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 기술에 힘입어 보건의료 영역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전 세계는 디지털 헬스케어(Digital Healthcare)를 통한 신종 감염병, 초고령화 시대, 지역 간 건강격차 해소 등 우리 앞에 놓인 적대적 환경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를 디지털 헬스케어 원년으로, 지디넷코리아는 ‘미래의료’ 연재를 통해 국내·외 디지털 헬스케어의 산업 동향과 가능성 및 역작용을 분석함으로써 가장 정확한 전망을 제시할 것이다. [편집자 주]
‘굿닥’은 병원을 검색해주는 플랫폼이다. 회사를 설명하는 것들은 여럿이다. ▲앱 누적 다운로드 수 1천만 ▲매출 125억원(2022년) ▲제휴 병원(의원급) 6000개소 등. 임진석(40) 굿닥 대표는 모친을 위해 병원을 수소문했던 과거 경험에서 굿닥앱 아이디어를 착안했다고 했다.
굿닥의 서비스는 크게 모바일앱과 접수태블릿이다. 유저들은 모바일앱을 통해 ▲병원 검색 ▲병원 예약 ▲모바일 사전접수 ▲병원 방문기록 관리 ▲비대면 진료 ▲결제 ▲처방 ▲시술정보 제공 ▲병원 대기자수 확인 ▲약배송 서비스 등을 받을 수 있다.
현재 굿닥과 제휴를 맺은 의료기관은 총 6천개소다. 대부분 동네의원이 중심인데, 굿닥은 2만 개소까지 제휴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전체 의원이 6만여 개소임을 고려하면 전체 개원가의 3분의 1을 소위 굿닥이란 ‘가두리’ 안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굿닥이 제휴 의원을 늘리려는 이유는 첫째도, 둘째도 앱 트래픽 확대다. 단계는 ▲제휴 확대 ▲환자의 굿닥앱으로의 유입 유도 ▲재진률 제고 등이다. 이 중에서 굿닥이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두 번째다. 임 대표는 “유저의 트래픽을 통해 만들 수 있는 가치가 현재의 매출 가치보다 더 크다”고 말했다.
의료기관과의 제휴 과정에서 의사 면허증과 요양기관 코드 등 기본적인 정보 확인은 이뤄진다. 그렇지만 범죄나 의료과실 등 소위 ‘문제적’ 의사 및 의료기관을 걸러내는 것은 병원 리뷰에 의존하고 있다.
“문제가 있는 의사나 의료기관은 유저 리뷰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환자들의 알권리에도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가평가원에서는 이러한 정보를 알려주지는 않아요.”
유저가 리뷰를 남기기 전 의료기관에 내원했는지 여부는 5천여개소에 배치돼 있는 접수태블릿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환자들은 매달 평균 150만회 ‘체크인’을 한다.
앞서 굿닥의 서비스 가운데 하나가 접수태블릿이라고 밝혔다. 전자의무기록(EMR)에 연동되는 접수태블릿은 의원 입장에서 꽤 매력적인 서비스다. 환자의 내원기록을 관리하면서 데이터가 축적되고, 의료기관은 축적된 정보를 받을 수 있다. 또 스마트한 이미지 구축에도 도움이 된다. 물론 기대심리도 있다.
조금이라도 차별점을 두어야 생존이 가능한 개원가들은 굿닥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환자 유치라는 목표에 도움이 된다면 일단 도입하고 보자는 심리도 작용한다. 이를 통해 굿닥이 얻는 것은 많다. 제휴 의원의 수를 늘려 굿닥 앱의 사용빈도와 영향력 확대뿐만 아니라 좋은 리뷰를 받기 위한 의료서비스 질에 기여한다는 홍보 요소도 보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굿닥 앱의 사용빈도에도 도움이 되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셈이다.
굿닥의 회원 수는 750만여 명이다. 유저가 작성하는 병원리뷰는 50만여 건에 누적접수 건수는 3천500만 건을 넘는다. 사실 굿닥앱 내 리뷰는 의원 입장에서 부담이 되는 요소다. 의료 서비스질이 높다면 환자는 해당 의원을 다시 찾을 가능성이 높지만, ‘건강’이란 보건의료의 특성을 고려하면, 좋은 리뷰가 반드시 좋은 의료기관이란 ‘인증’하는 것만은 아니다. 임진석 대표는 “양에 승부를 걸고 있다”고 했다.
“인터넷 사업을 하다보면 리뷰에 대한 이른바 ‘진성’과 ‘가성’을 가려내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악성 리뷰의 패턴을 인공지능(AI)에 학습시켜 분리해낼 수 있을까요? 때문에 리뷰의 전체 건수가 중요합니다. 음해와 악성리뷰에도 ‘N수’가 많으면 신뢰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어떤 가치 판단에 의해 리뷰를 걸러내는 등의 개입을 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전체 리뷰 건수의 양적 해결이 신뢰를 확보하는 기술적 방법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반론도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에 메인 배치되는 뉴스가 여론을 주도하면서 특정여론을 조성한다는 비판이 일었고, 현재는 뉴스 배열 방식을 조정하고 있다. 또 비동의 영상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유통될 때, 플랫폼 사업자가 사실상 책임지지 않는 상황에서 피해자가 개별적으로 악성 콘텐츠 삭제를 진행해야 해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되기도 했다.
굿닥도 이러한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리뷰가 이른바 의료기관 줄 세우기로 작용하진 않을까? 임 대표는 “줄세우는 권력이 아닌 유저의 위치와 시간에 기반한 가치중립 정보를 제공할 뿐”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리뷰 리스크’도 없진 않았다. 임 대표는 “플랫폼은 리뷰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병원 원장 정보가 다른 사람으로 돼 있거나 리뷰에 대한 리스크도 있었어요. 환자가 특정 의료기관에 부정적인 리뷰를 남기자 의료기관이 그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이도 있어서 굿닥은 참고인으로 재판에 출석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병원 리뷰가 후기 광고로 간주될 수 있지 않느냐는 비판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리뷰에 대해 플랫폼이 자유롭다는 점은 기정사실화됐어요.”
굿막은 현재 기본·평가·기능 정보를 활용하고 있다. 기본정보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오픈 API 등이다. 평가정보는 리뷰와 별점레이팅이 있으며, 기능정보는 예약과 접수 등 태블릿 제휴처를 바탕으로 기능 연계한 정보 등이다.
비대면 진료의 주 사용자층은 중장년
임진석 대표는 굿닥을 포함한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에 ‘B학점’을 주고 싶다고 했다. 경쟁사 앱도 사용하고 있다는 그는 “국내 제품 품질이 좋아져서 자부심을 가질 만 하다”고 평가하면서도 “국내에 A점수를 줄 곳은 없다”고 웃었다.
“굿닥은 업력이 11년이나 됐으니 국내 관계 업체 중에서는 가장 오래됐죠. 상장까지도 경험해봤으니 별의별 일을 다 경험했죠. 높은 성장성을 증명해야 하는 과제는 여전합니다. 한계 이상을 해낸다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니 형이상학적인 이야기는 자본시장에서의 미사여구에 불과해요. 바라는 거요? 비대면 진료 규제와 의료데이터를 풀고, 핀테크에 접목하는 가이드라인을 헬스케어 분야에도 접목됐으면 해요.”
의료소비자의 디지털 역량이 향상되었지만, 비대면 진료의 주된 이용자층은 중장년층이다. 때문에 임 대표는 중장년층이 활용하기 더 쉽도록 앱을 만드는데 고민이 많다. 그는 “아직은 앱을 사용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비대면 진료를 젊은 층이 애용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접수는 45세~55세가 대부분입니다. 건강의 실제 수요는 베이비붐 세대가 가장 많지만, 디지털 수용도는 MZ 세대가 높습니다. 여기서 간극이 발생하죠. 굿닥이 45세~55세에게 접근이 더 쉽도록 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습니다.”
때문에 굿닥은 올해 플랫폼을 더 많이 알려지도록 저변을 넓히는 데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병원테블릿은 검색부터 보험 청구까지 좀 더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확대할 예정이다. 서비스의 양과 질 모두 넓히겠다는 것이다.
굿닥은 비대면 진료를 원하는 유저가 1분 이내에 의사와 매칭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는 화상과 음성 모두로 진행된다. 처방을 통한 약배송은 근거리 직접수령·1시간 내 퀵 배송·전국 택배 방식으로 이뤄진다. 최근 백령도에 약국이 문을 닫자, 굿닥은 백령도에 약배송 서비스를 실시했다. 꽤 회자가 많이 된 이벤트였다.
“비대면 진료를 바라보는 데 사회적 효용성은 분명해 보입니다. 시공을 초월한 의료접근성은 매력적이죠. 굿닥은 의료취약계층을 8개로 나뉘어 하나씩 사례화하려고 합니다. ▲군인 ▲도서지역 ▲이동노동자(택시·모빌리티 등) ▲지체장애인 등이 대표적입니다.”
비대면 진료와 약배송 서비스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오진·오남용·무진료·복약지도없는 약 전달 등이 그렇다. 임 대표는 경증 이상은 내원진료가 기본 원칙이라는 의료계의 방침을 거론했다.
“사실상 경증 외에는 비대면 진료가 어렵습니다. 오남용 우려는 심사평가원의 의약품 안전사용서비스(DUR)에서 통제가 되고 있어요. 복지부는 향정신성의약품 등에 대해 강한 제제를 하고 있어요. 화상 복약지도에 대해 고려 중이에요. 약계에서 반대하고 있어 설득이 쉽지 않지만 화상 복약지도가 우려를 극복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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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석 대표는 예후관리까지 가능한 앱을 만들고 싶다. 그는 “염증이 암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퇴원 이후 관리를 잘 하면 좋겠지만 현실은 복약·예후·재처방 관리는 이뤄지지 않죠. 제가 예방의학에 관심을 갖는 이유죠. 또 혈압·혈당 등을 기기와 연계해 매일 확인하면 리워드를 주는 시스템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