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러군, 자녀들 앞에서 여성 성폭행 후 살해"

젤렌스키 유엔 안보리에서 화상 연설

생활입력 :2022/04/06 11:04

온라인이슈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이 자녀들 앞에서 여성들을 성폭행하고 살해하는 등의 만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미국 CNN,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화상 연설을 통해 러시아를 안보리에서 퇴출시킬 것을 요구하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뉴욕=AP/뉴시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화상 연설을 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부차에서의 민간인 집단 학살 정황과 관련해 러시아의 전쟁 범죄 혐의를 거듭 주장하며 재판에 넘길 것을 요구했다. 2022.04.06.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인들은 단지 재미를 위해 민간인들을 살해했다"며 "여성들은 자녀들의 눈앞에서 성폭행당한 뒤 살해됐고, (러시아군은) 민간인의 팔다리를 자르고 목을 베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부차에서 벌어진 민간인 고문·살해 등 대학살에 대해 "테러리스트들의 행동과 다를 바 없다"며 러시아군을 규탄했다.

이에 러시아 당국은 "우크라이나가 현장을 연출한 것"이라며 부차에서의 민간인 학살 의혹을 거듭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군이 수도 키이우를 탈환한 뒤, 러시아군이 저지른 만행에 대한 증언이 속속 나오고 있다.

가디언도 지난 3일 "집단 성폭행을 포함해 러시아군이 총으로 위협하거나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성폭행했다는 피해 사례까지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안토니아 메드베드츄크(31·여)는 이날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피난을 위해) 키이우를 떠나기 전 제일 먼저 성폭행 당하는 사태에 대비해 피임기구를 챙겼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홀로스당 소속 여성 하원의원인 레시아 바실렌코도 아동 성폭행·살해가 자행됐다는 주장과 함께 '성폭행과 고문을 당한 뒤 살해된 여성'이란 제목의 사진을 소셜미디어(SNS)에 공유하기도 했다.

러시아 군인들의 성폭행에 대한 증언이 나온 것은 최근 부차에서만이 아니다.

수도 키이우 외곽의 이르핀에서 극적으로 탈출한 아나스타샤 타란(30)은 지난달 21일 현지 언론인 유로마이단프레스(EP)와 한 인터뷰에서 "러시아 군인들이 지하실에 숨어 있던 여성들을 찾아내 성폭행했으며, 무고한 민간인에게 마구 총을 쏘아댔다"고 전했다.

같은달 22일에는 이리나 베네디코바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러시아 군인이 무장하지 않은 민간인 집에 침입해 비무장 남성을 총으로 살해하고, 그 아내를 반복적으로 성폭행했음을 확인, 수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같은달 29일 우크라이나 성폭행 피해자 나탈리아(가명)는 영국 일간 더타임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러시아 군이 남편을 총으로 쏴 죽인 뒤 두 사람이 번갈아 가며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러시아 측이 사건의 책임을 회피하고 러시아 병사들은 성폭행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식으로 부인하는 것을 보고 인터뷰하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성폭력 및 가정 폭력 피해자 지원 단체인 '라스트라다 우크라이나'의 카테리나 체레파하 대표는 "여성과 소녀들로부터 도움을 요청하는 긴급 핫라인 전화를 여러 번 받았다"며 "하지만 교전이 계속되고 있어 대부분 물리적으로 도와줄 수 없는 경우였다"고 전한 바 있다.

관련기사

체레파하 대표는 "성범죄는 평화로운 시기에도 좀처럼 보고되지 않는 범죄"라며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 사실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 같아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