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국민연금 개혁에 밑그림이 공개됐다. 지난 4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결과 2057년으로 예측된 기금 고갈 시점을 늦추기 위해 현행 9%인 보험료율을 15%까지 점진적으로 인상하고, 수급 개시 연령도 현행 62세에서 오는 2048년까지 5년마다 1세씩 늦추는 방안이 제시됐다.
보다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위해서는 고령자에 양질의 일자리를 확대하는 등의 노동개혁도 함께 병행해야 한다는 방안도 제시됐다.
◇"국민연금 보험료율 현행 9→15% 올리면, 예측 고갈시점 16년 늦춘다"
9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 등에 따르면 전날 복지부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공동주최로 열린 '국민연금 전문가 포럼'에서는 현 정부에서 추진 중인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한 시나리오가 개진됐다.
당면한 연기금 고갈 문제와 관련해서는 보험료율이나 수급개시 연령을 조정하는 등 모수개혁 방안이 제시됐다.
국민연금연구원 유호선 연구위원은 "현행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15%까지 점진적으로 인상하면 2057년으로 예상했던 기금소진 시점을 최대 2073년까지 늦출 수 있다"고 밝혔다.
현행 9%인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2025년부터 매년 0.5%p 인상해 12년 뒤인 2036년까지 15% 올리면 기금 고갈 시점을 16년 정도 늦출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보험료율 인상 시 국민연금 최대 적립 기금도 기존 1778조원에서 3390조원으로 두 배가량 늘 것으로 예상했다. 국민연금 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는 시점도 기존 예상시점은 2042년에서 2056년으로 14년 더 늧출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보험료율 인상이 현실화 할 경우 급여에서 비과세를 제외한 '기준소득월액'이 500만원인 직장인의 경우 납부해야 할 부담금은 현행 22만5000원(4.5%)이지만, 2036년에는 37만5000원(7.5%)으로 15만원이 인상된다.
이 외에도 매년 0.2%p씩 30년에 걸쳐 보험료율을 미세하게 올리는 방안, 매 3년이나 5년마다 1%p씩 올리는 방안도 함께 제시됐다. 이같이 보험료율 인상 시기를 서서히 올리는 장기 시나리오의 경우에는 기금 소진 시점을 늦추는 효과가 10~15년 정도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보험료율 인상과 함께 연금 수급연령을 2048년 68세까지 5년마다 한 살씩 늦추는 방안도 나왔다. 이와 연계해 국민연금을 최대한 납부할 수 있는 연금 가입 연령도 현행 '60세 미만'에서 '67세'로 상향하는 안도 함께 거론됐다. 이 같은 방안을 활용하면 기금 소진 시점을 2년 정도 더 늧출 수 있다는 게 국민연금연구원의 판단이다.
연구원은 "2050년에 유럽연합(EU)과 주요 12개국 평균 연금 수급 연령이 약 68세인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보험료율 인상(최대 16년)과 수급 시점 조정(2년) 효과를 더하면 최대 18년간 기금 고갈 시점을 늦출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연금체계 '근본적 체질 개선'…"인구변화 고려한 노동개혁 병행돼야"
당장의 연기금 고갈 시점을 막기 위한 노력 외에도 연금체계의 근본적인 체질개선을 위한 노동개혁이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태석 한국개발연구원(KDI) 팀장은 '국민연금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한 노동시장 개혁과제 '주제 발표에서 "한국의 주된 일자리 퇴직연령은 50세 내외 혹은 55세 내외로 법적 정년인 60세보다 낮고, 성·학력·업종·직무 등에 따라서도 그 차이가 크다"며 "정년 연장 논의도 의미가 있지만 고령층 노동시장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 주된 정책 과제가 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를 위해 "직무급 임금제도와 직무별 연령차별 금지 등 기업 인사관리제도 혁신을 통한 취업자 근속기간 확대, 고령층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사정 공동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이기일 복지부 1차관도 "급격한 저출산 고령화로 국민연금 지속가능성 제고를 더는 미룰 수 없는 중대한 과제"라며 "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국가 경제에도 큰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요소인 만큼 오늘 포럼에서 재정안정화를 위한 보험료율 인상과 노동시장 개혁 방향이 함께 논의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행 국민연금 운용방식 문제는…'나갈 돈이 갈수록 더 많아진다'
국민연금은 사회보장 제도의 공적연금 특성상 인구변화 등 환경적인 부분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다.
예컨대 보험률 등의 인상 없이 현행 운용방식을 고수한다고 했을 때는 연금 수령 수급자의 수도 큰 변동 없이 유지돼야 하는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은 오는 2045년이면 세계 1위 일본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노인빈곤율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1위를 기록했다. 결국 연금을 내는 것보다 받는 이들이 갈수록 많아지면서 현행 체제에서는 '기금 고갈'이 빠르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가파른 인구 고령화 양상과 달리 연금 운용방식은 20년 넘게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현행 보험률은 소득월액의 9%대로, 22년째 유지 중이다. 소득대체율(수령 급여수준)은 40%로, 가령 월평균 100만원 소득자가 월 9만원의 보험료(직장가입자는 회사와 반반씩 부담)를 40년 동안 낸 뒤 연금수급 연령에 도달하면 숨질 때까지 연금으로 매달 40만원을 수령하는 식이다.
문제는 현행 운용방식이 그대로 유지될 경우 '기금 고갈'이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데 있다.
국민연금공단이 장기 재정 상태를 진단해 제도개선 방안을 제안한 제4차 재정 추계결과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은 2041년에 최고에 도달한 후 빠르게 줄어 2057년에는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했다.
2019년 나온 국회예산정책처의 적자 및 고갈 추정 시점은 이보다 더 비관적이다. 적자 시점은 2년, 고갈 시점은 3년 더 당겨졌다. 적립금이 바닥나면 그때부터는 현역 근로 세대의 급여를 곧바로 은퇴 세대의 연금으로 사용해야 한다. '적립식'에서 '부과식'으로 전환된다. 저출산·고령화를 고려하면 미래 근로 세대의 보험료 부담은 소득의 30%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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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지난 8일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지금의 보험료율(9%)로는 연금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있다"고 연금개혁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