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정보기술(IT) 플랫폼 기업 카카오의 본거지를 경기 성남시에 있는 판교로 인지하는 이들이 많지만, 카카오 본사는 제주시 첨단로에 있다. 출범 때부터 카카오는 늘 제주와 함께했다. 제주공항에서 카카오 대표 캐릭터인 라이언, 춘식이를 찾는 건 어렵지 않다. 감귤, 한라봉과 카카오 상징인 노란색도 공통분모다.
취재차 카카오 제주 본사를 지난달 30일 방문했다. 날씨가 유난히 우중충했다. 그런데도 주민들, 갓 식사를 마친 직원들이 산책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카카오는 공항에서 차로 20분가량 거리에 있다. 제주에서도 비교적 외진 곳이었다. 그래서일까. 혁신, 젊음이 떠오르는 카카오 이미지가 부각되는 것 같기도 했다.
본사 입구에 있는 돌하르방이 기자를 반겼다. 돌하르방에 적힌 메일 주소가 눈길을 끌었다. 메일을 보내면, 소원을 들어준다고 한다. 2008년부터 카카오가 제주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사회공헌 프로그램 ‘인터넷하는 돌하르방’ 사업이다.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전문위원 심사를 거쳐 개인, 기관 등 요구사항을 이뤄준다. 누적 지원금은 10억원에 달한다.
떼려야 뗄 수 없는 카카오와 제주 사이는 이처럼 지역 발전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지디넷코리아는 이재승 카카오 제주협력팀장, 이정미 매니저와 최근 인터뷰했다. 두 사람으로부터 카카오가 제주 성장에 이바지하는 점, 제주 소상공인과 예비 창업자 등을 위한 지원 방안 등에 대해 들었다.
이재승 팀장은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가 설립된 2015년 제주에 왔다. 당시 제주 지역 발전을 위한 카카오 내부 협력 조직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왔고, 곧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카카오 웹툰, 지식재산권(IP) 사업 제휴팀 일원이었던 이정미 매니저도 2016년 제주협력팀 TF에 합류했다. 카카오의 모든 제주협력 사업이 유의미하다고 이 팀장은 말했다.
이재승 카카오 제주협력 팀장: “인터넷하는 돌하르방은 원래 제주에 있는 초등학교에 도서관을 짓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던 것이 개개인에게 변화를 가져다주는 지금의 형태로 진일보했다. 두 달에 한 번 취합해 평가한 후, 소원성취를 돕는다. 예체능 전공을 희망한 한 학생이 이를 통해 재정 지원을 받아, 대학에 합격했다. 학생은 카카오 직원들에게 연주로 보답하며, 감사함을 표했다.”
이정미 매니저: “‘카카오 클래스’도 있다. 창업가, 창작자, 소상공인 등을 돕고자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와 2016년 시작한 교육 프로젝트다. 소상공인 판로 지원, 매출 확대를 돕고 있다. 광주, 대구, 부산 등 타지역으로 범위를 넓혔으며, 올해 규모를 확대할 예정이다. 수강생들은 실무 중심 강의와 서비스 담당자에게서 멘토링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카카오톡 스토어 입점, 관리를 돕기도 한다.”
IT 인재 양성 촉매제 역할
강의 인프라 구축이 더뎠던 제주에, 소상공인을 위한 길이 트였다. 카카오 클래스 누적 참여자수는 작년 기준으로 1천600명을 웃돈다. 카카오는 톡스토어 운영 노하우와 마케팅, 컨설팅 등을 제공하고, 수강생은 이를 기반으로 사업 성장 토대를 마련하게 됐다.
IT 인재 양성 촉매제로도 역할한다. ‘쇼미더IT’는 제주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진로체험 수업이다. 미래 IT 사업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 등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카카오 구성원으로 참여해, 필요 역량을 미리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카카오트랙’은 제주대학교와 협력해, 카카오 직원들이 학생들에게 강의하는 프로그램이다. 기업에서 필요한 수요자 중심 커리큘럼으로 구성됐다.
이재승 팀장: “카카오트랙으로 실제 카카오 동료가 된 친구들도 있다. 제주 내에서 우수한 학생들을 발굴하고, 채용하는 등 국내 IT 산업을 이끌어 갈 핵심 인력을 육성한단 점에서 (카카오트랙은) 특히,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이다. 카카오트랙 80% 이상 수강생이 유수 IT 기업으로 진출하고 있다. 카카오 지향점에 들어맞는 결과다.”
이정미 매니저: “제주에선 ‘4.3’ 어젠다 관련 논의가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여전히 도민들에게 제주 4.3사건이 갖는 상징성은 크다. 작년 제주 4.3 연구소와 해당 유적지 850곳을 데이터베이스(DB)화했다. 카카오맵에 테마 지도로 배포하기도 했는데, 이렇게 역사의 한 부분을 알리는 데 있어 플랫폼으로 기여했단 점이 뜻깊었다.”
제주 '지역 문제' 해결 나서기도
작년엔 ‘제주 임팩트 챌린지’를 처음으로 내놨다. 제주도민 스스로 지역 문제를 발견해 제안하고, 해결점을 찾을 수 있게끔 역량 강화 교육, 아이디어 실현 활동 등을 카카오가 지원한다. 선정된 팀에겐 워크숍과 팀별 맞춤형 멘토링 등 4개월간 월 1회 이상 교육한다. 프로젝트당 지원금 200만~400만원도 준다. 지난해 해양쓰레기 수거 등을 주제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제주 스타트업과 투자 활성화를 위한 움직임도 포착됐다. 카카오가 전담 기업으로 있는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필두로, 2015년부터 창업 교육 프로그램에 1만명가량이 참여했고 150여개 보육 기업들이 약 700억원을 투자 유치했다. 카카오는 제주스타트업협회 특별회원사로 속해, ‘유니콘’ 탄생의 마중물 역할과 스타트업 성장 방안 강구를 위한 노력도 계속하고 있다.
이재승 팀장: “지역별로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이때 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지만, 여건이 녹록지 않다. 주민들이 품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어떻게 해결할지 등을 모니터링해야 한다. 카카오는 제주도민들이 문제를 정의하고 기술, 플랫폼을 통해 해결하게끔 돕는다.
교육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제주도는 학구열이 높다. 일전에 코딩 교육에 대한 수요가 상당히 컸음에도, 읍면에 사는 학생들이 학습 기회를 얻기 어려웠던 적이 있었다. 우리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강사들과 찾아가는 코딩 교실을 선보였다.”
이정미 매니저: "그간 기대 이상의 결과들을 창출했다고 생각한다. 잘 한다, 못 한다를 떠나 제주와 긍정적인 시너지를 발현한 게 ‘카카오 제주’의 가장 큰 성과라고 본다. 제주는 혁신 사업 테스트베드로 활용하기 적합한 여건을 갖추기도 했다. 카카오와 제주, 앞으로도 ‘윈윈’하지 않을까."
"제주 카카오 생활, 스트레스 회복 속도 달라"
근 7년의 제주 생활에 대해서도 조심스레 물었다. 이 팀장, 이 매니저는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특장점으로 꼽았다. 일과 휴양이 조화롭게 어우러졌고, 따라서 번뜩이는 사업 아이템이 나타날 것이라고 공통으로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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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승 팀장: "제주는 창의적인 생각과 기회가 만들어지는 곳이다. 도시에선 출퇴근길 앞차를 보며 (일을) 시작하고, 끝난다. 제주에선 자연과 함께 하루를 출발하고 마무리한다."
이정미 매니저: "직장인으로 어디서 일하든 스트레스받는 건 매한가지다. 단, 한라산을 보며, 그날의 미세먼지지수를 파악한다. (웃음) 자연을 곁에 두다 보니 업무 부담을 덜어내거나, 스트레스를 회복하는 속도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