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사업자들이 넷플릭스 이용자 1인당 매달 12달러(약 1만2천원)씩 손해를 보고 있다."
로슬린 레이튼 덴마크 올보르대 박사는 23일 열린 SK브로드밴드의 '국내외 망 이용대가 이슈 해외 전문가 화상 인터뷰'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레이튼 박사는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 망 이용대가 소송'이 세계에서도 주목받고 있다며,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 넷플릭스의 '망 무임승차'에 대해 전 세계의 비판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 “SKB와 넷플릭스는 빌앤킵 적용대상 아니다”
레이튼 박사는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와의 항소심에 들고나온 '빌앤킵'(Bill and Keep)에 대해서 반박했다. 빌앤킵은 양사가 등가의 가치를 제공하거나 비용을 댄다면 상호 간 정산을 면제하자는 방침이다.
넷플릭스는 자사의 '오픈 커넥트 어플라이언스'(OCA)로 절감되는 트래픽 양이 많음으로 SK브로드밴드에 망 사용료를 낼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레이튼 박사는 "통상적으로 빌앤킵이 사용되기 위해선 선결 조건들이 있다"며 "우선 상대방들끼리 거의 유사한 수준의 트래픽을 교환해야 한다는 것, 각자가 빌앤킵을 적용하기로 합의해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즉,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의 빌앤킵을 받아들이기로 하지 않은 이상 해당 규정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또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에 등가의 가치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빌앤킵을 적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넷플릭스는 많은 양의 트래픽을 통신망 사업자 네트워크를 통해 전송하지만, SK브로드밴드는 동일한 양의 트래픽을 넷플릭스에 보내지 않는다. 그래서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는 등가의 가치를 제공한다고 할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OCA, 넷플릭스만 사용 가능
레이튼 박사는 넷플릭스의 OCA에 대해서도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꼬집었다.
레이튼 박사는 "OCA 운영은 상당한 에너지와 유지보수·인력 비용이 들어간다"며 "콘텐츠 사업자가 벌어들인 스트리밍 수익 1달러(약 1천200원)당 인터넷 사업자는 최종 이용자나 각 콘텐츠 사업자에게서 0.48달러(약 586원)의 비용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망 사업자들이 넷플릭스 이용자 1인당 매달 12달러(약 1만2천원)씩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넷플릭스가 자사의 OCA를 설치한다고 하는 것은 다른 콘텐츠 사업자와 비교하면 경쟁 저해 요소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넷플릭스가 설치하는 OCA는 넷플릭스의 콘텐츠용으로만 사용이 될 수 있다. 다른 콘텐츠 사업자는 그 네트워크 사업자의 망에서 그런 것들에 접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 "이중부과 주장? 양면 시장에는 해당 안 돼"
레이튼 박사는 이용자들이 이미 망 이용료를 지불하고 있기 때문에 CP에도 돈을 내라고 하는 것은 '이중부과'에 해당한다는 넷플릭스의 주장도 반박했다.
그는 "인터넷 산업은 신문, 카드와 같은 '양면 시장' 원칙이 적용된다"며 "신문사 같은 경우는 한쪽에는 광고료를 지불하는 광고주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구독료를 지불하는 구독자들이 있다. SK브로드밴드와 같은 망 사업자는 신문사와 같은 중간 사업자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문사는 광고주나 구독자들에게 각각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고 각각 비용을 받는다"고 말했다.
넷플릭스의 주장대로면 가입하지 않은 인터넷 사용자도 비용 부담을 하게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인터넷 가입자는 2천300만명 정도지만 넷플릭스 가입자는 500만명에 불과하다"며 "넷플릭스를 보지 않는 나머지 망 사용자들도 넷플릭스 콘텐츠를 스트리밍하는 데 들어가는 여러 가지 비용 부담을 함께 지불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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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튼 박사는 넷플릭스의 '망 중립성'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레이튼 박사는 "망 중립성이 무료 트래픽 전송을 의미한다는 넷플릭스의 주장은 억측"이라며 "상호접속은 망 중립성 규칙에서 예외사항이다. 2017년 유럽 전자통신규제기구는 상호접속 시장에 규제가 필요하지 않다고 결론지었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연합의 명시적 망 중립성 법은 인터넷 사업자가 트래픽을 차단하거나 제한하는 것을 금지하는 행위에 관한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