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 기술에 힘입어 보건의료 영역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전 세계는 디지털 헬스케어(Digital Healthcare)를 통한 신종 감염병, 초고령화 시대, 지역 간 건강격차 해소 등 우리 앞에 놓인 적대적 환경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를 디지털 헬스케어 원년으로, 지디넷코리아는 ‘미래의료’ 연재를 통해 국내·외 디지털 헬스케어의 산업 동향과 가능성 및 역작용을 분석함으로써 가장 정확한 전망을 제시할 것이다. [편집자 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지난 15일 불면증 인지행동치료 디지털치료기기(DTx)인 ‘솜즈(Somzz)’에 대한 첫 품목허가를 결정한 이후 개발사인 ‘에임메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임진환 대표는 자사 제품에 대해 “수면장애 자체를 치료하는 기기”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솜즈의 기획부터 첫 허가까지 민관의 협력이 한 몫했다는 데 이견이 없다. 솜즈의 기획은 지난 2020년 2월 산업통상자원부의 국책과제에 에임메드가 주관사업자로 선정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후 식약처는 에임메드를 작년 12월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평가제도’ 대상 1호 제품으로 지정했다. 솜즈가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사평가원)은 요양급여대상·비급여대상 여부를 검토했고,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은 혁신의료기술평가를 동시에 진행했다. 기존에 390여일이 걸렸던 게 80일로 단축됐다.
국내는 물론 아시아에서 단 한 번도 허가된 적이 없는 DTx의 허가를 위해 기업과 정부가 두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임 대표는 이를 두고 “적극적이고 열린 태도를 보여줬다”고 했다.
스포트라이트는 정부가 받았지만 진짜 주인공은 에임메드라는 일터다. 24일 무작정 전화를 걸어 임진환 대표와 한참동안 대화를 나누었다. 궁금한 게 많았다.
“연내 미국·독일 노크할 것”
에임메드는 지난 1999년 설립된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이다. 임진환 대표의 설명을 빌자면 작년 매출은 267억 원. 디지털치료기기(DTx)로 주목을 받았지만, 아직 이 분야에서 매출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 사실 매출이 발생하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돈은 주로 기업에 대한 건강관리 등 웰니스(Wellness) 분야에서 벌고 있다. 진단 쪽 분야의 일부 사업도 실시하고 있지만 회사의 정체성은 디지털헬스다.
Q. 식약처 발표 이후 ‘에임메드가 어디야?’란 생각을 안 했던 건 아니었어요.(웃음) 알아보니 이쪽에서는 나름 명성이 자자하던데요?
“1999년에 설립됐는데, ‘전통적인’ 헬스케어 기업이라고 보면 될 거예요. 2015년부터 디지털헬스 분야를 중점으로 했고요. 그때부터 DTx 사업도 본격적으로 했는데, 이전부터 웰니스 서비스를 계속 해왔던 터라 생소한 분야는 아니었어요.”
Q. 그런데 2003년도에 메디포스트가 지분을 사들여 대주주가 됐더라고요. 진단 분야도 사업 포트폴리오에 포함돼 있지만 비중은 높지 않죠?
“매출이 나오는 사업 분야는 보험 가입 고객이나 기업 임직원을 위한 헬스케어 서비스 사업과 간병인 돌봄 서비스와 같은 여러 분야에서 나오고 있어요. 진단시약 유통도 좀 하고 있는데요. 2015년에 진단시약 유통사인 에이스메디텍을 인수 합병하면서 본격화됐죠. 사업 비중은 크지 않아요. 디지털헬스 분야에 ‘올인’하고 있죠.”
Q. 솜즈 말고도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관련 DTx도 개발했더라고요.
“불면증 치료기기가 DTx의 첫 번째 파이프라인은 아니었어요. DTx 분야는 2019년 2월 사업팀을 구성해서 ADHD 환자를 위한 DTx 개발을 시작했죠. 파일럿 버전은 만들어서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에서 발표를 하기도 했어요. 지금은 수면장애 분야(솜즈)에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Q. 왜 식약처가 에임메드를 주목했을까요?
“국내 DTx 개발 기업은 많아요. DTx 개발이 쉬워 보이지만 임상시험에서 유효성 입증이 쉽지 않습니다. 솜즈는 의료현장에서 환자에게 제공하는 인지행동치료를 가장 잘 구현한 앱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임상시험에서 수면장애 완치율은 48%를 기록했고요. 수면제는 그날의 잠을 잘 들게 하지만 솜즈는 수면장애 자체를 치료해 삶의 질을 높여주는 앱이죠. 그걸 인정한 겁니다.”
Q. 솜즈가 의사 처방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의료기관과의 소통이 중요할 텐데요.
“식약처 혁신의료기기 지정을 위해 대한수면의학회를 비롯해 삼성서울병원·고려대안암병원·서울대병원과 긴밀하게 일을 했어요. 의사들이 신의료기술에 보수적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열린 사고를 가진 분들이 무척 많아요. 환자 치료에 DTx를 적극 사용하겠다고 피력하는 분들도 많고요. DTx는 장기적으로 데이터 쌓일수록 가치가 높아집니다. 일선 의료기관에서도 교육·상담, 재처방 등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어요. 그래서 병원과의 소통을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Q. 품목허가 이후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이 많아요.
“5월부터 대학병원 3개소에서 임상진료가 시작되기 때문에 의학연구윤리심의위원회(IRB)의 승인을 준비하고 있어요. 이후 NECA와 식약처가 임상진료 결과를 인정하면 늦어도 11월에는 사용기관을 1차 의료기관으로 확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기자는 전날 오유경 식약처장에게 DTx의 급여 체계 진입에 대한 견해를 물어보았다. 오 처장은 “정부가 관심이 많다”면서 “적정 가격 결정 등이 신속히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오 처장의 말마따나 보건당국은 DTx 등 신의료기술이 현 의료체계에 자연스럽게 흡수될 수 있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솜즈에 대해선 향후 비급여 또는 선별 급여의 형태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DTx별로 차등 수가 도입 등을 해야 한다는 업계의 주장도 일부 있지만 현실성은 그리 높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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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 기업 입장에서는 DTx에 대한 수가 적용 시 단가가 낮아져 정작 기업이 가져가는 돈은 그리 많지 않고, 그렇다고 완전 비급여로 가기에는 의료소비자의 사용률 부분이 고민된다. 종국에는 국내 시장을 뛰어넘어 미국과 유럽 시장으로 진출해야 한다.
에임메드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결국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추진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임 대표는 연내 글로벌 시장 진출이 목표라고 했다.
그렇죠. 준비하고 있어요. 연내에 미국과 독일 규제기관에 승인 신청을 할 계획이에요. 아직 아시아 지역은 고려하고 있지 않아요. DTx 산업이 조성되지 않은 곳에 이른바 ‘노크’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