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3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6대 국정목표와 110대 국정과제를 선정해 발표했다.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 사는 국민의 나라’라는 국정비전도 밝혔다. 지디넷코리아는 창간 22주년을 맞아 새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 가운데 ICT 분야를 중심으로 집중 점검해보는 시리즈를 마련했다.[편집자주]
②플랫폼 비즈니스 분야
국내 플랫폼 업계는 두 가지 측면을 동시에 갖고 있다. 한편으로 신성장 산업의 중심이면서 다른 한편으로 오직 그 이유 때문에 기존 업계와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이 갈등은 규제 논란으로 이어지곤 한다.
윤석열 당선인은 후보 시절 "규제를 암"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이 때문에 플랫폼 업계는 새 정부에서 불필요한 규제가 대거 해소되길 기대하고 있다. 사실 규제 혁신은 지난 정부 모두 주창했던 바다. 하지만 늘 법제도는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르지 못한다. 새 정부의 의지와 실천이 주목되는 이유다.
디지털 전환이 세계 경제의 커다란 한 축으로 부상하면서, 지난 몇 년 간 플랫폼 기업은 성장곡선을 그리며 빠르게 몸집을 키워왔다.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민) 등 국내 정보기술(IT) 기업은 자체 플랫폼을 내세워 웹툰·배달·택배·여가 등 여러 분야에 걸쳐 국민 일상에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규제 혁파를 주창한 문재인 정부는 기대와 달리 플랫폼 기업들을 겨냥한 강화된 규제로 업계 안팎에서 여러 우려를 사기도 했다. 그럼에도 국내 플랫폼 기업들은 웹툰·메신저·음악·메타버스 등의 경쟁력을 키우며 글로벌 시장 곳곳에 성장의 싹을 틔웠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끌게 될 차기 정부는 플랫폼 기업들을 옥죄는 대신, '혁신'과 '공정'을 키워드로 정책적 지원에 더 힘을 실을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규제 혁신 약속했던 文정부, 실천은 미흡
문재인 대통령 재임 기간 네이버와 카카오, 쿠팡 등 국내 플랫폼 기업들은 공정거래위원회를 필두로 한 규제 움직임에 몸살을 앓았다. 대표 법안으론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 제정안, 전자상거래법(전상법) 개정안이 있다.
온플법은 공정위가 발의한 정부 입법안(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 외 현재 의원 입법안 8개가 국회에 계류된 상태.
정부 입법안은 온라인 플랫폼 이용 사업자에 대한 불공정거래 행위가 지속해서 발생함에 따라, 중개 거래 계약서 교부 의무와 불공정거래행위 기준 마련, 온라인플랫폼 중개 사업자의 손해배상 책임 등이 골자다.
당정 합의를 통해 마련된 온플법 적용 대상은 중개수익 1천억원 이상 또는 중개 거래 금액 1조원 이상 플랫폼 기업이다. 네이버, 카카오, 쿠팡,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요기요, 11번가 등이 규제 대상에 오를 예정이다.
공정위가 지난해 입법 예고한 전상법 개정안 역시 당근마켓 등 개인간거래(C2C) 플랫폼 사업자를 정조준한 규제로 거론돼 왔다. 전상법 개정안 제29조에 따르면, C2C 거래 플랫폼에서 판매자와 구매자 간 분쟁 발생 시, 기업이 개인 판매자의 성명, 주소, 전화번호 등 신원 정보를 수집해 구매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해당 개정안은 신원정보 수집이 부담스럽다는 업계 의견과,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반발로 제동이 걸린 상태다.
尹 "플랫폼은 혁신...규제는 사회 발전 가로막는 암적인 존재"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플랫폼 기업을 향한 각종 규제를 혁파해야 한단 입장을 견지해왔다. 윤 당선인은 “플랫폼은 혁신의 하나로 사회 발전에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며 “규제는 사회 발전을 가로막는 암적인 존재”라고 말하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에선 온플법 대신 자율 규제와 필요한 경우,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플랫폼 기업을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110대 국정과제 중 '공정거래 법집행 개선을 통한 피해구제 강화'를 포함, 플랫폼 기업과 입점업체, 그리고 소비자가 상생할 수 있는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기업 불공정 행위를 방지하면서, 플랫폼 이용자 권익 보호에 무게를 두겠단 것이다. 윤석열 당선인 측은 대선 기간 "플랫폼 기업 규제가 능사는 아니다"라며 "이해관계자 의견을 모아 온플법을 다시 검토할 것"이라고 지디넷코리아에 전한 바 있다.
윤 당선인은 아울러 “플랫폼으로 발생하는 독과점, 노동 문제 등에 대해선 정부가 직시해 해결해야 한다”며 “정부는 경제 성장 주체가 아니라, 민간으로 임무를 맡아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플랫폼 사업자와 종사자 간 문제에 있어 정부가 교두보로 역할하면서, 산업 성장을 촉진하겠단 방향이다. 먼저, 급속도로 성장한 25조원 규모의 배달 플랫폼에 메스를 댄다. 인수위는 ‘산업재해 전속성 폐지’를 포함해, 배달 노동자 안전대책을 새 정부 국정과제에 반영하기로 했다.
그간 라이더는 일정 소득과 근무 시간을 충족해야 하는 전속성 요건에 부합하지 않아, 보험에 가입해도 보상받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이 기준을 없애 라이더 보상 체계를 강화하겠단 것이 새 정부 시나리오다. 라이더 처우 개선을 통해, 플랫폼 사업자와 근로자 간 동반성장을 꾀하겠단 전략이다.
라이더의 오토바이 보험 부담도 덜어낸다. 인수위는 일한 시간만큼 보험료를 내는 시간제 보험 활성화를 골자로 한 이륜차보험 종합대책을 내놨다. 하루 3시간 주 4일 근무하는 라이더가 일할 때만 적용되는 시간제 보험에 가입하면, 현재 전일제 보험료(204만원)를 절반 이상(99만원) 줄일 수 있다.
인수위는 네이버, 카카오가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메타버스 산업과 아프리카TV가 선도하는 1인 미디어 콘텐츠 등 진흥을 위한 방안 마련을 약속했다. 메타버스 특별법을 제정해 일상, 경제활동을 지원하는 관련 서비스를 발굴하면서 2027년까지 글로벌 메타버스 시장 점유율을 5위권 내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네이버, 카카오 포털 중심의 뉴스 유통 체계에도 손을 댄다. 박성중 인수위 과학기술교육분과 간사위원은 “포털은 단순히 인터넷 출입구 역할을 벗어나, 언론사를 취사선택하고 뉴스 배열 등 사실상 편집권을 행사해 대한민국 여론 형성을 주도하고 있다”면서 네이버와 카카오 내 알고리즘 검증시스템을 만들겠다고 2일 전했다.
네이버, 카카오와 언론사 제휴 계약을 전담하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 개편을 예고하기도 했다. 제평위 회의 속기록 작성을 의무화하고, 제평위원 자격 기준을 법에 규정할 예정이다. 제평위를 포털마다 만드는 방안도 검토한다. 또 포털에서 뉴스를 선택할 때 언론사 홈페이지로 연결되는 아웃링크 전환 방식을 단계적으로 도입할 전망이다.
플랫폼 업계 "尹 정부 '진짜' 규제 혁신 기대"
플랫폼 업계에서도 차기 정부의 규제 혁신을 기대하고 있다. 1천863개사 스타트업을 대표하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는 지난 3월 차기 정부에 사전 규제 중심의 현 체제를 사후 규제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내용의 정책 제언을 내놨다.
코스포는 “새 정부는 민간주도 정부조력 정책원칙 기반하에, 사전 규제 중심의 현 규제방식을 사후 규제방식으로 전환하는 등 과감한 규제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며 “디지털 시대에 맞는 혁신 인재를 양성하고, 이들이 스타트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스포 권혁주 대외협력팀장은 “역대 정부는 규제 개혁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해왔지만, 성과는 미흡했다”면서 “새 정부는 보다 과감한 실천을 통해 규제 혁신 성과를 내는 정부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 정부 출범 시기는 글로벌 경제 주류 질서가 디지털 경제로 전환되는 격동기"라며 "우리가 글로벌 디지털 경제를 선도하기 위해선 스타트업 육성·발전을 위한 국가전략 수립, 실효성있는 규제 혁신을 기반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권 팀장은 “새 정부에서 과감한 규제 혁신으로 스타트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 줄 것을 기대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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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은 "한국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잠식당하지 않은 몇 안 되는 국가"라며 "윤석열 정부가 섣부른 규제 도입을 지양하고, 국내 플랫폼 사업자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댜앙한 지원책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일부 오해, 또는 과대 표집된 목소리에만 귀 기울인 채 문제도 정의되지 않고 해결책도 아닌 규제를 논의하기보다, 충분한 사회적 논의로 플랫폼 기업을 위한 합리적인 방안이 도출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