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3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6대 국정목표와 110대 국정과제를 선정해 발표했다.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 사는 국민의 나라’라는 국정비전도 밝혔다. 지디넷코리아는 창간 22주년을 맞아 새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 가운데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를 중심으로 집중 점검하는 시리즈를 마련했다.[편집자주]
③소재·부품·장비 분야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소재·부품·장비 분야는 일본과 '경제 전쟁'을 치러야 했을 정도로 한국의 핵심 수출 산업이다. 여러 이유로 반도체 공급망에 생긴 균열이 장기간 계속되면서 이 분야는 국제 안보 문제로까지 비화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중국의 도시 봉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굵직한 대외 변수가 겹치면서 새로 출범할 윤석열정부로서는 결코 등한시할 수 없는 분야로 판단된다.
소재·부품·장비 분야가 윤석열정부 5년 경제 성적표의 관건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이를 잘 인식하는 듯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후보 시절부터 “반도체로 세계를 제패하겠다”고 나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둥지를 튼 용인·이천·평택을 반도체 미래 도시로 키우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공장 지을 땅과 뛰어난 인재가 필요하다고 아우성이다. 윤석열정부는 그에 맞춰 투자 유인책과 인·허가 신속 처리를 약속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보고 생태계·연구개발(R&D)·국제협력을 종합 지원하기로 했다.
용인 반도체단지 드디어 첫 삽
경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에 들어설 반도체 단지가 추진 3년 만에 첫 삽을 뜰 것으로 보인다.
용인시에 따르면 사업 시행사 용인일반산업단지주식회사가 최근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조성 사업 착공계’를 냈다. 국·공유지를 포함해 땅을 70% 확보했다. 토지 보상을 70% 이상 하면 나머지는 강제 수용할 수 있다. 공사가 순조롭다면 SK하이닉스는 2027년부터 가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용인시는 시간당 2.83GW의 전기를 반도체 단지로 공급하는 시설 설치 계획을 승인했다. 용수 26만5천톤을 공급하는 시설 또한 설치 절차를 밟고 있다.
약 415만㎡ 규모로 들어서는 용인 반도체 단지는 국내에 처음 생기는 반도체 산업 단지다. 용인일반산업단지가 사업비 1조7천903억원으로 부지를 조성한다. SK하이닉스가 일부 땅을 분양 받아 120조원을 투자해 총 4곳 반도체 생산 공장(Fab·팹)을 짓기로 했다.
소재·부품·장비 기업 50여개사도 함께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3만1천명의 일자리 창출과 5천명의 인구 유입을 비롯해 513조원의 생산과 188조원의 부가가치가 생길 것으로 기대했다.
2019년 산업부가 조성 계획을 발표하고 지난해 3월 승인을 거쳐 착공하기까지 3년이 걸렸다. 산업단지 계획 심의, 환경 영향 평가, 중앙토지수용위원회 협의 등을 거쳤다.
우수 인재 육성이 최우선
윤 당선인이 착공식에 참석할지 이목이 쏠린다. 새 정부 출범과 맞물려 처음 열리는 대규모 사업의 신호탄이기 때문이다. 용인일반산업단지는 이달 중순 착공식을 열기로 했다.
지난달 말에는 윤 당선인이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 나노종합기술원을 찾았다. 윤 당선인은 “국가 경제와 안보 핵심에 반도체가 있다”며 “요새는 총으로 전쟁하는 게 아니라 반도체로 전쟁한다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윤석열정부는 반도체 전공 학생·교수 정원을 늘리고 인공지능(AI)·전력 반도체별 대학원을 만들기로 했다. 산업이 성장하는 데 반해 국내 반도체 인력은 2031년까지 3만명 부족한 것으로 추정된다. 시스템 반도체를 키우려고 반도체 위탁 생산(Foundry·파운드리)도 육성한다. 파운드리 신·증설 지원 예산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 반도체 수출액은 1천280억 달러(약 161조원)다. 전체 수출의 20%를 차지한다. 반도체 설비 투자액은 55조4천억원으로 전체 제조업 투자액의 55.3%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가 반도체 시장 점유율 12.3%로 세계 1위에 올랐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인텔에 이어 3등이다. 이들 회사를 포함해 한국 기업의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20%에 이른다.
디스플레이도 초격차 지켜야
윤석열정부는 반도체뿐만 아니라 디스플레이 초격차도 지켜야 하는 과제를 받았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디스플레이가 포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핵심 소재와 장비를 국산화하려면 세제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학계는 특정 산업에 인력이 심각하게 쏠린다고 지적했다. 세계 최고 디스플레이 기술력을 이어가려면 디스플레이 인재를 기르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이후를 내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계는 미래 디스플레이를 준비하려면 원천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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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부회장은 “경쟁국의 추격이 거센 상황”이라며 “민간 부문이 활발하게 투자하도록 세금을 지원하고 고급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가 17년 동안 지킨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 1위를 얼마 전 중국에 내줬다. LG디스플레이가 일군 OLED 사업이 액정표시장치(LCD)처럼 중국에 먹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상반기 LCD 사업을 접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