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진의 Newtro] 화웨이에 대한 부러움

데스크 칼럼입력 :2022/05/23 19:37

왜 미중 간 기술패권 경쟁에서 화웨이가 타깃이 되었을까.

지난 18일부터 사흘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화웨이 APAC 디지털 혁신 콩그레스(Huawei APAC Digital Innovation Congress)’는 이를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이 행사에는 아‧태평양 지역의 정부 관계자, 산업 전문가, 연구원 등 10개국 1천500명 이상이 참석해 디지털 혁신과 디지털 경제의 미래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것일 뿐 그 이면을 살펴보면 화웨이가 아‧태평양 지역의 디지털 전환에 참여해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 이를 통해 얼마나 다양한 비즈니스를 창출하며 미래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었다.

아‧태평양 지역 국가 입장에서는 디지털 전환을 위한 기술 부족을 화웨이의 지원을 받으며 저렴하게 구축하고, 반대로 화웨이는 전 세계 인구의 약 25%가 밀집된 시장에 안착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8일부터 사흘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화웨이 APAC 디지털 혁신 콩그레스(Huawei APAC Digital Innovation Congress)’ 전경

우리나라가 신남방지역으로 꼽는 브루나이,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라오스, 말레이시아, 미얀마,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 아‧태평양 10개국과 인도의 인구를 합하면 20억명에 이른다. 이 지역의 평균 연령은 30세로 전 세계 어느 지역보다 발전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특히 인도를 포함한 이 지역의 총생산(GDP) 규모는 약 6조 달러로 ICT의 거대 시장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역시 해당 지역의 교역 규모가 2020년 기준으로 약 1천900억 달러에 이르고 전체 교역액의 약 16%를 차지하는 지역이다.

한국은 이들 국가들을 신남방국가로 부르며 국가 차원의 외교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반해, 화웨이는 단 하나의 기업이 이와 유사한 전략을 구사하며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세빈데 싱 아세안 경제 공동체 사무총장은 “아세안은 코로나19가 시작된 이래로 6천만명의 새로운 디지털 소비자가 추가돼 거의 4억명의 인터넷 사용자를 보유한 세 번째로 큰 인터넷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아세안의 디지털 매출은 2025년까지 363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화웨이는 이 지역 국가들이 디지털 인프라, 저탄소 개발, 디지털 포용 정책을 원활히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디지털 기술 부족을 해결을 위한 인재 양성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이미 화웨이는 파트너들과 함께 17만명의 현지인들에게 디지털 기술 교육을 실시하고 있고 5년 이내에 50만명에게 추가적인 디지털 교육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인도네시아는 디지털 인재 육성을 확대하고 스타트업 지원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파트너로 화웨이를 선택했다.

이는 화웨이가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선 기술력을 보유한 5G 네트워크와 인프라, IT 솔루션 등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상품들을 모두 직접 만들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또 매년 매출의 10%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할 수 있는 기업 문화도 한 몫 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매출 6천369억 위안(약 122조1천319억원) 중 22%에 이르는 1천427억 위안(27조2천756억원)을 R&D에 투자했다. 미국의 제재와 반도체 공급망 사태로 인해 스마트폰 부문의 매출이 줄어드는 과정에서도 지난 10년 동안 가장 큰 규모의 R&D 투자를 단행한 것이다.

화웨이는 R&D 투자 기조처럼 아‧태평양 지역에 대한 미래 투자를 이어가며 시장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켄후 화웨이 순환회장이 ‘화웨이 APAC 디지털 혁신 콩그레스(Huawei APAC Digital Innovation Congress)’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켄후 화웨이 순환회장은 “많은 아‧태평양 국가들이 디지털 전환을 전략적 정책 수준으로 끌어올렸고 친환경화 되고 있다”며 “화웨이는 이 지역의 파트너가 전략적 개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디지털 혁신에 많은 투자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화웨이는 한국 기업에게도 이 같은 사업에 지속적인 협력을 제안하고 있다.

장전쥔 화웨이 아‧태평양 대외협력 부사장은 “한국은 5G 기술 분야의 선도국가인 만큼 6G에서도 앞서갈 것으로 예상되며 화웨이가 여기에 기여하기를 원한다”면서 “5G 특화망 사업에서도 한국 기업들과 B2B 비즈니스를 함께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손루원 한국화웨이 지사장은 “한국의 ICT와 이를 통한 혁신에서는 배울점이 많다”며 “서비스를 제공할 기회와 함께 디지털 전환 사업에서도 함께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미‧중 사이의 기술 패권 경쟁에 끼어 선뜻 나서지 못하는 분위기다. 화웨이가 개척하고 있는 시장에서 협력 모델로 진출 기회를 잡을 수 있음에도 아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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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아닌 중국 기업이지만 기술 경쟁국인 미국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한 걸음 더 내다보고 비즈니스를 펼치는 화웨이의 행보가 부러울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새 정부가 민관이 협력해 수출 모델을 만들겠다며 공을 들이는 디지털플랫폼정부TF가 이 같은 전략을 벤치마킹해 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