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헌진 생각대로 대표 "음식점-라이더-소비자 다 잘 살자는 게 기조"

현장·실무 경험 앞세워 이해관계 복잡한 시장서 성장 고민

인터넷입력 :2022/03/17 08:33    수정: 2022/03/17 15:24

굵직한 빨간 글씨가 배달 오토바이 뒤편 박스에 부착됐다. 생각대로다. 생각대로는 배달대행 사업자로, 로지올이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후, 배달 시장은 25조원 이상 규모로 성장했다. 그래서인지 생각대로 오토바이를 도로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생각대로 전국 지점은 1천46곳, 가맹점주만 10만2천명을 웃돈다. 지난해 연 주문량은 약 1억7천800만건이다.

재작년부터 네이버, 신한캐피탈과 신한금융투자 등에서 850억원가량 투자받았다. 로지올 모회사 인성데이타는 흑자 기업으로, 생각대로 배송 인프라 구축을 뒷받침하고 있다. 사륜차를 활용한 물류 기반도 갖춰졌다. 회사는 퀵서비스 중개 시장 점유율 70% 이상을 점하고 있다. 대구 공공배달앱 '대구로'도 운영하고 있다.

시장 확대, 자본력, 모회사 지원 외 강점이 또 있다. 생각대로는 지난해 10월 채헌진 대표를 새 수장으로 선임했다. 퀵서비스 배달원(라이더)으로 일하다, 인성데이타에서 2005년부터 영업 총괄, 사업 기획 등 경력을 쌓아왔다. 현장, 실무 경험에 능통한 배달 업계 전문가다. 커가는 배달 시장에 기민하게 대응하고자, 인성데이타는 채 대표를 첨병으로 내세웠다.

(사진=생각대로)

지디넷코리아는 지난 4일 서울 양재동 로지올 본사에서 채헌진 대표를 만났다. 채 대표는 배달에 일가견이 있다. 20년 전 대구에서 요식업을 창업했고, 야식집도 차렸다. 시간적 여유와 오토바이가 있어, 노느니 돈이라도 벌자는 생각에 퀵서비스를 알아봤다. 이때 황인혁 인성데이타 회장과 인연을 맺었다. 황 회장은 라이더가 핸드폰으로 배달 일을 간단히 처리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했다.

“다른 라이더는 족히 10만원 넘게 버는데, 하루 5만원을 못 넘기겠더라. (웃음) 어떻게 하면 많이 벌까 고민했다. 내가 길눈이 어둡다. 먼저 대구 지도를 사서 코딩을 했다. 오토바이에 부착한 후, 배달 동선을 하나하나 외웠다. 그 무렵 내비게이션이 나왔다. 이걸 활용하면, 라이더 업무 해결이 한층 수월해질 것으로 봤다.”

인성데이타에 합류한 건 2005년. 퀵서비스 시스템이 수작업으로 진행되던 때다. 어느 날 황 회장은 채 대표에게 위치 관제, 길 안내 프로그램을 보여줬다. 황 회장은 “이걸 퀵서비스, 배달에 도입하면 어떨까” 물었다. 채 대표는 “100% 성공한다”고 답했다. 곧 지역 기반의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배달 산업이 태동하기 훨씬 전부터, 채 대표는 이처럼 현장에서 땀을 빼고 있었다.

“주문-서비스-정산 방식은 지금과 같다. 그런데, 당시 정산에서 애를 먹었다. 라이더는 늘어나는데, 한 명 한 명 수수료를 지불하는 형태였다. 그래서 실시간 정산 체계를 짜냈다. 라이더가 주문 처리 후 바로 돈을 받도록 했다. 또 위치 관제를 통해 사무실에서 라이더 이동 경로를 파악해 원활한 서비스를 가능하게 했다.”

채헌진 생각대로(로지올) 대표. (사진=로지올)

채 대표는 배달 시장을 ‘시끄럽고, 분주한 장(場)으로 평가했다. 소비자, 라이더, 자영업자, 플랫폼 사업자 등 이해관계자들이 많단 얘기다. 고객은 배달 비용과 배송 상태에, 라이더는 안전 문제에 힘을 준다. 사업자는 어떻게 파이를 키워, 이윤을 낼지 고민해야 한다.

배달건수 증가는 돈만 있으면 가능하단 게 채 대표 철학이다. 배달 시장 전체를 섭렵하는 것도 투자 방향과 사업자 계획만 견고하다면, 단기간 도달할 수 있는 성과라고 했다. 단 사업지속성에 있어, 물음표가 붙게 된다. 결국 배달 산업이 성장곡선을 그리려면, 라이더와 소비자 만족도 제고가 수반해야 한다고 채 대표는 강조했다.

“생각대로는 태생부터 현장에서 출발했다. 1만원, 10만원을 지불해도 사업계속성과 효율성을 따진다. 우리가 추구하는 사업 방향이 라이더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고객 부담이 늘지 등을 살펴본다. 향후 배달 시장 성장에 불쏘시개가 될지도 검토한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배달 건수는 당연히 줄어든다. 다만 양질의 서비스와 기본에 충실해 온 생각대로 기존 틀은 변하지 않을 거다."

채헌진 대표가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생각대로 올해 청사진은 인성데이타를 발판삼아, 저렴한 가격에 빠른 배송으로 퀵서비스·커머스 형태 물류 플랫폼으로 도약. 초소형 전기자동차 배달 도입을 준비하고 있으며, 작년 말부터 경인 지역에서 테스트하고 있다. 로봇 배달 상용화를 위해 뜸을 들이고도 있다.

자영업자와의 상생안도 있다. 앱 매일드림을 운영해, 소상공인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매출 리포트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일반 카드와 배달앱 매출을 합산해 당일 매출을 다음 날 바로 입금해주는 선정산 서비스도 선보였다. 상반기 사용자인터페이스·경험(UI·UX)를 개선, 서비스를 고도화해 점주 편의성을 제고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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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산업 성장세가 최고조에 이르렀다. 이 시점에서 라이더에게 가장 중요한 건 뭘까. 돈을 많이 버는 거다. 소비자도 마찬가지다. 배달료 부담을 덜면서, 신속히 배달받고 싶어 한다. 핵심은 수익이다. 라이더가 생각대로 프로그램을 사용하면서, 오늘보다 내일 수입이 늘게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그게 사업자 역할이다.

'생각대로와 함께라면, 돈 잘 번다'는 기조를 마련하겠다. 라이더 배달 시간이 단축해 가맹점 매출도 늘어나는 '윈윈' 구조 말이다. 물류 체계화, 세밀한 기능을 곁들이는 건 그 다음이다. '같이 잘 살도록' 대표로서 발 빠르게 움직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