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진하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 얼마나 위협적인가

[반도체가 미래다-1부]⑫ 2025년 자급률 70%…장비수입도 세계 최고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2/08/11 10:12    수정: 2022/08/12 13:30

반도체 없이 살 수 없는 시대가 왔습니다. 반도체는 이제 사회와 산업의 생명수이자 권력입니다. 모든 것을 움직이고 연결할 수 있지만, 모든 것을 멈추고 파괴할 수도 있습니다. 1960~1970년대 노동집약적인 우리 경제를 첨단·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탈바꿈시킨 반도체가 이제 기술 패권 경쟁과 4차 산업혁명 속에 새로운 시대를 맞았습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국내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생태계 확장은 어느 때보다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지디넷코리아가 창간 22주년을 맞아 '반도체가 미래다' 시리즈를 3부에 걸쳐 연재합니다. 우리 수출 산업의 첨병을 넘어 경제 안보 자산으로 평가 받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현주소를 면밀히 짚어보고, 무엇을 준비하고 미래를 어떻게 설계해야 할지 방향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1부: 세계는 반도체 전쟁

2부: 한국 반도체 신화는 계속된다

3부: 전문가에게 듣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2018년 4월 26일 허베이성에 있는 우한신신반도체(XMC) 제조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사진=신화=뉴시스)

2015년 중국은 ‘2025년 반도체 자급률 70%’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른바 '반도체 굴기 선언'이었다. 

그 때 이후 중국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다. 최근 몇년 동안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가장 괄목할 성장세를 보였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 선언은 한국에겐 기회이면서 위협 요인이다. 한국의 최대 반도체 수출국이면서 잠재적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칩4(Chip4)’를 둘러싼 미묘한 갈등이다. 

칩4는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동맹이다. 한국·일본·대만과 함께 칩4 동맹을 꾸려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하자는 것이 미국의 복안이다. 중국은 칩4가 자신들을 포위하려는 목적을 가진 동맹이라면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현재 일본과 대만은 칩4 참여 제안을 받아들였다. 한국도 예비회의에 참여하면서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 중국이 발끈하고 나선 것은 당연한 반응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오른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월 20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사진기자단=뉴스1)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 보여 

중국 반도체 굴기의 위력을 보여주는 사례는 많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블룸버그통신 집계다. 블룸버그는 최근 1년 동안 가장 빠르게 성장한 반도체 기업 20곳을 추렸다. 그런데 그 중 19개가 중국업체였다. 2020년에는 세계 20위권 가운데 중국 기업이 8곳이었다. 

중국 반도체 제조사 씨코어의 지난해 매출이 1년 새 338% 폭증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 캠브리콘 매출도 144% 증가했다. 반도체 설계 도구를 만드는 프리마리우스(100.4%)도 2배 넘게 성장했다.

중국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 중신궈지(SMIC)와 화홍반도체는 상하이 공장을 최대 용량으로 가동하고 있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 중신궈지의 1분기 매출은 66.9% 늘었다. 같은 기간 세계 1위 파운드리인 대만 TSMC 매출 증가율은 35.5%였다. 

중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반도체 관련 기업의 매출은 18% 증가하면서 1조 위안(약 193조원)을 돌파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에서 두번째)이 6월 14일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있는 ASML 본사에서 반도체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에 반도체 장비를 팔지 말라"고 ASML에 요구했다.(사진=삼성전자)

2년째 반도체 장비 최다 수입

반도체 장비 쪽으로 눈을 돌리면서 중국의 위력은 더 크게 다가온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은 1년 전(187억 달러)보다 58% 늘어난 296억 달러(약 39조원)어치의 반도체 제조 장비를 수입했다. 전년에 이어 2년 연속 최대 수입국이었다. 

한국이 55% 증가한 250억 달러로 뒤를 이었다. 다음으로 대만(249억 달러), 일본(78억 달러), 북미(76억 달러) 순이다.

미국 제재가 중국의 반도체 제조 열풍을 부추겼다는 의견도 있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는 미국이 중국 회사를 제재해 오히려 중국이 반도체를 전자 산업 발전의 바탕이라고 인식하며 미국보다 앞서는 기술을 개발하려고 나섰다고 지적했다.

이미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미국 반도체 장비를 못 사면 한국 반도체 장비 업체에 기회”라면서도 “한국과 중국의 반도체 장비 기술 격차가 좁혀져 위협도 공존한다”고 말했다.

김다인 KOTRA 상하이무역관은 “하위 시장에서 수요가 호황인데다 정부 투자에 힘입어 중국은 일부 반도체 시장에서 점점 더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분석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이 2020년 5월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을 점검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반도체 소재 내재화율 6년 새 10%p 올라

지난해 중국이 조달한 반도체 소재의 27%가 국산이다. 2015년 17%이던 반도체 소재 내재화율이 6년 만에 10%포인트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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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는 해외 반도체 의존도를 줄이려고 경쟁력 있는 강소기업을 키우는 ‘작은 거인’ 프로젝트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 붓고 있다. 미국 제재를 피하고자 ‘바이 차이나(Buy China)’도 장려한다. 중국 반도체 회사는 자국에서 52개 공장을 돌리고 있다. 삼성전자 시안 공장, SK하이닉스 우시 공장, TSMC 난징 공장 등 해외 기업도 중국에서 68개 공장을 운영한다.

이미혜 선임연구원은 “중국 낸드플래시 기술 수준이 올라가 경쟁이 심해졌고 파운드리 성숙 공정에서도 중국이 투자를 늘려 한국 입지가 좁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반도체가 전략 산업으로 꼽히면서 주요 국가가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는 만큼 한국 기업은 중국의 추격뿐만 아니라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대비해 기술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