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구하기 어렵네"...하반기 상업용 부동산 전망은?

알스퀘어 "하반기 ‘태풍의 눈’은 금리 인상"

중기/스타트업입력 :2022/06/29 10:05

올 하반기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주요 변수는 ‘글로벌 금리 인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주요 지역 상업용 부동산 임대료가 오르고, 과잉 유동성의 혜택을 본 매매시장 변화도 예상된다.

강남에서 빈 오피스를 찾지 못한 기업들이 여의도, 마포권역(YBD)이나 시청 종로 광화문 등 도심권역(CBD)으로 눈을 돌리며 이 지역과 서울 외곽 지역의 수혜도 기대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글로벌 공급망 회복 지연으로 원자재 값이 폭등하고 있다. 인테리어, 건축, 물류센터 시장의 신규 공급도 난항이 예상된다. 경기 둔화 우려로 급성장한 프롭테크 시장은 '찬바람'이 불지만, 새로운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로 시장을 바꾸는 기업들은 '옥석 가리기'를 통한 지속 성장이 기대된다.

빌딩 자료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상업용 부동산 데이터 전문 기업 알스퀘어(대표 이용균)는 ▲글로벌 금리 인상 영향 본격화 ▲강남 떠나는 기업, 여의도·도심 반사이익 ▲살아나는 리테일 ▲칼바람 부는 프롭테크, 실적따라 희비 ▲원자재값 폭등에 인테리어·물류센터 고사 위기 등 하반기 상업용 부동산·프롭테크 시장 키워드를 선정해 29일 발표했다

■ 글로벌 금리 인상 영향 본격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자이언트 스텝'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상승 여파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금리 인상의 '사정권'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지난 6월 한 번에 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연초 1.00%에서 현재 1.75%까지 끌어올렸다.

금리 인상은 상업용 부동산 임대료를 자극한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대출 이자 증가는 임차인에게 전가되며 임대료 인상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최근 오피스와 리테일 모두 임대료가 오르는 추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주요 업무지역인 CBD와 강남권역(GBD), YBD의 오피스 임대료(3층 이상)는 각각 1년 전보다 1.1%, 0.4%, 2.0% 상승했다. 광화문(9.4%), 논현역(10.1%), 뚝섬(11.4%) 등 서울 주요 상권 임대료(중대형 상가)도 1년 전보다 10% 안팎 올랐다.

매매시장 변화도 예상된다. 보통 금리 인상은 매매시장에 악재다. 건물을 사려는 매수자의 대출 이자 부담이 커져서다. 다만, 최근 거액의 투자를 받았거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며 성장한 기업들의 오피스 매매 수요가 많아 금리 인상 영향이 예상보다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진원창 알스퀘어 빅데이터실 실장은 "자산가격은 금리뿐 아니라 다양한 경제 지표의 영향을 받는다"며 "국내시장에 투자처를 찾는 법인과 기관, 해외 자금들이 여전히 많고 임대료 상승에 따라 당분간 자산 가격 상승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 공급이 원가 상승 등의 이유로 늦춰지면서 가격 상승 여력이 여전하다는 분석도 있다.

알스퀘어는 글로벌 금리 인상 영향 본격화, 강남 떠나는 기업, 실적 따라 프롭테크 희비 등 하반기 상업용 부동산 키워드를 29일 발표했다

■ '울며 겨자먹기'로 강남 떠나는 기업들

강남 오피스 포화로 도심, 여의도로 이동하는 기업이 늘면서 이 지역과 서울 외곽 지역의 수혜가 예상된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서울 도심과 강남, 여의도-마포 대형 오피스 공실률은 각각 9.4%, 6.4%, 5.3%에 달한다. 보통 기업이 이전하는 과정에서 오피스가 잠시 비어 있는 자연 공실률이 5%라는 점을 감안하면 주요 업무지역에서 공실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강남의 경우 스타트업과 주요 기업이 여전히 가장 선호하는 업무 지역이다. 임차 경쟁도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 시중은행 계열 금융회사와 명품 브랜드 등이 강남에 오피스를 구하지 못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한 사례도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사례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도심과 여의도의 반사이익도 예상된다. 프라임급 오피스인 여의도 '파크원'이 빠르게 공실을 해소한 것처럼 이 지역 신규 오피스도 장기 공실 우려를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 외곽 지역의 오피스 공급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찬바람 부는 프롭테크, 그래도 진화는 계속된다

프롭테크 업계도 글로벌 경기 둔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투자 유치 실패는 물론 기업가치가 대폭 하향 조정되면서 예정됐던 기업공개(IPO)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기업도 속출하고 있다.

업계는 수익 모델 보유 여부에 따라 기업들의 운명이 엇갈릴 것이라고 본다. 안정적으로 실적을 내는 사업과 이를 바탕으로 향후 비즈니스 모델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업들은 더욱 성장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들은 고꾸라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다만, 프롭테크 시장의 성장성은 긍정적이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 퓨처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미국 프롭테크 시장은 2032년까지 865억 달러로, 2022년 이후 매년 16.8%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의 프롭테크 전문 매체인 플레이스테크가 업계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프롭테크는 수요와 공급 모델을 추정하는 '플랜테크'와 빌딩 냉난방과 임대차 등 '운영 솔루션', '시각화 서비스', '부동산 핀테크' 등으로 고도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 원자재값 폭등, 인테리어 물류센터 등 악영향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글로벌 공급망 회복 지연으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해외 원자재를 수입하는 건설업체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고, 이런 분위기가 이어지면 도산하는 곳도 나올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장 타격이 큰 곳은 인테리어 업계다. 지난해 말만 해도 배럴당 72.8달러였던 미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 가격은 6월8일(현지시간) 122.1달러까지 치솟았다. 특히 대기업 하도급 업체로, 공사비 상승을 전가할 수 없는 인테리어 전문 기업들은 고사 위기에 몰렸다. 유리와 철 등 주요 원자재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기 어려운 상황이며, 산업 전반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이커머스 시장 확대로 최근 잇따라 들어선 물류센터 시장도 수익성 악화로 개발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2022년 수도권에는 예년 연평균의 2배에 달하는 121만평의 물류센터 공급이 예정됐지만, 1분기는 예정 물량의 65%인 80만평만 공급될 것”이라며 “금리와 건축비의 가파른 상승으로 수익성 예측이 달라지며 개발 프로젝트의 대주단 조성에 난항을 겪고 있고, 시공사의 공사비 증액 요구 등 건설 차질이 속출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무신사 스튜디오 성수점 무신사테라스 라운지

■ 부활하는 오프라인 리테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어려움을 겪은 리테일 시장은 선명한 회복세다. 온라인과 연계해 소비자 체험을 확대하려는 이커머스 기업들의 오프라인 매장 수요가 늘고 있는데다 억눌렸던 여행 욕구가 폭발하면서 호텔 시장도 여름 성수기부터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기사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7월 오프라인 매장인 '무신사 스탠다드 강남'을 선보인다. 명품 플랫폼 발란 역시 여의도 IFC 몰에 오프라인 1호점을 하반기에 연다. 뷰티 브랜드 논픽션은 6월에 삼청동에 오프라인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고, 명품 플랫폼 머스트잇도 지난해 12월 압구정에 쇼룸형 매장을 선보였다.

주요 상권 공실률도 내리고 있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광화문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8.1%로, 1년 전보다 5%포인트, 도산대로는 5.7%로, 8.5%포인트 내렸다. 압구정(-5.7%P), 청담(-6.3%P), 테헤란로(-9.1%P) 등의 공실률도 모두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