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속위원회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오는 8월22일 종료된다. 5년 전 4차위는 문재인 정부의 ICT 정책 방향의 핵심으로 꼽혔다. 다가올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고, 한국형 뉴딜 사업을 바탕으로 전 산업 분야에 5G, 빅데이터,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등 핵심 인프라와 솔루션을 이식해 경제‧사회‧문화 혁신을 일궈내겠다는 목표였다. 이를 바탕으로 ICT 강국의 위상을 추격자 입장에서 선도자 역할로 바꿔놓겠다는 야심찬 포부였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4차위가 데이터 콘트롤 타워로써 징검다리 역할을 한 만큼 새 정부의 대통령직속위원회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전 산업의 데이터혁신 마중물이 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오는 7월 출범할 국가데이터정책위원회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디지털플랫폼정부TF가 만들 위원회에 그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편집자주]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오는 8월 지난 5년간의 활동을 마친다. 업계는 윤석열 정부에서 4차위의 역할이 어떻게 변하고 ICT 분야의 사령탑이 어떻게 변화할지를 두고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동안 4차위는 문재인 정부 혁신성장 정책의 사령탑 역할을 수행해왔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4차산업이 산업지형뿐만 아니라 사회구성도 큰 폭으로 바꿀 수 있다며, 기술로 인한 사회변화에 범부처 대응이 필요하다고 외쳐왔다.
4차산업에 선도적으로 대응하고 의도치 않게 낙오되거나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는 계층을 끌어올릴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대통령 직속으로 4차위를 만들었고, 민간기업과 정부의 전문가들을 모아 다양한 논의를 진행했다.
4차위는 그동안 디지털 뉴딜을 통해 선제적으로 디지털 혁신에 대응하는 등 큰 성과를 만들어왔다. 하지만 정책 환경이 급변하는 데 비해 제도와 인프라 개선 속도가 느려 신산업 육성에 한계가 있었고, 신·구 산업 간의 갈등,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 이슈, 디지털 격차 발생 등의 부분에서 지적을 받았다.
정부는 기능이 여러 부처로 쪼개져 있었던 데이터 분야를 한데 모아 지난해 2월 4차위 데이터특별위원회를 출범했다. 데이터특위는 민간의원들이 제안하는 과제와, 다부처가 연계되어 범부처 차원의 통합·조율이 필요한 과제들을 꾸준히 발표하면서 데이터 시장 활성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 4차위, 신산업 진흥 위한 사회적 합의 이끌어냈다
2017년 1기로 막을 올린 4차위는 1년에 한 차례씩 자체 평가를 거치며 4기까지 꾸준히 발전해왔다. 업계는 4차위가 1~2기에는 '끝장토론'이라 불리는 해커톤을 통해 4차산업혁명이라는 큰 틀 안에서 집중해야 할 핵심 과제를 골라내는 데 집중했고, 이후에는 인공지능(AI)과 데이터에 초점을 맞춰왔다고 보고 있다.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이 이끌었던 4차위 1~2기는 특히 신산업을 진흥시키기 위한 방안에 주로 집중했다. 규제·제도 혁신 해커톤으로 빅데이터 분야에서는 데이터3법 개정의 기초가 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데이터댐을 구축하며 세계 최초 5G 상용화, AI 국가전략 수립 등의 성과도 이뤘다.
당시 4차위는 해커톤을 통해 빅데이터 분야에서 개인정보의 법적 개념을 개인정보와 가명정보, 익명정보로 구분했고 익명정보는 개인정보보호의 대상에서 제외했다. 또한 가명정보의 법적 활용 범위를 산업적 연구나 상업적 통계 목적으로 확대시켰다.
다만, 이해관계자가 충돌하며 성과를 내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모빌리티 서비스다. 승차공유 의제로 진행된 해커톤에서, 핵심 이해당사자인 택시업계가 "카풀앱과 관련한 어떤 논의도 거부하겠다"며 논의에 참여하지 않았고, 해커톤은 소비자 불편 해소를 위해 해결안이 필요하다는 공감대 형성을 이끌어내는 데 그쳤다.
장 의장은 4차위 1기를 마무리하며 기자간담회에서 "해커톤에 택시업계가 불참하는 등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점에서는 1기 4차위가 미흡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장 의장은 2치 4차위에서는 초기부터 국회와 함께 문제 의식을 공유할 예정이었으나, 여전히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그쳤다.
인공지능(AI) 전문가인 윤성로 서울대 교수가 수장으로 참여한 3기 4차위부터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디지털뉴딜을 성공시키고, AI를 대중화시키는 데 집중했다. 3기 4차위는 출범 초기부터 코로나19로 심한 경제침체가 발생하며 구조적 대전환이라는 과제에 직면한 상황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2025년까지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안전망 강화 등 세 개를 축으로 분야별 투자 및 일자리 창출을 이루겠다고 발표했다. 디지털 뉴딜은 ICT를 기반으로 디지털 초격차를 확대하는 것, 그린뉴딜은 친환경·저탄소 등 그린경제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는 것, 안전망 강화는 불확실성 시대에 실업불안 및 소득격차를 완화하고 지원하는 내용이었다.
4차위는 디지털뉴딜의 핵심 수장으로 개인주도형 의료데이터 이용 활성화 차원에서 디지털헬스케어 특위와 함께 스마트시티 구축, 해외진출 지원 목적의 스마트시티 특위를 지속 운영하고 해커톤 기능을 강화한 전담부서 '규제개선팀'을 신설했다.
다만 3기 4차위 역시도 만들어낸 결과물이 단순히 민간 위원회의 권고안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고, 4차위에서 내놓은 제안들이 실제 정부 부처에 적용돼 정책으로 나오는 사례는 거의 없었다. 때문에 실행력을 갖춰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 데이터 콘트롤 타워로 확대 개편된 4차위
문제점을 인식한 정부는 지난해 4차위를 국무총리와 민간 공동위원장 체제의 데이터 콘트롤타워로 확대 개편했다. 1기부터 3기까지 4차위가 진행되며 특히 데이터 분야에서는 분산돼 있던 담당 기관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정부는 4차위에 실행력을 더하기 위해 지난해 2월 데이터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으며, 중앙 정부부처를 비롯한 모든 공공기관에 데이터기반행정책임관(CDO) 직위를 신설했다. 데이터의 최고 책임자를 두고, 각각 기관별로 데이터 전략을 맡는 데이터기반행정책임관을 두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민간 데이터와 공공 데이터는 담당 기관이 달랐다. 민간 데이터는 지능정보화기본법에 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실이 총괄했으며, 공공 데이터는 공공데이터법에 따라 행정안전부 디지털정부국과 공공데이터전략위원회가 맡았다.
데이터와 관련한 법제도를 살피려면 전문가들도 소관 법령을 모두 찾아야 명확한 책임 소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데이터 거버넌스가 복잡하다 보니 데이터 정책을 조율할 기구가 필요했다. 데이터특위는 출범 이후 245차례에 걸친 분과회의와 분과장 협의회, 그리고 10차례의 데이터특위를 통해 총 31건의 안건을 발굴했다.
4년간의 활동을 통해 4차위는 대국민 4차산업혁명 인식, 관심도, 체감도를 크게 향상시켰고 해외 주요 기관에서도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4차위는 앞으로도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4차위는 지난달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4차 산업혁명 성과와 향후과제 안건'을 심의하며 "정부는 디지털혁신 기반 산업 육성을 위한 데이터 활용, 디지털 인프라 조성 등 산업생태계 구축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4차 산업혁명 선도를 위해서는 강력한 정책 조정 권한을 보유한 콘트롤타워를 구축하고, 국가 차원의 디지털혁신 마스터플랜을 수립하는 등 혁신의 예측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시했다.
일각에서는 민간이 데이터를 더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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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을 요구한 4차위 관계자는 "정부가 제공하는 데이터는 민간이 사용하기 어려운 형태"라며 "오픈 API 등을 지향하고 데이터를 민간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데이터 인프라에 투자함으로써 민간이 가지고 있는 정보도 다른 곳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정도로 민간위원이 영향력을 넣을 수 있었던 위원회가 많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업계의 의견이 많이 수렴될 수 있었던 부분은 성과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