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경쟁력 강화에 국운 걸었다

[반도체가 미래다-1부]⑪정부 지원 늘리고 법제도 고치고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2/07/28 11:47    수정: 2022/07/28 13:13

반도체 없이 살 수 없는 시대가 왔습니다. 반도체는 이제 사회와 산업의 생명수이자 권력입니다. 모든 것을 움직이고 연결할 수 있지만, 모든 것을 멈추고 파괴할 수도 있습니다. 1960~1970년대 노동집약적인 우리 경제를 첨단·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탈바꿈시킨 반도체가 이제 기술 패권 경쟁과 4차 산업혁명 속에 새로운 시대를 맞았습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국내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생태계 확장은 어느 때보다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지디넷코리아가 창간 22주년을 맞아 '반도체가 미래다' 시리즈를 3부에 걸쳐 연재합니다. 우리 수출 산업의 첨병을 넘어 경제 안보 자산으로 평가 받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현주소를 면밀히 짚어보고, 무엇을 준비하고 미래를 어떻게 설계해야 할지 방향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1부: 세계는 반도체 전쟁

2부: 한국 반도체 신화는 계속된다

3부: 전문가에게 듣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두번째)이 지난해 1월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3공장 건설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반도체 산업 초격차를 위해 정부와 업계가 국운을 걸었다. 경쟁국이 전쟁에 가까울 정도로 반도체 산업에 투자하는 상황에서 뒤지지 않도록 국내 자본과 정책을 쏟기로 했다.

반도체는 다른 산업의 기초 기술이기도 하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25일 경기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정부는 민간 투자 지원, 인력 양성, 기술 개발, 소재·부품·장비 생태계 구축에 노력하겠다”며 “반도체 미래 수요를 이끌 디스플레이·배터리·미래차·로봇·바이오 같은 ‘반도체 플러스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도 차례로 내놓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화성사업장 극자외선(EUV) 전용 V1라인에서 차세대 트랜지스터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을 적용한 3나노미터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제품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출하했다.

업계는 물론이고 정부도 위기의식을 가졌다.

최우석 산업부 소재융합산업정책관은 앞서 21일 경기 화성시 동진쎄미켐 발안공장에서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 전략’을 발표하며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가 1등이지만 취약한 부분도 많다”며 “메모리 반도체가 초격차를 상실할 우려가 있는가하면 시스템 반도체는 선도 국가와 초격차가 벌어질 염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동진쎄미켐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EUV 공정용 감광액(PR·포토레지스트)을 개발했다. 일본이 수출을 규제한 반도체 핵심 소재 3가지 가운데 하나다.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최시영 삼성전자 사장(왼쪽부터)과 연구원 등 관계자들이 25일 경기도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세계 최초로 양산한 3나노미터 파운드리 제품을 출하해 차량에 실은 뒤 축하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사실상 ‘반도체 정부’

정부부처 대부분이 반도체 관계부처로 나섰다. 산업부가 산업 정책을 이끌고 기획재정부는 세금을 지원한다. 교육부가 반도체 인재를 양성하고 환경부와 고용노동부도 규제를 풀기로 했다.

산업부는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 전략의 첫째로 기업 투자를 꼽았다. 기업이 5년 동안 340조원 이상 투자하도록 규제를 푼다. 산업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크게 투자하고 있는 경기 평택·용인 반도체 산업단지에서 전력·용수 기반 시설을 구축하는 비용을 국비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반도체 설비와 연구개발(R&D) 투자에 세액공제 혜택도 늘린다.

노동·환경 규제도 풀어 반도체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기로 했다. 일본이 수출을 규제한 품목 R&D에만 허용한 특별연장근로제를 9월부터 반도체 R&D 전체로 확대한다. 일주일에 많아야 52시간 일하던 것을 64시간까지 늘린다. 교육부는 10년 동안 반도체 인력을 15만명 이상 기르기로 했다. 반도체 특성화대학원을 새로 지정해 교수 인건비와 기자재를 지원한다. 경기 성남시 판교제2테크노밸리에 반도체 아카데미를 세운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포토마스크를 보고 있다.(사진=대통령실=뉴스1)

국회는 법으로 지원

규제를 풀려면 법도 개정해야 한다. 국회가 팔을 걷은 이유다. 반도체 산업에 통 크게 지원해야 한다는 데 여야가 따로 없다.

국민의힘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6차 전체회의를 열고 다음 달 초 발의할 특별법을 점검했다. 반도체 산업 지원과 인재 육성, 규제 완화 등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양향자 위원장은 최근 교육부와 산업부 등 관계부처로부터 반도체 업무보고를 3차례 받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만났다.

지난달 말 출범한 국민의힘 반도체특위는 6차 회의를 끝으로 업무를 마무리했다. 정치권에서는 당을 구분하지 않는 국회 반도체특위가 발족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양 위원장은 광주여상을 졸업하고 삼성전자 반도체 메모리설계실 연구보조원으로 시작해 메모리사업부 상무까지 올랐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과 반도체기술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정원철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상무, 구자흠 부사장, 강상범 상무(맨 앞줄 왼쪽부터)가 6월 30일 경기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파운드리 3나노 양산 라인에서 3나노 웨이퍼를 보여주고 있다. 뒤에는 손가락으로 3을 가리키며 3나노 파운드리 양산을 축하하는 직원들.(사진=삼성전자)

동반 성장 반도체

반도체 업계에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할 것 없이, 소자·소재·부품·장비·설계(팹리스)·파운드리 업체 모두 힘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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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업계 1위 대만 TSMC를 제치고 세계에서 처음으로 3나노미터 제품을 양산한 게 좋은 사례다. 3나노 공정은 반도체 제조 공정 가운데 가장 앞선 기술이다. 소재·부품·장비 기업과 시스템 반도체 회사가 초미세 공정용 소재·장비·설계자산(IP) 등을 함께 개발했다. 한국 반도체 산업계가 같이 이룬 성과다. 삼성전자 임직원을 비롯해 김영재 대덕전자 대표, 이준혁 동진쎄미켐 대표, 정현석 솔브레인 대표, 김창현 원세미콘 대표, 이현덕 원익IPS 대표, 이경일 피에스케이 대표, 고상걸 케이씨텍 부회장, 이장규 텔레칩스 대표 등이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3나노 출하를 축하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협의체를 꾸려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말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반도체 연대·협력 협의체가 출범했다. ▲소자 기업(삼성전자·SK하이닉스) ▲소재·부품·장비 기업(동진쎄미켐·미코세라믹스·원익IPS) ▲팹리스(실리콘마이터스) ▲파운드리(DB하이텍) ▲패키징(네패스) 업체 대표와 대학 교수, 한국전자기술연구원장 등이 참여한다. 협의체는 시스템 반도체 수요에 맞게 연구개발 결과물을 상용화하기로 했다. 소자 기업과 소재·부품·장비 기업이 손잡고 탄소중립 R&D를 추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