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자는 미래의료가 정보통신 기술과 결합해 개인·맞춤·예측의 방향으로 발전하리라 전망하지만, 이것만으론 설명이 부족하다. 신종 감염병·기후 위기·4차 산업혁명 등 급격한, 혹은 적대적인 변화 앞에 미래의료는 어떠한 방향이어야 할지 산·학·연과 함께 고민을 시작해본다. [편집자주]
“건물에 약국이 6~7곳, 병원도 가득 차 있었지만, 비대면 진료와 약 배송을 해달라고 하더라.”
임경호 닥터나우 부대표의 말이다. 연재 ‘미래의료’의 두 번째는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업으로 삼고 있는 닥터나우다. 임 부대표는 닥터나우가 지난 몇 년동안 “온갖 비난을 받았다”고 했다.
보건복지부조차 쟁점사안으로 분류,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는 비대면 진료를 주 사업 분야로 삼은 이들이 의료계 입장에서는 그리 달가울리 없었다. 이런데다 회사는 틈날 때마다 비대면 진료 필요성에 대한 발언을 지속해왔다.
임 대표는 환자의 의료접근을 사회변화에 맞춰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19 유행의 여파로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됐다.
■ “한시 비대면 허용 중단되면 사업 접어야 하지만…”
- 닥터나우는 어떤 회사인가.
“비대면 진료부터 처방·약배송까지 의료의 모든 것을 앱에서 한 번에 경험할 수 있는 ‘의료앱’이다.”
- 닥터나우의 인력 및 조직 구성은 어떻게 이뤄져 있나.
“현재 직원 수는 50여 명으로 인재 채용 중이다. 최근 마케팅부문에서 빅테크 플랫폼 기업 출신의 신규 임원을 선임하기도 했고, 토스 출신의 최고제품책임자도 영입했다. 조직은 짧은 수직구조를 지향하고 있다. ‘운영조직’과 ‘프로덕트 조직’으로 나뉘는데, 프로덕트 조직의 경우, 애자일한 스쿼드 단위 조직의 형태로 업무 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인력은 엔지니어와 프로덕트 디자이너·기획·PM·PO들로 구성돼 있다.”
- 기업문화와 기업 운영에 있어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5초의 불편함 때문에 5개월을 고생하지 말자’라는 핵심 1원칙을 갖고 있다. 튀는 사람처럼 보일까봐, 괜히 불편한 분위기를 만드는 게 아닐까라는 걱정으로 위축되는 것을 막고, 생산적인 토론과 논의를 지향하자는 취지다. 우린 투명함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있다. 직원들은 서로를 실명 대신 영어 닉네임으로 부른다. 부캐(부캐릭터)로 자신의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 수익구조와 매출 규모는 어떤가.
“닥터나우 서비스 론칭 직후부터 현재까지(2020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누적 이용자 수는 140만 명, 앱 다운로드 수는 90만 건 이상을 기록했다. 1월까지의 앱 내 누적 거래액 규모는 약 28억 원 수준이며, 이번 2월의 경우에만 약 30억 원 이상의 앱 내 거래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는 수익모델을 가동하지 않고 있다. 최우선 목표는 많은 이들이 비대면 진료를 사용하고 익숙해지도록 하고, 원격의료가 국내에 안착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자는 것이다. 진료와 처방 외에 고객에게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영역이나, 고객의 불편한 부분을 찾아 해결할 수 있는 분야, 또는 헬스케어 디바이스 연계를 통한 라이프 스타일 분야 등에서 수익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 현 서비스 및 향후 서비스 개편 등에 대한 니즈 등 이용자 반응은 어떤가.
“닥터나우 비대면 진료 이용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리뷰 만족도는 평점 4.9점(5점 만점)이다. 앱사용 편의성과 시스템, 의료진 만족도에 대해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다. 비대면 진료와 처방약 배송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이용자의 니즈도 구체화되고 있다. 제휴의료기관 확장 및 배송 서비스 다각화 등 서비스 고도화를 진행하고 있다. 늘어나는 트래픽에 대비해 서비스 인프라도 확장 중이다.”
임경호 부대표는 이용자 반응이 좋게 나온 것을 두고 “비대면 진료 도입 단계에서 나왔던 일각의 우려가 기우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IT 기술적 뒷받침을 “더욱 공격적으로 확장하겠다”고 강조했다.
- 제휴를 맺은 의료기관과 약국은 수익 차원에서 닥터나우와의 제휴가 어떤 도움이 된다고 하나.
“작년 7월 기준 닥터나우 제휴 의료 기관의 매출은 전월 동기 대비 평균 350% 이상 상승했다. 우린 서비스 론칭부터 병·의원 및 약국 대상 제휴 수수료 ‘0원’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비대면 의료 업무에 필요한 각종 소프트웨어, 태블릿, 안전 패키지 등 무료 지원 혜택을 강화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경영난을 겪으며 폐업을 준비하다 우리와 제휴를 하면서 기사회생한 약국도 있다.”
- 현재가 우리나라에 원격의료 도입을 위한 골든타임이라고 밝혔다. 왜 그렇게 보나.
“원격의료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이미 형성됐지만, 사회적 합의 측면에서 속도를 낼 수 없었다. (코로나19 유행 하에서) 비대면 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된 이래 360만 건 이상의 비대면 진료가 이뤄졌다. 비급여 진료 항목까지 포함하면 1천만 건 이상의 비대면 진료가 시행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과 같은 초기 시점에 원격의료 도입에 대한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가설을 세우고 테스트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기간을 흘려보내고, 다시 원격의료가 장막 안으로 사라진다면, 대한민국에서 더 이상의 원격의료 논의는 무의미해질 것이다.
OECD 회원국 36개국 가운데 34개국이, 그리고 G7 국가 모두 원격의료를 시행하고 있다. 해외진출을 고려하느냐는 질문에 장지호 대표는 글로벌은 잘 되고 있고 한국이 원격의료를 가장 못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국가경쟁력 면에서도 관련 산업의 개화와 육성은 필요하다.”
임경호 부대표는 비대면 진료가 국민 편의성과 신뢰, 사회적비용의 절감 등 측면에서 효과성을 입증했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는 이 주장은 일견 설득력이 존재한다.
다만, 원격의료를 시행 중인 OECD 회원국과 우리나라 사례의 단순 비교는 다소 무리한 측면도 존재한다. 유럽 등 비대면 진료에 개방적인 국가들은 비대면 진료의 도입을 산업적 관점보다는 일차의료와 결부지어 접근하는 경향이 존재한다. 그들은 환자의 존엄을 위해 재택치료를 강조하고 있고, 이를 위한 대안적 방법으로 비대면 진료를 선택한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 과거 의약계는 닥터나우의 서비스가 의약품 오남용을 초래하고 약 배송 시스템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갈등을 빚었고 소송까지 이어졌다. 아직도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한 상태인지.
“닥터나우는 15개 원격의료업체와 함께 ‘원격의료산업협의회’를 결성해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원격의료 정착을 위해 산업계뿐만 아니라 정부, 의약단체가 지속적인 협의를 진행 중이다. 최근 서울시의사회의 ‘원격의료연구회’와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의 ‘원격의료연구특별위원회’ 등 의료계에서도 원격의료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올해는 반대를 위한 반대를 넘어서서 사안을 바로 직시하고 인지하고 함께 건설적인 방향에서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
소송 건과 관련해 대한약사회는 비대면 진료(유선 통화)부터 처방약 배송까지 정상적인 서비스를 받았음에도 ‘문자 진료’, ‘공사장 배송’ 등으로 주장했다. 진료를 진행한 의사가 마치 불법을 저지른 것처럼 발표하는 것에 대해 보호하기 위해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를 진행한 것이다.”
권덕철 복지부 장관은 언론 간담회에서 의정협의체를 통한 논의가 좀 더 이뤄져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산업부를 주무기관으로 해 발표된 디지털 헬스케어 육성 전략에서도 의료계와 정부의 검토가 좀 더 필요하다는 부분이 포함되기도 했다. 결론은 아직 이해당사자 사이의 추가 논의를 앞두고 있다는 이야기다.
- 많은 경우 원격의료 반대를 기득권의 논리로 이분화하는 경향이 존재하는데, 원격의료 허용 시 삼성이나 대형 포털사이트 중심으로 원격의료가 재편돼 의료영리화 불씨가 재점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 과정에서 스타트업들은 오히려 고사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그래서 우리처럼 원격의료에 대한 철학과 목표, 사명감을 가진 업체들의 약진이 중요하다. 단순히 ‘돈이 될 시장’이라는 동향 파악과 분석을 통해 뛰어드는 것보다는 말이다. 빅테크 기업에서 더 많은 고객 네트워크를 가지고 당연히 접근할 수 있고, 이미 시작도 됐다. 닥터나우의 서비스 형태를 위시한 수많은 플랫폼 신생 업체도 생겨났고 투자도 유치하고 있다.
시장의 건전한 경쟁과 관련해 전체 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산업이 고도화되며 동반성장한다면, 분명 이것은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다. 고객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하며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산업에 이롭다고 판단한다.
닥터나우는 비난을 최전선에서 홀로 맞아왔다. 비대면 진료 및 처방약 배송 실현에만 몰입해 원격의료를 안착시키고 고객 경험도 증대시키고 있다. 우린 의료 ‘슈퍼앱’으로 안착하려 한다.”
-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원격의료를 허용하자는 공감대는 존재한다. 허용 수위를 두고 정부도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대표적으로 초진환자에게까지 비대면 진료 허용은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 첨예한 사안에서 스타트업을 대표해 목소리를 많이 내왔다. 이로 인해 곤란한 일도 적지 않았을 텐데.
“대한민국의 의료 접근성은 높지 않다. 작은 땅, 도시밀집으로 인해 병원과 약국의 물리적인 거리가 가깝다는 것을 두고 의료접근성이 높다고 판단하지만, 의료 사각지대는 도서·산간·벽지가 아니어도, (대상이) 고령층이 아니어도 우리 주변에 존재한다.
지난 1월 12일 약 배달을 한 적이 있다. 용인 소재 한 건물 4층에서 비대면 진료와 약 배달을 이용한 고객이었는데, 해당 건물의 1층에는 약국이 6~7곳, 2~3층에는 병원이 가득 차 있었다.
직장인 중에는 단 10분의 자리를 비우고 진료를 볼 수 있는 여유도 없는 이들이 많다. 육아맘들도 마찬가지다. 본인이 아파도 아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야 하는 상황 자체가 부담이 된다. 밤에 아이가 열이 나면 부모는 응급실에 내원하지만, 그곳에서도 별다른 조치를 해줄 수 없다. 왜 열이 나는지 진단을 받고 위안을 얻어야 하는데 서로 답답해지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결국 의료 접근성은 다양한 사례에서 다시 고민해봐야 한다. 닥터나우는 이런 의료 접근성을 개선하고, 또 비대면과 대면진료 투트랙으로 대면의료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정부는 경증질환과 감기 진료를 비대면 진료로 하라고 한시적 허용 지침을 내린 것이 아니다. 감염예방법에 근거해 아파서 진료받기 위해 병원에 가서 밀집된 가운데 더 아파지는 상황을 막자는 것이다. 탈모 진료 역시 병원에 밀집하지 말고 비대면으로 받으면서 병원 내 감염을 최소화하자 취지다. 특히 질환이 오고가는 병원에서의 코로나 감염을 최소화하고 지금의 취지에 알맞게 국민의 안전과 편의성을 보장하는 방향이 중요하다.
의료는 초진과 재진, 경증과 만성질환 그 어떤 경계와 구분 없이 모두에게 공평하고 보편적으로 제공돼야 한다. 비대면진료의 허용 취지와 부족한 국내 의료 접근성에 대한 고찰에 대해서도 고민이 더욱 필요하다.”
임 부대표의 의료접근성에 대한 설파는 상당부분 공감된다. 다만, 제도적 관점에서 의료계와 협의로 의료법 개정이 이뤄져야만 비대면 진료가 허용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의료계를 설득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설득을 통한 법 개정에 정부가 과연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지 현재로선 다소 의문도 나온다. 국회에서조차 초진을 제외한 재진 등에 있어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자는 말이 나오는 이유는 이러한 이해당사자 사이의 합의를 통한 절차적 어려움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임 부대표의 지적은 의료전달체계와 응급의료기관 확충, 의료접근권이란 여러 산재한 의료계의 고질적인 어려움을 관통하지만, 해결 방안으로 비대면 진료가 ‘만병통치약’이 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럼에도 의료접근성에 대한 심도 깊은 고찰이 필요하다는 점은 시사 하는 바가 적지 않다.
-원격의료 허용 찬반을 두고 사회적 논의는 충분했다고 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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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논의 자체가 부족하다. 주무부처 기관과의 긴밀한 논의는 더욱 필요하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증가로 재택치료 중심으로 치료 체계가 개편되며 원격의료를 경험하는 이들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까지 진행된 사례들만 보더라도 원격의료는 이제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자 꼭 필요한 의료 서비스라고 볼 수 있다. 정부, 의료단체, 산업계가 원격의료가 성공적으로 안착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
임 부대표는 의료법 개정이 끝내 이뤄지지 않고, 현재의 비대면 진료 허용이 끝나면 당장이라도 문을 닫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그는 “2년여간 비대면 진료를 진행하며 상급 의료기관 쏠림 현상, 약물 오남용 등 일각에서 제기해온 우려가 대부분 기우였음을 증명했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