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목적의 의약품 자판기가 규제개혁이라는 것은 어불성설"

전국약사들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약자판기 저지를 위한 궐기대회 개최

헬스케어입력 :2022/06/20 11:17

"국민건강 파괴하는 약 자판기 결사반대" "안전성 보장 없는 약 자판기 결사반대"

19일 의약품 자판기 저지를 위한 전국 약사 궐기대회가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진행됐다. (사진=대한약사회 제공)

‘국민 건강권 사수를 위한 약 자판기 저지 약사 궐기대회’(이하 궐기대회)가 전국 약사회원 1천여명이 모인 가운데 19일 오후 용산대통령실 앞 이태원로에서 개최됐다.

의약품 자판기 논란은 2012년 쓰리알코리아가 기계를 개발하며 시작됐으나 2013년 보건복지부, 2014년 법제처의 유권해석에서 약사법 위법으로 판단하며 무산이 된 바 있다. 이후 2016년 국무총리실 산하 신산업투자위원회에서 의약품 자판기 설치 허용 방안이 규제 완화 대상으로 논의되고, 같은해 6월27일 관련한 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정부입법으로 발의됐으나 약사사회 등의 반대에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2019년 규제샌드박스 특별법 시행 이후 의약품 자판기 개발업체가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를 신청했고, 2021년 12월 열린 21차 ICT 규제샌드박스 심의위원회에서 차기 회의에서 재논의를 전제로 안건 상정이 보류돼 있는 상황이다.

이날 궐기대회에서는 약자판기가 궁극적으로 국민건강의 위해를 가져온다는 점을 알리고, 규제개혁의 허울을 둘러싼 실증특례의 문제점 등을 지적하는 한편 약 자판기에 대한 대안으로 정부차원의 심야약국 확대운영의 필요성 등을 전달하는데 집중했다.

최광훈 대한약사회장은 대회사를 통해 “약 자판기는 본질적으로 특정 기업의 수익 창출을 위한 수단일 뿐 심야시간 의약품 구입 편의성 증대는 국민을 속이기 위한 사탕발림에 지나지 않는다”라며 “오늘 이 자리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약 자판기 도입 시도를 분쇄하고, 보건의료의 가장 중요한 기본가치인 대면 원칙을 사수하기 위해 8만 약사의 투쟁의지를 밝히고 선포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지금의 규제개혁 실체는 일부 업자의 이익을 위해 국민건강과 안전을 돈벌이로 내몰려는 것”이라며 “지난 2011년 약사사회의 반대에도 정부는 일반의약품이던 자양강장제를 규제개혁이라는 명분으로 의약외품으로 전환했고, 그로 인해 우리의 미래인 청소년들까지도 고카페인 음료에 무방비로 노출되게 됐다. 이런 안타까운 일을 다시 겪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저와 8만 약사들은 국민건강과 의약품을 단순한 전시성 행정으로, 그리고 영리 목적의 희생물이 되도록 외면할 수 없다”며, “천박한 인식으로 국민건강을 취급할 수 없도록 우리가 끝장내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천명한다”고 강조했다.

박정래 충청남도약사회장은 대통령께 드리는 글을 통해 “약 자판기는 혁신적 기술과 기술의 집약화가 전혀 없는 단순한 자판기임에도 불구하고 첨단기술로서 실증특례 적용대상이 된 점”이라며 “편의성과 상업성에만 초점을 맞춘 약 자판기 도입 논의를 당장 멈춰 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국민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정책을 마련하고 실행해야 하는 책임이 있는 정부가 의약품의 무분별한 사용이나 부작용 양산이 뻔한 정책을 도입하려는 것을 국민과 약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라며 “타협을 위해서는 과학과 진실이 전제돼야 하는데 의약품을 공산품처럼 바라보는 기업 논리만 강조되는 약 자판기 논의에 우려를 표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신기술 서비스 심의위원회에 상정하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변정석 부산시약사회장은 국민에게 드리는 글에서 “의약품은 국민의 생명에 도움줄 수도 있지만, 잘못 사용되면 위협할 수 있기도 해 엄격한 법과 제도를 근거로 하고 있다”며 “국민 생명과 건강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보호장치인 의약품 대면판매 원칙을 규제개선이라는 미명하에 여론을 왜곡해가며 의약품 자판기 판매를 추진하는 안타까운 상황에 비통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의약품 구입 불편이 있다면 이를 보완하는 것이 우선이지 자판기에서 판매한다는 것은 바른 해결책이 될 수 없고, 약화사고 발생시 책임 문제도 있다”라며 “편의성만을 내세운 약 자판기로는 필요한 의약품을 구입할 수 없어 보다 실질적으로 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는 공공심야약국 확대 방안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19일 의약품 자판기 저지를 위한 전국 약사 궐기대회가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진행됐다. (사진=대한약사회 제공)

한편 이날 궐기대회에서는 ‘국민건강 위협하는 약 자판기 실증 특례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는 결의문이 채택됐다.

결의문에 따르면 의약품은 안전성이 최우선돼야 함에도 규제샌드박스를 통한 실증특례가 졸속으로 추진된다면 규제개혁이라는 자본의 논리로 그 어떤 것도 개혁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현재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약 자판기 도입 시도는 국민 건강과 안전은 안중에 없고 기업의 이익만을 고려한 특혜성 정책에 불과하다며, 약 자판기에 대한 구체적 사업계획도 없고, 약화사고 및 기계 오작동, 의약품 변질 등으로 인한 책임 문제 등 어느하나 해결된 것이 없음에도 일단 도입 논의부터 하자는 것은 무책임하고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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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환자 대면상담 원칙을 위반하고 기술 및 서비스 혁신성이 부족한 약 자판기 도입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담보로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맹목적 규제 완화 정책을 전면 철회하라’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보건의료제도에 대한 부적절한 규제개혁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등을 요구했다.

만약 약 자판기 실증 특례가 허용될 경우 비대면 진료 대응 약·정 협의 전면 중단과 동시에,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전면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