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는 어떻게 파운드리 1등이 됐나...삼성전자, 추격 고삐

[시스템반도체 강국 도약하자] ① 파운드리 에코시스템 구축이 핵심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3/03/14 16:36    수정: 2023/03/23 13:35

미국과 중국 등 전세계가 '미래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반도체 기술과 생산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패권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국 또한 파운드리와 팹리스 성장을 통해 시스템반도체 강국 도약을 목표로 합니다. 한국은 메모리 시장에서 70% 점유율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는 2~3% 점유율로 미비한 수준입니다.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1위인 TSMC와 2위인 삼성전자의 점유율 격차가 매우 큽니다. 따라서 산업의 체질 개선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이에 지디넷코리아가 시스템반도체 산업 현황을 점검하고 우리 반도체 산업이 나아갈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TSMC 팹(사진=TSMC)

대만의 반도체 기업 TSMC는 전세계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에서 60% 가까운 점유율로 독보적인 1위다. 지난 13일 트렌드포스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TSMC의 점유율은 58.5%로, 2위인 삼성전자(15.8%)와 무려 3.7배 차이가 난다. 특정 산업군에서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한 기업이 차지한다는 점은 이례적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시장에서 도약하려면 반도체 에코시스템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TSMC는 ▲주요 핵심 고객사 다수 확보 ▲우수한 초미세 패터닝 기술 ▲극자외선(EUV) 장비 다수 보유 ▲강력한 에코시스템 ▲대만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등으로 파운드리 1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래픽=지디넷코리아

애플·엔비디아 등 핵심 고객사 다수 보유…탄탄한 매출 구조

TSMC는 1987년 설립돼 약 35년간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TSMC의 사훈은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다. 즉 철저하게 파운드리 부문에만 집중하며 전 세계 주요 팹리스 고객사들이 믿고 제품을 맡길 수 있도록 구축했다. 이른바 '슈퍼 을' 포지션을 지향한다. 반도체 부품과 세트(Set) 제품을 모두 영위하는 삼성전자와 비교된다.

이런 사훈과 기술력에 힘입어 TSMC는 애플, 엔비디아, AMD 등 핵심 고객사를 보유하며 단단한 먹이 사슬을 연결해 놓고 있다. 특히 애플은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에 탑재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전량을 최첨단 공정으로 TSMC에 맡기고 있다. 

TSMC 전체 매출 중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은 27%로 약 4분의 1에 달하며 매출 일등공신 역할을 하고 있다. 애플은 올해 출시하는 A17 바이오닉 AP도 TSMC의 3나노 공정으로 생산할 예정이다. 애플 뿐 아니라 샤오미, 오포, 비보, 화웨이 등 중국의 스마트폰 업체들도 TSMC에 AP 생산을 맡긴다. 모바일 AP는 가장 최첨단 공정 기술을 요구하는 반도체다. 

지난해 TSMC 전체 공정별 매출에서 첨단 공정인 5나노와 7나노 비중은 53%에 달한다. 그 중 5나노 공정 비중은 2021년 19%에서 2022년 26%로 7%포인트(P) 늘어나며 매출 기여도가 높아졌다. 

TSMC 2022년 공정별 매출 점유율(자료=TSMC)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TSMC는 올해 매출이 4%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라며 "작년처럼 매출이 30% 증가하고 50% 가까운 영업이익률이 나오지는 않겠지만 글로벌 반도체 불경기에도 홀로 성장한다는 것은 놀랍다"고 말했다. 이어 "모바일 AP에 이어 엔비디아, AMD의 HPC용 CPU, GPU까지 5나노 공정 생산에 들어가면서 최근 TSMC의 5나노 매출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며 "올해 1분기부터 TSMC가 4나노 공정 매출 비중도 공개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현재 TSMC의 4나노 매출에서는 퀄컴과 애플의 비중이 가장 높다.

TSMC는 미국 정부 지원으로 애리조나에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해 최첨단 공정 생산을 늘린다. TSMC가 2020년부터 건설 중인 애리조나 파닉스 1공장은 내년부터 5나노와 4나노 공정으로 생산하고, 파닉스 2공장은 2026년부터 3나노 공정으로 생산할 계획이다. TSMC는 이미 신규 공장에 애플, 엔비디아, AMD 등 대형 고객사 확보에 성공했다.

그 밖에 TSMC는 내년 말 가동을 목표로 일본 구마모토현에 12, 16, 22, 28나노미터(nm) 기반의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일본 신공장은 TSMC, 소니, 덴소의 합작법인 JASM이 운영하며, 일본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한다. TSMC의 신규 팹은 고객사로 소니를 확보한 셈이다. 

TSMC, 전세계 EUV 장비 중 70% 보유

TSMC는 우수한 미세 패터닝 기술과 함께 초미세 공정을 위한 극자외선(EUV) 장비를 최다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경쟁력으로 꼽힌다.

7나노 이하 미세공정으로 반도체를 생산하려면 네덜란드 장비 업체인 ASML의 EUV 장비가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파운드리 시장에서 EUV 장비를 보유한 업체는 TSMC와 삼성전자가 유일했으나, 파운드리 재진출을 선언한 인텔 또한 EUV 장비를 주문하기 시작했다.

ASML, EUV 장비 'NXE3460D'(사진=ASML)

TSMC는 지난해 기준으로 100대 규모의 EUV 장비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전세계 EUV 장비의 70%가 넘는 규모다. 2018년 처음으로 EUV 장비를 10나노급 이하 양산에 도입한 삼성전자는 지난해 기준 40~50대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TSMC와 삼성전자는 ASML의 차세대 장비 0.55NA급 EUV 장비를 처음으로 도입할 예정인 가운데, 삼성전자가 확보한 장비 수는 TSMC의 3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렇게 되면 TSMC와 삼성전자의 EVU 장비 보유수 격차는 더 벌어지게 된다.

EUV 장비는 조립에만 5개월 이상이 걸리는 등 1년에 만들 수 있는 수량이 한정돼 있다. ASML은 EUV 장비 출하를 2020년 20여대에서 작년 40대로 늘렸고, 올해는 60대를 목표로 한다. 즉, 구입하고 싶어도 줄서서 구입할 수 있다는 의미다. ASML이 '슈퍼 을'로 불리는 이유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EUV 장비를 수급하기 위해 2020년, 2022년 직접 네덜란드에 있는 ASML 본사를 찾아 경영진을 만났을 정도다.

가치사슬 동맹(VCA) 에코시스템으로 고객사 확보에 우위

TSMC는 협력사와 구축한 에코시스템도 고객사 확보에 큰 역할을 한다. TSMC는 일찌감치 2000년대 글로벌 고객사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VCA(Value chain aggregator, 가치사슬 동맹)라는 협력체를 구축했다. 또 TSMC의 전속 디자인솔루션파트너(DSP) 글로벌유니언칩(GUC)를 통해 고객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또 대만 정부의 세제혜택도 R&D 투자에 도움이 된다.

팹리스 업체가 반도체를 설계하면 TSMC는 협력사와 함께 공정 조건 설정, 마스크 설계, 노광 스펙 결정 등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팹리스 주문에 따라 VCA는 TSMC의 양산 공정 스펙에 맞춰 레시피를 만들어 준다.

2023년 TSMC의 전세계 VCA 파트너(IP, DSP 포함)(사진=TSMC)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TSMC는 단순히 위탁제조 업체의 역할에만 머물지 않는다"라며 "그동안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고객사의 엔지니어와 일일이 상의하면서 칩 설계를 사전에 수정하거나 더 최적화된 설계를 적극적으로 제안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는 요구 조건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애플이 기존 아이폰, 아이패드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에 이어 맥북(노트북)에 탑재되는 M1 칩까지 파운드리를 인텔에서 TSMC로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도 뒤늦게 2018년 3월 어드밴스드 파운드리 에코시스템(SAFE) 출범을 시작으로 매년 파운드리 파트너사를 늘려오고 있다.

'추격자' 삼성전자, 파운드리 시장서 빠르게 성장 중

반면,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에만 국한된 비즈니스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 장점이자 단점이다. 삼성전자는 2017년 5월 시스템LSI 사업부에서 독립해 파운드리 사업부를 신설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사업에서 쌓은 원가 절감과 공장 노하우를 바탕으로 빠르게 파운드리 시장에서 2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 부문이 삼성전자로부터 독립된 법인이 아니라는 점은 삼성과 경쟁관계에 있는 팹리스, IT 제조사들로부터 신뢰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에서 고객사와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9년 4월 30일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부품연구동(DSR)에서 시스템 반도체 비전을 선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삼성전자 또한 첨단 공정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6월 세계 최초로 3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을 기반으로 양산에 성공했으며, 고객사로 중국의 암호화폐 채굴전용 칩 설계 업체를 확보했다. 하지만 삼성의 고객사는 TSMC의 3나노 공정 고객사인 애플, 엔비디아 등 글로벌 IT 기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기업이라는 점에서 생태계 다양성이 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한 3나노 2세대 제품을 내년부터 양산할 계획이며, 2나노 1세대 개발에도 착수했다. 현재 평택과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내년 가동을 목표로 첨단 공정의 파운드리 팹도 건설 중이다.

유재희 반도체공학회 부회장겸 홍익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반도체 산업의 생태계는 IP, EDA, 소재, 장비, 팹리스, IDM, 파운드리, 후공정으로 이뤄져 있는데, 한국은 디자인 하우스(DSP), 최근에 힘쓰고 있는 후 공정(패키징 포함) 등이 대만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며 "대만 정부가 실시하는 전폭적인 조세 및 투자 지원 등 및 반도체 학과 증대 및 장기간이 소요되는 고급 인력 양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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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는 "삼성전자는 GAA 공정 개발로 기술 격차를 이어가고 고객사로부터 기술 유출에 대한 신뢰성 확보가 필요하다"며 "TSMC가 강조하는'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전략 보다 피부에 더 와닿을 수 있도록 글로벌 고객 지원에 힘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은 "대만은 TSMC를 중심으로 에코세스템이 잘 구축돼 있으나, 한국은 부족한 편이다"며 "파운드리 에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