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파운드리(위탁생산)와 메모리 공장(팹) 가동률이 연이어 감소세를 보이면서 반도체 불경기가 길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특수로 100% 가동률을 기록하던 파운드리 팹은 올 1분기 평균 60~70%대까지 떨어졌다. 메모리 팹 가동률 또한 1분기에 80%대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업계는 2020년부터 약 2년간 코로나19로 IT 제품 수요가 늘자 팹 가동률이 100%를 기록하며 호황기를 누려왔다. 반도체를 만들고 싶어도 만들 수 있는 팹이 부족하자, 아쉬울 것이 없는 파운드리 업체는 1년에 여러 번 칩 생산 비용을 인상할 정도였다. 또 대량 물량을 주문하는 고객사를 선별해 주문받기도 했다. 반도체 리드타임(주문하고 받기까지 기간)은 통상적으로 12~16주였으나 1년 이상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중순부터 반도체 공급 상황이 달라졌다. 반도체 업계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여파로 소비 시장이 위축되기 시작했고, 팬데믹 완화로 외부활동이 늘자 IT 제품 수요가 줄어들었다"며 "IT 제조업체가 반도체 재고가 쌓이자 주문을 줄이거나 취소하면서 반도체 공장 가동률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대만 디지타임즈에 따르면 올 1분기 파운드리 1위 업체 TSMC의 팹 가동률은 평균 70%대를 기록 중이다. TSMC가 지난 14일 발표한 2월 매출은 전월(1월) 보다 18.4% 감소한 1631억7천만 대만달러(약 6조9천500억원)를 기록했다. 특히 작년과 비교해 첨단 공정인 6나노미터(nm), 7나노 칩 주문이 급격하게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그나마 3나노, 4나노 주문량이 늘면서 매출 감소 부분을 상쇄했다.
파운드리 2위 삼성전자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팹 가동률이 내려가면서 올 1분기 평균 80% 전후를 기록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매출은 전분기 보다 3.5% 감소한 53억9천1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트렌드포스는 "삼성의 고객사인 퀄컴과 엔비디아가 플래그십 하드웨어 제품에 사용되는 칩에 대한 주문을 TSMC로 할당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7나노 이하 노드에 대한 상당한 양의 수요를 잃었다"고 밝혔다.
UMC는 지난 1월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올 1분기 팹 가동률이 70%대로 감소한다고 전망했다. 그 밖에 글로벌파운드리, SMIC, PSMC 등도 70%대 팹 가동률을 기록 중이다. 넥스트칩은 지난해 4분기에 팹 가동률이 50~55%까지 떨어지며 감소폭이 가장 심각하다. 국내 파운드리 업체인 DB하이텍도 지난해 4분기 70%대까지 떨어졌다가, 올 1분기 80% 중반대로 회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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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업계도 수요 부진으로 팹 가동률이 줄어들었다. 트렌드포스와 증권사에 따르면 올 1분기 삼성전자의 D램 생산량은 월 1만장(10K) 수준이다. SK하이닉스의 D램 팹 가동률은 올 1분기 92%를 기록 중이고, 2분기 82%로 감소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의 팹 중 가장 큰 규모의 감산은 중국 우시(无锡) 팹에서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마이크론은 1분기에 D램 팹 가동률이 84%로 떨어졌으며, 올해 말까지 이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그 밖에 1분기 D램 팹 가동률은 난야 70%, 윈본드 50%를 각각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