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통신사들이 망 무임승차 방지법을 두고 가짜뉴스 유포가 심각하다며 반박에 나서기 시작했다.
인터넷 서비스 회사들이 전용회선 계약을 맺고 협상에 따라 관련 대가를 지불하는 반면, 국내 인터넷 트래픽 3분의 1을 차지하는 구글과 넷플릭스만이 이를 거부하면서 왜곡된 정보가 홍수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구글과 넷플릭스처럼 망 이용계약을 회피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 논의에서 비롯된 논쟁으로, 법안 내용을 두고 찬반의 논리전은 수용할 수 있지만 왜곡된 가짜뉴스는 더 이상 보고 있지 않겠다는 뜻이다.
문제는 글로벌 공룡 회사들은 뒷짐을 지고 있고, 국내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 가짜뉴스 확산에 내몰려있다는 점이다.
기업의 이해관계에 따른 실익을 따지는 주장과 달리 일반 유튜버들이 왜곡된 정보를 확대 재생산하면 법적인 책임에 내몰릴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양산되는 가짜뉴스가 회사의 이익이 막대한 침해로 여겨지면 유튜버 개인을 대상으로라도 법적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된다.
■ 한국만 망 무임승차 방지법 만든다?
한국에서만 망 무임승차 방지법을 마련하려고 한다는 주장이 대표적인 가짜뉴스로 꼽힌다. 해외 소식을 조금만 살펴보더라도 금방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반대를 위한 반대’ 사례로 흔히 나오는 이야기다.
우선 결론부터 살펴보면 유럽연합(EU)이 한국보다 훨씬 적극적인 입법 움직임을 갖고 있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이 EU 집행위원회에 법안 도입을 강력하게 건의하고 있고 EU 차원에서도 연내 법안 내용을 완성하겠다는 뜻을 천명했다.
유럽은 이미 구글과 같은 빅테크의 탈세 문제부터 심각하게 살피고 있다. 조세 회피부터 시작해 광고 사업을 위한 개인정보 수집도 민감하게 여기고 있다. 최근에는 미성년자 개인정보 취급이 화두가 되고 있다.
내년 시행을 앞둔 디지털시장법이나 이미 시행중인 개인정보보호규정(GDPR)과 같은 관련 법제도 마련에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이유다.
망 무임승차 역시 유럽 국가들이 골칫거리로 여기는 문제다. 일부 콘텐츠 서비스 회사(CP)들이 시장 지배력을 무기로 현지 통신사와 비대칭적 협상을 이어가고 있고, 일부 미국 기업에 수익이 집중되는 반면 유럽의 네트워크 인프라 투자 여력은 심각하게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 차원의 공정한 망 투자 기여 성명 외에도 유럽의 통신사업자연합회(ETNO)가 더욱 강력한 차원에서 일부 글로벌 CP에 망 투자 분담을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유럽 정책 입안자들의 고민과 정서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근대화 시기에 기초 과학기술의 발전은 유럽인들이 이끌었지만 이를 바탕으로 발전한 디지털 기술 기업들이 미국의 자본에 힘 입어 유럽 시장을 지배하고 여기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이에 따라, 일부 독점적인 서비스와 생태계를 갖춘 미국 디지털 기업에 대해 규제 필요성을 논의하고, 특히 인터넷 데이터 트래픽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망 투자에 책임을 회피하는 일부 기업을 겨누는 논의가 오가게 됐다.
이밖에 유럽 외에 망 무임승차 방지법이 여러 나라에서 논의되기 시작한 이유부터 살필 필요가 있다.
일반 인터넷 서비스 가입자는 물론 콘텐츠 서비스로 사업을 하기 위한 기업은 서비스 지역에서 전용회선 등의 이용계약을 맺고, 서비스 안정화를 위한 네트워크 용량에 대해 협상에 따라 관련 비용을 지불한다.
반면, 전체 인터넷 트래픽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구글과 같은 일부 회사는 협상력의 차이를 힘을 앞세우며 이같은 시장 질서를 무시하는 사례가 중국과 같은 나라를 제외한 모든 곳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인터넷 서비스 기업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통신 3사를 상대로 망 이용대가 역차별을 문제 삼은 일도 주목할 점이다. 구글과 같은 해외 기업에 망 이용대가를 받지 못하고 국내기업에 갑질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었지만, 공정위의 판단은 오히려 통신 3사가 해외 기업에 갑질을 당하고 있는 사례로 판단했다.
■ 망 무임승차 방지법 통과되면 한국 콘텐츠기업 해외 진출 어렵다?
망 무임승차 방지법이 통과되면 국내 CP가 해외 진출이 어려워진다는 주장은 인터넷 서비스의 기본적인 이해 부족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일반 인터넷 이용자가 어떤 콘텐츠를 이용하더라도 CP가 어느 한 곳의 통신망에는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는 형태의 계약이 이뤄진다. 인터넷 연결이 이뤄지지 않은 PC에 저장된 파일을 누구도 접근할 수 없는 것과 같은 논리다.
어떤 기업이라도 자신의 콘텐츠를 서비스하기 위해서는 통신망 위에 콘텐츠를 올려둬야 한다. 회사의 서버에 기업전용회선을 국내 또는 현지 국가에서 연결시키거나, 통신사와 망 이용 계약을 맺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서비스 지역에 콘텐츠 전송 인프라를 갖춘 CDN 회사와 계약을 맺어야 한다.
구글, 넷플릭스와 같은 특수한 기업을 제외하고 모든 콘텐츠 기업이 일반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를테면 어떤 온라인 게임이 한국에서 인기를 끌어 많은 이용자들이 몰리면 국내 서버 증설에 나서는 것과 같은 이치다.
여러 대의 서버에 인터넷 연결을 가정용 와이파이 수준의 대역폭으로 하지는 않는다. 안정적인 게임 운영을 위해 통신사와 계약을 맺고 데이터 전송 용량을 늘리게 된다. 이런 식으로 망 이용대가가 오가는 것이다.
단순 퍼즐 게임과 달리 실시간 접속과 플레이가 이뤄지는 게임에서 특정 통신사에 가입된 이용자들이 갑자기 접속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대게 이와 같은 망 이용계약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때 빚어지는 일이다.
데이터 전송 용량이 크지 않다면 국내 통신사와 망 이용계약을 맺고 해저케이블을 거쳐 현지 통신사로 접속하는 방식을 택하게 된다. 이와 달리 해외 특정 국가에서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현지 통신사 또는 CDN 회사와 적정 전송 용량 계약을 맺게 된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구글은 서비스 지역마다 캐시서버를 올리고 관련 비용 계약을 거부하고 있다.
또 SK브로드밴드와 법적 분쟁을 일으키고 있는 넷플릭스는 자체 CDN 서비스를 일본 도쿄와 홍콩에 구축해두고, SK브로드밴드로 직접 연결되는 900G 급의 해저케이블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으나 관련 재판 1심에서 완패했다.
■ 인터넷 전송은 무료다?
지난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망 무임승차 방지법에 대한 찬성 반대 의견을 묻는 공청회 자리에서 “인터넷 전송은 무료”라는 취지의 발언이 나와 국회는 물론 통신사들을 놀래킨 일이 있다.
망 무임승차 방지법을 반대하는 진영을 대표해 나온 한 법대 교수의 발언으로 “인터넷은 모두가 데이터 전송을 하면 아무도 전송료를 낼 필요가 없다”, “정보 전달 시 실제 발생 비용은 제로다” 등의 주장을 펼쳤다.
통신업계에서 이 같은 발언을 매우 황당해 했는데, 이 논리가 오히려 인터넷 전송은 무료라는 넷플릭스의 주장에 배치되는 얘기였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측은 세계 여러 국가 통신사에서 자체 개발 CDN 서비스인 오픈커넥트(OCA)를 채택, 2020년 기준 12억 달러 규모의 트래픽 비용을 절감했다고 밝혀왔다. 또 OCA 개발에 1조원 이상을 쏟았다고 강조했다.
국내에 처음 넷플릭스 서비스가 시작될 당시 미국 시애틀의 아마존웹서비스(AWS)에서 국내로 트래픽이 전송됐다. 넷플릭스는 모든 IT 시스템을 AWS로 이관하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AWS의 인프라 자원과 아카마이 CDN을 활용하던 넷플릭스는 2018년 망 연결지점을 자체 개발 OCA가 위치한 일본 도쿄로 옮겼다.
“인터넷 전송은 무료”라는 교수의 발언이 맞는다면, 넷플릭스는 전송료도 낼 필요가 없는 데이터 트래픽 비용을 줄이기 위해 OCA 개발에 1조원을 썼다는 것이다. 또 한국의 넷플릭스 시청자들은 시애틀에서 해저케이블을 통해 접속하면 되는데 이유 없이 일본으로 망 연결지점을 옮긴 것이 된다.
해저통신케이블 투자에 가장 적극적인 구글 역시 인터넷 전송은 무료인데 필요없는 투자를 이어가는 회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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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와 재판 과정에서 인터넷 접속과 전송은 구별되는 개념이며, 전송은 무료라는 주장을 펼치다가 1심에서 패소했다.
이후 2심 항소 과정에서는 무정산 합의 등을 두고 다투고 있고 인터넷 전송은 무료라는 주장을 펼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