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반도체, 후공정 첨단시설 키워야 반도체 초강대국 실현

[반도체가 미래다-2부] ① 삼성·SK하이닉스 투자 확대…두산까지 가세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2/08/18 14:38    수정: 2022/08/19 18:36

반도체 없이 살 수 없는 시대가 왔습니다. 반도체는 이제 사회와 산업의 생명수이자 권력입니다. 모든 것을 움직이고 연결할 수 있지만, 모든 것을 멈추고 파괴할 수도 있습니다. 1960~1970년대 노동집약적인 우리 경제를 첨단·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탈바꿈시킨 반도체가 이제 기술 패권 경쟁과 4차 산업혁명 속에 새로운 시대를 맞았습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국내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생태계 확장은 어느 때보다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지디넷코리아가 창간 22주년을 맞아 '반도체가 미래다' 시리즈를 3부에 걸쳐 연재합니다. 우리 수출 산업의 첨병을 넘어 경제 안보 자산으로 평가받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현주소를 면밀히 짚어보고, 무엇을 준비하고 미래를 어떻게 설계해야 할지 방향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1부: 세계는 반도체 전쟁

2부: 한국 반도체 신화는 계속된다

3부: 전문가에게 듣는다

삼성전자, 3차원 적층 패키지 기술 'X-Cube'(사진=삼성전자)

한국 반도체 산업이 그동안 반도체 전공정에 비해 취약했던 후공정(패키징·테스트)에 대한 첨단기술 투자를 속속 선언하면서 또 한번 제2의 K-반도체 신화를 향한 긴 여정에 나서고 있다. 반도체 전공정의 미세화 기술 한계를 극복하고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후공정 기술 개발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에 이어 SK하이닉스 또한 반도체 후공정 시설에 대규모 투자할 계획을 알렸다. 또 두산그룹은 반도체 후공정 시장을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하고 지난 4월 국내 반도체 테스트 업체 테스나를 인수했으며, 이를 통해 향후 반도체 투자를 강화한다.

■ 시스템반도체 키우려면 후공정 투자 필수…삼성전자, 투자 확대 나서

반도체 후공정은 회로 패턴이 형성된 웨이퍼를 개별칩 단위로 분리・조립한 후 밀봉 포장하는 패키징과 완성된 제품을 테스트하는 단계로 나뉜다.

그동안 전통적인 패키징은 칩을 미세화하는 전공정에 비해 중요성이 평가절하돼 왔다. 패키징 분야는 시설 투자 보다 저렴한 인건비로 단가를 낮추다 보니, 패키징·테스트 외주기업(OSAT)에 위탁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동안 반도체 후공정 시장이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 대만 OSAT 업체 중심으로 성장한 것도 인건비 영향이 크다.

글로벌 10대 반도체 후공정 기업에서 국내 기업은 거의 전무하다. 시장조사업체 욜디벨롭먼트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후공정 매출 순위에서 1위 ASE(대만) 2위 앰코(미국), 3위 JCET(중국), 4위 파워테크(대만), 5위 통푸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중국), 6위 THM(중국), 7위 UTAC(대만), 8위 킹위안(대만), 9위 칩모스(대만), 10위 그레이트텍(대만) 순으로 대만 6개, 중국 3개, 미국 1개 기업 등이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점차 반도체 전공정의 회로 선폭 미세화에 한계가 드러나면서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으로 패키징 기술을 향상시키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파운드리 업계가 최근 최첨단 패키징 분야에 투자를 늘리는 것도 이런 이유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은 "전공정만으로 미세 공정 진화는 2016년 이후로 유효하지 않게 됐다"라며 "3나노, 2나노로 갈수록 비용이 많이 들고 공정 한계에 직면했는데,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어드밴스드 패키징(고급 패키징)' 기술이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지디넷코리아

올해 고급 패키징 시설 투자 규모가 150억달러(약 19조6천725억원)로 전망되는 가운데, TSMC, 인텔, 삼성전자 3사 파운드리 업체의 패키징 시설 투자 규모는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할 전망이다.

올해 고급 패키징 시설 투자는 150억달러(약 19조6천725억원)가 예상되며, 그 중 TSMC, 인텔, 삼성전자 등 파운드리 3사 업체가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인텔이 47억5천만달러(32% 비중)로 가장 많은 투자를 단행하고, TSMC가 40억달러(27% 비중)를 투자한다. 대만의 후공정 업체 ASE가 20억달러(13% 비중)를 투자하며 뒤를 잇는다. 인텔은 작년부터 뉴멕시코 공장에 패키징 시설을 증설 중이며, 말레이시아와 이탈리아에도 각각 70억달러(약 9조2천억원), 50억달러(약 6조5천억원) 규모의 반도체 패키징 시설 건설을 논의 중이다. TSMC는 대만을 비롯해 일본에 후공정 R&D 센터를 만들었고, 일본 내 패키징 시설을 추가 투자할 계획을 갖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패키징에 16억5천만달러(11% 비중)를 투자할 계획이며, 이는 전년(15억달러) 보다 투자를 10% 늘린 규모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디바이스솔루션(DS) 사업부 내 '어드밴스드 패키징 사업화 태스크포스(TF)'를 조직하기도 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후공정 분야에 더 주력하겠다는 행보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로직 칩과 HBM(High Bandwidth Memory) 칩을 하나의 패키지로 구현한 2.5D 패키징 기술 '아이큐브', 여러 개의 칩을 수직으로 쌓는 3D 패키지 기술 '엑스큐브(X-CUBE)' 등을 주력으로 첨단 패키징 사업을 진행 중이다.

■ SK하이닉스, 美에 후공정 19조원 투자...두산·정부도 나선다 

그동안 메모리에 주력하던 SK하이닉스도 파운드리 사업 확대에 나서면서 후공정 시설 투자에 더 적극 나섰다.

SK하이닉스는 지난 7월 말 미국에 150억달러(약 19조원)를 첨단 패키징 제조시설 및 연구개발(R&D)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 12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내년 상반기 패키징 공장을 위한 부지를 선정하고, 빠르면 2025년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팹이 완공되면 SK하이닉스의 첫 미국 반도체 공장이 된다.

SK하이닉스가 미국에서 패키징 시설에 투자하는 이유는 미국의 최첨단 기술과 인력, 인프라를 활용하기 위해서다. 더불어 활용하고 미국 '반도체 칩과 과학법'(반도체법)에 따른 세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SK하이닉스는 이달 2일 국내 파운드리 업체 키파운드리 인수를 완료했으며, 파운드리 생산능력이 이전 보다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오른쪽)이 두산테스나 사업장에서 반도체 웨이퍼 테스트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사진=두산테스나)

최근 두산 그룹도 반도체 패키징 사업에 뛰어들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국내 대기업이 반도체 후공정 시장에 뛰어든 것은 이례적이다.

두산 그룹은 지난 4월 국내 1위 테스터 업체 테스나를 인수해 두산테스나를 출범했다. 대다수가 메모리 반도체 중심인 국내 후공정 업체와 달리 테스나는 시스템반도체에만 주력해 온 업체다. 테스나는 주로 삼성전자의 시스템온칩(SoC), CMOS 이미지센서(CIS),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의 물량을 담당한다.

박정원 두산 회장은 지난 6월 두산테스나 사업장에 방문해 향후 5년 내 1조원을 투자해 두산테스나를 글로벌 후공정 업체 톱5에 안에 들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후 두산테스나는 또 다른 국내 반도체 후공정 업체 엔지온 인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도 국내 반도체 후공정 사업을 키우기 위해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7월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 전략을 발표하면서 산·학·연 전문가로 구성된 첨단후공정협의체를 발족한다고 밝혔다. 이 협의체는 올해 하반기 첨단 후공정 기술로드맵을 만들고 국내 후공정 분야의 중장기 발전 방향 도출을 목표로 한다. 또 차세대지능형 반도체사업단에 조직된 '초격차 반도체 패키지 전략 테스크포스(TF)도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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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사업단장은 "예전에는 패키지 분야가 저렴한 인건비로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첨단 패키징으로 발전되면서 기술이 굉장히 중요해 졌다"라며 "우리나라도 글로벌 10대 패키징 기업을 육성해야 하는 시점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욜디벨롭먼트에 따르면 고급 패키징 시장은 2021년 321억달러(약 42조285억원)에 달했으며 향후 6년간 연평균 10.1% 성장해 2027년 572억달러(약 74조8천919억원)에 도달할 전망이다. 특히 FCCSP(플립칩 칩 스케일 패키지), WLCSP(웨이퍼 레벨 칩 스케일 패키지)이 시장을 주도하고, 성장률 측면에서는 FCBGA(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가 빠르게 성장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