 안착하는 게 중요합니다.”

Q. 3차원 의료영상은 큰 용량 때문에 판독에 시간이 걸립니다. 뇌졸중 판독은 결국 시간싸움인데 JBS-01K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나요.

“3차원 뇌 영상은 병변의 위치와 정보 전달이 의미가 있습니다. 뇌는 열어서 보기가 어렵기 때문에 영상과 증상을 통해 유추해야 하죠. 그래서 위치정보가 핵심입니다. JLK는 3차원 정보를 경량화하는 특허를 갖고 있습니다. JBS-01K에도 이 기술이 적용됐죠. 판독 속도에 문제가 없습니다.”

실제로 3차원 의료 영상은 저장 용량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렌더링(rendering) 및 AI를 통한 분석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김동민 대표의 설명처럼 JLK는 3차원으로 모델링 된 의료 영상의 크기를 줄이는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3차원 뇌 영상의 용량을 줄여 AI의 ▲학습 ▲분석 속도 ▲저장 ▲렌더링 속도 등을 높여 빠른 진단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Q. 어느 병원에 도입하는 게 의료진에 더 도움이 될까요?

“대학병원과 협력하는 지역의 협력병원에서 활용도가 높으리라 예상합니다. 환자의 이송 등 판단에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2차 의료기관들이 빠르게 판단해서 이송 및 치료 결정을 하는 것이 무척 중요합니다. 그렇지만 권역병원도 제외하고 있지 않습니다. 사실 더 많은 도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야간에도 시술이 가능한 병원들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김동민 JLK 대표 (사진=김양균 기자)

Q. 치료와 이송까지 이어지는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고요.

“종합 분석이 가능한 한 플랫폼 내에서 뇌졸중 관련 질환을 종합 치료 및 이송 결정을 위한 플랫폼 구축을 추진 중입니다. 현재 개발 중인 ‘스내피(Snappy)’는 골든타임 확보를 위한 뇌졸중 원스톱 모바일 리모트 플랫폼입니다. 실시간 환자 상태를 알리고 모바일 환자 정보 조회 및 신속 환자 상태 공유 등을 알려주는 플랫폼이죠. 곧 실증을 실시할 계획입니다.”

Q. 글로벌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나요.

관련기사

“우리나라와 일본은 MRI 접근도가 높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습니다. 미국은 CT가 더 선호되죠. 그래서 CT솔루션을 통해 병변의 탐지와 수술 여부를 결정짓는 제품을 개발했습니다. 국가별 진출 전략은 진료 환경 차이를 고려해야 합니다. 네. 글로벌 진출, 할 겁니다.”

제이엘케이는 최근 ‘인공지능 기반 혈류 구간 분류 방법 및 시스템’에 대한 일본 특허를 등록했다. 현지 원격 영상진단 서비스 업체 ‘닥터넷’과도 독점판매계약도 체결한 상태다. JLK는 현재 일본 후생노동성의 ‘외국 의료기기 제조업체’에 등록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