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인간, 누군가에겐 구원이자 기회"

오제욱 디오비스튜디오 대표 "가상인간 전망 밝다…내년쯤 일상화"

인터넷입력 :2022/09/09 09:00    수정: 2022/09/09 18:40

영화·드라마·광고·라디오 등 방송 출연은 연예인들의 ‘전유물’이었다. 최근 변화가 감지된다.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메타버스가 주목받자, 가상인간이 인간 자리를 대체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된다. 아직 보완할 점이 많지만 때때로 사람으로 오인할 만큼 완성도가 높은 경우도 많아졌다.

오제욱 디오비스튜디오 대표는 팬데믹 이후 이런 기류가 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재작년 가상인간 전문 스타트업 디오비스튜디오를 세우고, 인공지능(AI) 딥러닝을 토대로 기술 개발에 전념했다. 실사로 촬영한 동영상에 가상 얼굴을 합성하는 방식으로, 변환 기술을 통해 AI가 얼굴을 이해하고 데이터를 활용해 이를 변환할 수 있도록 자체 기술을 구축했다.

디오비스튜디오 비즈니스모델(BM)은 대개 기업간(B2B) 거래로 이뤄진다. 광고나 서비스 홍보를 위한 모델을 필요로 한 회사에서 문의하면, 디오비스튜디오가 방향을 설정해 내용물에 걸맞은 가상 얼굴을 기획하고 만들어낸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플루언서들도 디오비스튜디오의 가상인간을 쓴다. 이름은 ‘루이’ ‘아일라’다.

(사진=디오비스튜디오)

그룹 울랄라세션의 고 임윤택과 가수 고 유재하의 얼굴과 목소리를 복원한 것도 디오비스튜디오다. ‘릴 미켈라’ ‘구기몽’ ‘로지’ 등 국내외 시장에서 가상인간이 큰 호응을 얻을 때, 오제욱 대표는 앞으로 내수 시장에서 해당 사업이 활성화할 것으로 확신했다고 한다.

지난달 말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오제욱 대표는 LG상사·골프존·SBS 등에 적을 두다가, 2015년 스타트업에 뛰어들었다. 디오비스튜디오는 오 대표가 총 아홉 차례 이직, 세 차례 창업 후 설립한 회사다.

[오제욱 디오비스튜디오 대표와 일문일답]

Q. 가상인간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습니다. 이전부터 예상하셨나요.

“창업을 준비하면서 스타트업 심사역 활동을 병행했어요. 사업 선택지가 많았고, 다중채널네트워크(MCN) 사업이 흥미롭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한국에선 해당 분야가 떠오르긴 어렵다고 판단했어요. 이때 해외 시장에서 다방면으로 활약하는 가상인간을 봤습니다. 기업과 크리에이터·이용자 모두 재미를 볼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죠.”

Q. 투자 상황은 어떤가요.

“프리A 투자받았습니다. 시리즈A 준비하고 있고요. 내외부적으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오제욱 디오비스튜디오 대표.

Q. 미디어 노출이 잦지만, 아직 가상인간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내는 이들도 많습니다.

“대중에게 매력을 어필하기엔 아직 부족한 점들이 많죠. 하지만 산업 전반적으로 살펴보면 전망이 밝다고 봅니다. 구조적이고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있으니까요.”

Q. 어떤 문제를 해결하나요.

“최근 한 대형 방송사 관계자가 연예인에게 지급하는 개런티가 부담된다며 하소연했어요. 높은 비용이 반드시 좋은 결과물로 직결되지 않는 거죠. 영상 콘텐츠 제작자들은 매우 공감할 주제일 겁니다. 가상인간은 이런 업계 고질적인 문제를 해소하고 있어요. 개개인보다 기업, 방송가에서 가상인간에 열광하고 있다는 이야깁니다.”

Q. 향후 과제는 대중적인 관심이겠네요.

“그전에 기술 고도화에 따른 비용 효율화 등 관문을 거쳐야 한다고 봐요. 아직 도입기 단계죠. 기업들의 ‘러브콜’에서 전 국민이 신뢰하는 가상인간으로 발돋움하려면 좀 더 현실감 있는, 혐오감이 덜한 형태로 진일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디오비스튜디오의 가상인간 루이(좌), 아일라(우).

Q. 사업 안정기, 그러니까 가상인간이 일상화 할 시기를 전망해주신다면.

“내년쯤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이미 여러 기업이 움직이고 있어요. 중요한 건 국민 눈높이에 맞게끔, 양질의 가상인간을 선보여야 한다는 겁니다.”

Q. 가상인간이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는 점에서 기피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연예인 한 명에 코디·매니저 등이 뒤따르듯 하나의 가상인간을 제작할 때 많게는 수십 명의 인력이 필요해요. 품질 제고를 위해선 제작자와 그래픽 디자이너까지 곁들여야 합니다. 인간의 역할을 뺏기보단, 오히려 일자리 창출 효과 등이 발생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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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가상인간 선도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대표로서 목표는 무엇인가요.

"'멀티 페르소나'가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세상을 만들고 싶습니다. 외모를 숨기거나, 혹은 익명을 바라는 이들이 굉장히 많아요. 가상인간 기술은 누군가에겐 구원이자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