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숙박업은 사실상 무법지대...규제샌드박스 왜 했나"

조산구 위홈 대표 "주권국가로서 '에어비앤비' 등에 의법조처 필요"

인터넷입력 :2022/12/11 09:00    수정: 2022/12/11 15:16

“이태원 사태처럼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가 불법 공유숙박에서 일어나기 전에 정부가 움직여야 한다... 에어비앤비의 치외법권적 규제 자유 탓에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 사업은 정상적인 진행이 힘들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도, 행정력 낭비 방지를 위해서도 주권국가로서의 의법조처가 필요하다.” (조산구 위홈 대표)

기존 사회의 문제들을 혁신하는 스타트업들이 입을 모아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제도 중 하나가 바로 ‘규제샌드박스’다. 신산업, 신기술 분야에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내놓을 때 일정 기간 동안 기존의 규제를 면제해주거나 유예시켜주는 제도다. 영국에서 핀테크 산업 육성을 위해 처음 시작됐고, 지난 문재인 정부가 규제개혁 방안 중 하나로 채택했다.

규제에 얽매이지 않고 대중들이 겪는 불편과 문제들을 푸는 데 집중할 수 있어 많은 스타트업들이 그 혜택을 통해 무럭무럭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런데 공유숙박업 분야는 법을 지키는 사업자만 ‘바보’가 되는 현실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조산구 위홈 대표

■ 문진석 의원 “불법 숙소 단속 82% 이상이 ‘에어비앤비’ 입점 숙소”

국내 스타트업인 위홈은 2019년 공유숙박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를 받아 제도권 내에서 사업을 전개했지만, 에어비앤비라는 ‘골리앗’ 앞에서 번번이 무릎 꿇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불법 숙소 단속의 82% 이상이 에어비앤비 입점 숙소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5만개가 넘는 에어비앤비 숙소 중 합법적으로 등록된 공유숙박은 전체의 10%에 해당하는 약 5천 곳 수준으로 추정된다. 공유숙박업을 영위하기 위한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이하 외도민업)은 지정이 까다롭고 내국인 숙박이 불법이다보니 미등록 숙소가 에어비앤비를 통해 중개된다는 지적이다.

문 의원은 지난 10월 국회 행안위 국정감사에서 “(에어비앤비는) 탈세문제뿐 아니라 안전위생 보건 규정 점검을 받지 않는다. 미성년 숙박, 마약 몰카 성범죄 위험에 노출될 수 있어 이용객의 안전에도 문제가 있다”면서 “숙박업 등록과 영업신고를 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등록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고 에어비앤비 측의 노력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 같은 지적에 에어비앤비 측에 문의한 결과 회사는 “해당 내용은 의원실이 정부 자료를 바탕으로 산출한 숫자여서 확인해 드리기 어렵다”며 “에어비앤비는 호스트들에게 제도 준수의 중요성을 계속해서 상기시키고 있다. 또한 합리적이고 지속가능한 제도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정부 논의에 참여하고 있다”고 답했다.

■ “마약 거래 플랫폼은 놔두고 마약한 사람만 단속하는 꼴”

그럼에도 에어비앤비 서비스 특징과 글로벌 사업자란 이유 등으로 합법적 숙소 등록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으며, 단속조차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게 위홈 조 대표의 주장이다.

조산구 대표는 “우리 정부는 에어비앤비는 놔두고 호스트만 단속한다. 비유하자면 마약을 거래하는 플랫폼은 놔두고 마약한 사람만 단속하는 상황”이라면서 “숙박업 문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문제인데 우리나라가 주권 국가인가 싶다. 불공정한 일이고 비상식적인 일을 놔두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유숙박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제공=위홈)

이어 그는 “위홈이 공유숙박업에 있어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를 받았다는 건, 이 울타리 밖에 있는 기업들은 불법이라는 뜻이다. 에어비앤비가 대표적인 불법 사업자”라면서 “에어비앤비는 치외법권적 규제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에어비앤비는 불법숙박 중개를 넘어 코로나 상황에서 불법 숙소에서의 불법 자가격리로 외래바이러스 유입을 통해 국민생명을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 공유숙박 실증특례 내준 과기정통부·문체부 “에어비앤비 단속 어려워”

위홈에 규제샌드박스 기술특례를 내준 과기정통부와 문체부에 확인한 결과, 두 부처는 에어비앤비와 같은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들을 단속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는 숙박업 관련 법안은 문체부 소관이라는 입장을, 문체부는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단속 권한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사업자 입장에선 부처 간 핑퐁 게임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과기정통부 디지털신산업제도과 관계자는 “공유숙박업 규제샌드박스는 문체부 의견을 받아 특례가 나갔다. 숙박업이다 보니 관련법상 문체부 소관”이라면서 “에어비앤비와 같은 기업들이 불법 영업을 하는 등의 문제가 있다면 이는 문체부 쪽에 문의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체부 관광산업정책과 관계자는 “불법 숙박업소를 단속했을 때 에어비앤비에 등재된 경우가 있었기 때문에 불법이 없다고 할 순 없지만, 전체가 불법이라고 보긴 어려울뿐 아니라 문화부에 플랫폼 기업 단속 권한은 없다. 공정위가 전자상거래법 등에 따라 단속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며 “지자체에서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에 시설 안전 점검을 나갈 때 불법 업소인지 여부를 단속할 때가 있는데 숙박객이 있는 상태에서 현장 채증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불법 업소가 적발된 경우는 거래된 플랫폼에 시정 요구를 하고 문제가 된 업소를 내리는 조치를 취한다”고 설명했다.

조산구 대표는 “불법 플랫폼 단속을 왜 안하냐고 문체부와 과기정통부에 문의하면 단속할 근거가 없다고 한다”면서 “그럼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를 왜 내준 것인지 모르겠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 위홈 2년 간 거래액 100억원...“서울 공유 숙박의 명품화 추진”

어려운 경쟁 환경 가운데서도 위홈의 지난 2년 간 전체 거래액은 100억원을 넘겼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자가격리 숙소 서비스를 제공하며 공유숙박 사업자들과 함께 어려움을 버텨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줄면서 숙박업도 큰 어려움을 겪었는데, 자가격리가 필요한 코로나19 확진자들이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숙소를 발 빠르게 제공한 것이다. 호스트 수익에도 도움을 줬을뿐 아니라, 코로나19 전파를 막는 수호대 역할까지 한 셈이다.

케이스테이 서울(제공=위홈)

시장 상황은 어렵지만 조 대표는 코로나 이후 공유숙박 수요에 대응하면서 관광경쟁력 제고를 위한 다음 단계의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이름은 ‘K스테이 서울’로 정했다. 한류로 서울을 찾는 관광객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므로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서울 공유 숙박의 명품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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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산구 대표는 “4천명 호스트당 1억원 숙박료의 수익을 가져다 줄 경우 1.6조원의 경제 유발 효과와 3천만원 일자리 5만4천개 창출이 가능하다”면서 “공유숙박 실증특례를 통해 합법적이고 빠른 외래관광객 숙소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의 본 취지에 맞게 사업 진행이 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대응을 해줄 것으로 요구한다”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