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형 전환 속도 내는 KT…계열사 재편에 IPO도 속도

밀리의서재 IPO 순항…케이뱅크는 '글쎄'

방송/통신입력 :2022/09/02 16:20    수정: 2022/09/03 11:00

KT가 계열사를 재편하며 지주형 회사 전환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KT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즌이 CJ ENM 티빙과 합병을 발표한 데 이어, 스카이TV와 미디어지니도 합병을 의결했다. 밀리의서재와 케이뱅크는 연내를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 KT는 사업조직 개편을 통해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스카이TV는 지난 1일 이사회를 열고 미디어지니와의 합병 안건을 의결했다. 합병은 스카이TV가 미디어지니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합병법인의 지분은 KT스카이라이프가 62.7%, KT스튜디오지니가 37.3%를 보유하게 된다. 

업계는 이번 합병을 KT의 지주형 회사 전환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앞서 구현모 KT 대표는 지난 3월 "지주회사는 아니지만 지주형 회사로의 전환에는 분명히 관심이 있다"며 강력한 의지를 나타낸 바 있다. 자회사 조정, 본사 사업 분리, 지주형 회사 전환 등을 통해 KT의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 KT는 왜 지주형 회사로 전환하려 할까

KT의 계열사는 50여개에 이른다. 업계에서는 KT가 사업구조를 재편하면 다양한 방식으로 각 계열사끼리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KT 본체에는 그룹 지휘부 역할과 핵심자산만 남기고, 신사업과 각 계열사를 분리시켜 자체적으로 성장시키면 계열사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구 대표는 취임 후 KT 계열사를 미디어, 금융, 고객서비스 등으로 나누고 있다. 비슷한 역할을 하는 계열사를 서로 묶고 있으며 '디지코(DIGICO)' 방향성에 맞지 않거나 수익성이 낮은 자회사를 매각하는 데에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주회사가 아닌 지주형 회사로 전환하려는 이유는, 금융계열사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서로의 업종을 소유하거나 일정 지분 이상 지배할 수 없는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지주회사 전환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증권가에서는 KT가 지주형 회사로 전환하면 기업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KT는 장기적으로 지주형 회사로 전환하고 자회사의 IPO를 추진하며 조직을 간소화하고 신사업을 활성화함으로써 기업가치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KT, 계열사 재편 활발…자회사 매각 논의도

KT는 금융 분야에서는 BC카드 아래에 케이뱅크를 두는 구조를 갖췄다. 고객서비스 분야에서는 KT IS 아래에 KT CS를 배치했다. 최근 KT는 KT스튜디오지니를 컨트롤타워로 두고 미디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관련 계열사를 활발하게 재편하고 있다. 

KT는 지난해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해 KT스튜디오지니를 신설했다. 당시 KT는 KT스튜디오지니를 핵심 축으로 두고 다른 미디어 사업을 아우르는 제작비 회수 구조를 형성하겠다고 밝혔다. 스토리위즈와 밀리의서재가 가진 원천 지식재산권(IP)으로 KT스튜디오지니가 콘텐츠를 제작하고, 이를 스카이TV 등으로 유통한다는 전략이다.

이후 KT는 KT스튜디오지니 아래에 스토리위즈와 지니뮤직, 밀리의서재 등을 자회사로 편성했다. 채널을 담당하는 스카이TV와 미디어지니는 11월 1일을 기일로 합병해 채널 경쟁력을 강화했다. 

OTT 시즌도 티빙과 합병을 통해 유통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시즌과 티빙의 합병기일은 오는 12월 1일로, 합병이 완료되면 KT스튜디오지니는 합병법인의 지분을 취득해 3대 주주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구 대표 취임 이후 KT는 자회사 매각에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구 대표는 최근 앞으로의 KT 방향성인 디지코와 맞지 않거나 수익성이 저하된 사업 부문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무선통신 관련 계열사 KT파워텔은 아이디스에 매각됐으며, 브랜드 택시 운영과 관제 시스템을 개발하던 오토피온도 올해 초 나린홀딩스에 팔렸다.

KT는 해저케이블을 담당하는 KT서브마린도 LS전선에 매각하는 방향을 논의 중이다. KT와 LS전선은 현재 인수가를 조율하고 있으며 협상이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IB) 업계는 KT링커스와 KT텔레캅도 잠재적인 매물로 보고 있다.

■ IPO 준비 중인 밀리의서재·케이뱅크, 전망은

반면 밀리의서재와 케이뱅크는 연내를 목표로 IPO를 준비하고 있다. 밀리의서재는 지난달 25일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 예비 심사 승인을 받았다. 밀리의서재는 6개월 내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업계는 올해 상반기 밀리의서재가 흑자전환한 만큼 상장도 무리없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밀리의서재 모회사인 지니뮤직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도서 관련 콘텐츠 사업 매출은 214억300만원으로, 지니뮤직 전체 매출의 15%를 차지했다. 올해 상반기 밀리의서재 매출은 210억5천만원, 반기순손익은 103억원에 이른다. 

다만 케이뱅크의 경우 최근 카카오뱅크의 가치가 하락하는 등 시장 상황이 변하고 있어 상장이 순탄하지 않을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케이뱅크는 그동안 사업의 유사성 등으로 인해 카카오뱅크를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측정받았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케이뱅크의 밸류를 약 6조원에서 8조원 사이로 추산했다. 다만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이 최근 45조원에서 13조원으로 크게 감소하며 케이뱅크의 기업가치도 3조원에서 4조원 사이로 감소했다. 이 정도의 밸류는 케이뱅크 주요 주주들의 기대치와 괴리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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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식 연구원은 지난달 30일 보고서를 통해 "경쟁그룹인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이 13조원으로 줄어들었으며 성장주가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KT 경영진의 상장 목표 시가총액과 투자자들의 적정 시가총액의 괴리가 크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KT 경영진 입장에서는 낮은 가격에 케이뱅크를 상장해봐야 기업가치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케이뱅크의 연내 상장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