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불 지핀 '망 무임승차 방지법' 논의 지지부진

상임위 차원 입법 공청회 개최 여부 미정...해외서는 입법 논의 활발

방송/통신입력 :2022/11/14 17:32    수정: 2022/11/15 07:42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9월 '망 무임승차 방지법' 심사를 위해 공청회를 진행한 이후 입법 논의가 답보 상태에 빠졌다. SK C&C 데이터센터 화재 등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고 여야 의원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국회에 따르면, 여야 의원들은 망 이용대가 법안 2차 공청회와 관련해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과방위 관계자는 "과방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차 공청회를 제안한 건 맞지만 이후 진전된 내용이 없다"고 설명했다.

과방위는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SK C&C 데이터센터 화재와 관련한 법안을 단독으로 다룰 예정이다. 망 무임승차 방지법을 포함한 다른 법안들은 추후 다시 논의할 계획이다. 

김경훈 구글코리아 대표가 10월14일 개최된 국회 정무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대상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참석해 질의사항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 한 관계자는 "여야 의원들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법안 심사가 적극적으로 이뤄지지는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만약 일정이 계속 지연될 경우 올해 안에 법안심사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과방위 의원들은 1차 공청회를 통해 인터넷사업자(ISP)와 콘텐츠사업자(CP)의 의견을 들었다. 다만, 지난 공청회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하며 반쪽으로 진행된 데다, 참석한 의원들도 현안에 대한 정리가 부족한 상태로 참석해 비판이 일었다. 이에 2차 공청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 글로벌CP 타깃으로 한 '망 무임승차 방지법'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망 이용계약 관련 법안은 ▲민주당 전혜숙, 김상희, 이원욱, 윤영찬 의원 ▲국민의힘 김영식, 박성중 의원 ▲무소속 양정숙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법안이다. 특히 업계는 윤영찬 의원안이 가장 마지막에 발의된 만큼 내용을 종합적으로 다루고 있다고 보고 있다. 

법안들은 세부적인 내용에는 차이가 있지만 큰 틀에서는 공통적으로 글로벌CP가 ISP에 정당한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이 담겼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법안 적용 대상은 대부분 '대통령령이 정하는 대규모CP'로 제한하고 있다. 병합심사 돼 나올 최종 법안도 발의된 내용들을 고려해 대형CP만을 대상으로 할 가능성이 높다. 

인터넷 통신 자료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에서 12월까지 국내 총 트래픽 소통량에서 1% 이상을 차지한 대형CP는 구글, 넷플릭스, 메타, 네이버, 카카오 등이다. 이 중 구글이 차지하는 비중이 27.1%로 가장 높았고, 넷플릭스(7.2%), 메타(3.5%), 네이버(2.1%), 카카오(1.2%)가 뒤를 잇고 있다.

업계는 지난해와 올해 총 트래픽 소통량 순위에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와중에 메타와 네이버, 카카오는 망 이용대가를 이미 지불하고 있어 실질적인 법 적용 대상은 구글과 넷플릭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구글과 넷플릭스는 지난달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망 이용대가 지급 여부를 두고 여야 의원들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당시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국내 매출을 명확히 공개하고 망 이용대가 납부에 따른 시장 위축 상황을 공개하는 것이 국내 인터넷 사업자를 존중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해외에서도 입법 논의 활발…ISP-CP 엇갈린 입장

ISP 업계는 전 세계적으로 망 무임승차 방지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고 밝혔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에서도 인터넷 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위해서는 CP가 망 이용대가를 지급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란 설명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빅테크 기업을 상대로 통신망 구축 비용 분담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연결인프라법(Connectivity Infrastructure Act)' 입법을 추진 중이다. '디지털 10년'에 따라 2030년까지 네트워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5G·광케이블 등에 대한 망 투자가 절실하나, ISP의 재정적 여력이 부족하다는 배경에서다. 

태극기-성조기 자료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미국에서도 빅테크 기업이 기금을 분담해야 한다는 내용의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7월 상원에서는 CP가 보편기금 부과의 타당성을 검토해 의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돼 현재 소위를 통과했다. 브랜든 카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은 "네트워크 발전을 위해서는 빅테크가 공정한 기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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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ISP 업계는 이미 인프라망을 완성한 상태로 미국·유럽과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기금 분담이 아닌 망 이용대가 지불을 강제하는 방식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는 일부 글로벌CP의 망 이용대가 지급거부가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불공정행위 시정에 초점이 맞춰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조대근 법무법인 광장 전문위원은 "트래픽 발생량에서 1~2위를 차지하는 글로벌CP의 망 무임승차는 그 자체로도 형평성에 문제가 되며 원래 그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최종 이용자 또는 다른 중소CP에 전가되는 문제를 야기한다"며 입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