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전문가 60% "반도체 산업 내후년에도 위기"

대한상의 조사…"외교·인력·R&D·투자 지원 필요"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2/09/05 06:00    수정: 2022/09/06 08:53

반도체 산업 단지가 꾸려질 경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사진=용인시)
반도체 산업 단지가 꾸려질 경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사진=용인시)

한국 반도체 산업 위기가 내후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1년 전보다 7.8% 줄면서 2년 2개월 만에 역성장을 기록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달 16일부터 25일까지 반도체 산업·학계 30명에게 국내 반도체 산업 경기 인식을 조사한 결과를 5일 발표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이 위기라는 전문가 10명 중 6명은 어려운 상황이 금세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응답자의 58.6%가 내후년 이후에도 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내년까지’(24.1%), ‘내년 상반기까지’(13.9%), ‘올해 말까지’(3.4%)라는 답변이 많았다.

자료: 대한상공회의소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세계적으로 반도체 수요는 줄었는데 재고가 늘어 값이 떨어졌다”며 “미국과 중국이 기술 패권을 다투는 가운데 중국은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혔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는 3분기에도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2분기보다 10% 넘게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응답자의 43.4%는 한국 반도체 산업이 처한 상황이 2016~2019년보다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매우 심각(16.7%)’하다거나 ‘심각(26.7%)’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2016년은 중국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진출하면서 4년간의 수출 증가세가 꺾인 해다. 2019년에는 미·중 무역 분쟁과 세계적인 반도체 불황으로 수출이 1년 전보다 26% 줄었다.

한국·미국·일본·대만 4개국 반도체 협의체(칩4) 논의가 국내 반도체 산업에 부정적이라는 관측이 46.7%로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예상(36.6%)보다 많았다.

박진섭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칩4 대화에 참여해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과 연구개발(R&D)·공급망 협력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면서도 “중국 반발이 염려된다”고 우려했다.

자료: 대한상공회의소

‘미국의 반도체와 과학법’ 영향은 ‘긍정적’ 예측이 50%로 ‘부정적(40%)’보다 높다.

정의영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세계 반도체 공급망이 미국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며 “중국 투자가 제한되지만 반도체 개발·설계 기술이 뛰어난 미국한테서 얻을 게 클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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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산업에 시급한 정책으로는 ‘칩4 대응 등 정부의 원활한 외교적 노력(43.3%)’, ‘인력 양성(30%)’, ‘R&D 지원 확대(13.3%)’, ‘투자에 세제·금융 지원 확대(10%)’, ‘반도체 소재 공급망 안정(3.4%)’을 차례로 꼽았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반도체는 한국 수출의 5분의 1을 책임진다”며 “해외 기술 기업 투자‧인수 제도 개선과 반도체 경쟁국 사이 적극적인 외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