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 기술에 힘입어 보건의료 영역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전 세계는 디지털 헬스케어(Digital Healthcare)를 통한 신종 감염병, 초고령화 시대, 지역 간 건강격차 해소 등 우리 앞에 놓인 적대적 환경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를 디지털 헬스케어 원년으로, 지디넷코리아는 ‘미래의료’ 연재를 통해 국내·외 디지털 헬스케어의 산업 동향과 가능성 및 역작용을 분석함으로써 가장 정확한 전망을 제시할 것이다. [편집자 주]
1천379만, 3천661만.
전자는 지난 2020년 2월 24일부터 비대면진료를 이용한 사람의 수이고, 후자는 3년간의 비대면진료 건수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진료가 제도화를 앞두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6월까지 제도화를 이뤄내겠다는 입장이다.
비대면진료 플랫폼 입장에서는 두 손두고 환영할 것 같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조금 복잡한 것 같다. 지난 7일 서울 서초 닥터나우 사무실에서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산하 원격의료산업협의회(이하 원산협)의 장지호(36) 공동회장을 만났다. 그는 비대면진료의 제도화만큼이나 제도의 ‘디테일’이 필요하다고 했다.
사실 복지부의 비대면진료 제도화의 방향은 이미 정해진 모양새다. 재진환자를 대상으로 1차 의료기관에서 경증질환을 중심으로 추진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업계의 시각은 엇갈린다. ‘일단 제도화부터 하자’는 기대와 함께 이용 대상, 즉 재진환자로 대상을 제한할 경우 업계가 직면할 여러 어려움에 대해 걱정도 존재한다.
6월 비대면진료 제도화, 될까?
Q. 비대면진료가 코로나19 이전에는 합법이 아니었는데.
“국민들에게 큰 도움이 되겠다고 판단 해 합류했지만, 당장 다음 달에 문을 닫으면 어떡할지에 대해 고민을 했다.”
Q. 결국 제도 때문에?
“제도 뒷받침이 안 되고 당장 코로나19 때문에 한시적으로 허용된 정책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제도화까지 이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다. 사실 사업 초창기 당시만 해도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라는 용어도 없었다. 불안한 마음으로 사업을 하던 곳은 비단 닥터나우 뿐만이 아니었다. 타 유사 앱 개발사도 동병상련이었다. 그러다보니 경계심이 별로 없었다.”
Q. 그렇게 비대면진료 제도화라는 공동의 목표가 생긴 것인데.
“회원사 모두 비대면 진료 산업의 효용은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비대면진료 앱의 역할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었다. 아울러 장기적으로 제도화를 위해 산업계가 같은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봤다.”
Q. 약 배송 이슈를 포함해서 말인가.
“그렇다. 자체적으로 자정 작용을 해야 한다는 공감대도 있었다. 업계에서 자주 나오는 이야기는 의외로 정부의 역할보다 산업계의 책임감에 대한 것이었다. 국정감사에서 ‘의약품 광고와 같아 보인다’는 지적을 받아 바로 수정을 했다. 닥터나우의 사례들을 원산협 회원사와도 공유했다. 솔선수범 하자고 결정한 배경은 위법성 여부를 떠나서 제도화까지 많은 진전이 있었는데, 조심하자는 이유에서였다. 대의적으로 사안을 봐야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Q. 대의적이라니.
“당장 앱 이용자를 끌어 모으기보다 비대면진료 제도 안착이 더 중요했다. 그러니 업계 스스로 자정작용이 필요했다.”
Q. 어쨌든 복지부는 6월까지 제도화를 예고했다.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참여했다. 인수위에서 비대면진료에 대한 밑그림이 그려지긴 했다. 이후 비대면진료가 국정 과제에 포함되면서 중앙부처에서 빠르게 추진됐다. 복지부가 6월을 특정한 것은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 해제를 고려한 것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국회 상황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정일지는 의문이다. 비대면진료를 합법화하는 의료법 개정안 통과가 다소 지연될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Q. 그래도 제도화까지 상당히 진행된 것은 고무적이지 않나.
“사실 시점보다 중요한 것은 비대면진료가 중단되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국민 혼란도 커질 것이다. 부처도 이러한 혼란을 인지하고 있다. 그렇다고 비대면진료의 순기능을 살릴 수 있는 대책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마련될지는 또 다른 문제다. 당분간 관망하겠지만 기대와 동시에 걱정도 있다. 핵심은 제도의 ‘디테일’이다.”
Q. 비대면진료 서비스를 하는 플랫폼 업체가 늘고 있다. 일탈 업체에 대해 원산협 차원의 제제를 하나.
“협의회 차원에서 구속력과 강제성의 한계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업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연내 사단법인 인가를 받아 협회로 거듭나 나름의 제제안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제도화 과정에서 복지부가 주도하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 인증제’ 등이 더 필요하다. 인증제가 마련되면 산업계 나름의 관리 근거가 마련되기 때문이다.”
Q. 플랫폼에 지나친 책임 부여는 좀 답답하지 않나. 네이버와 카카오도 이렇게 까지는 안하지 않느냐는 불만이 나올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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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인증제를 도입해서라도 비대면진료가 제도화가 된다면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거다. 제도화를 한다지만 아직 이뤄진 것은 아니다. 의료법 개정안이 어떻게 막판에 바뀔지 누구도 모른다. 제도화가 된다고 해도 디테일이 중요하다. 결론은 제대로 된 제도화가 먼저다. 그렇게만 된다면 원산협의 회원사들은 인증제 이상의 책임 부여도 동의할 것이다.
다만, 비대면진료 분야의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고려가 있었으면 좋겠다. 규제와 의무가 너무 무거워 산업 생태계에 진입을 포기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인증제를 통해 최소한의 효율적인 책임을 지자는 거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