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던 20대 대선…누구를 위해 울리는 종이었나

[김익현의 미디어 읽기] 윤석열 당선인에게 존 던의 싯구절을 선사하며

데스크 칼럼입력 :2022/03/10 09:55    수정: 2022/03/13 22:13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는 미국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대표작이다. 스페인 내전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은 인간성을 말살하는 전쟁의 참상을 잘 담아내면서 수 많은 독자들에게 진한 감동을 안겨줬다.

하지만 정작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란 제목이 무슨 의미인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스페인 내전에서 죽어간 많은 사람들을 기리는 ‘조종(弔鐘)’일 것이란 짐작만 어렴풋이 할 따름이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는 17세기 영국 시인 존 던의 시 제목이다. “누구든 그 자체로 온전한 섬은 아니다”는 문구로 시작되는 이 시는 “모든 인간은 대륙의 한 조각이자 대양의 일부”란 뜨거운 선언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어지는 싯구절은 많은 문학도들에게 뜨거운 감동을 선사했다. 

(사진=뉴스1 제공)

“어떤 이의 죽음이든, 나를 감소시킨다./ 왜냐하면 나는 인류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누구를 위하여 종이 울리는지 알기 위해 사람을 보내지 말라. /종은 그대를 위해 울리는 것이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48.56% 득표율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표차가 24만7천표에 불과할 정도로 박빙 승부였다.

힘든 승부 끝에 승리한 윤석열 당선인에게 축하를 보낸다. 모쪼록 지지자들의 목소리는 가려 듣고, 반대한 측의 비판은 새겨듣는 현명한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 그래서 선진국 대열에 진입한 '대한민국호'를 잘 이끄는 유능한 선장이 되기를 기원한다. 무엇보다 열린 마음과 겸허한 자세로 국정에 임해줬으면 좋겠다.

언론은 이번 대선을 ‘역대 최악의 비호감 선거’라고 규정했다. 개인적으로, 이런 규정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다만 선거 기간 내내 ‘이대남’과 ‘이대녀’ 편가르식 접근은 많이 불편했다. 그래서 어느 쪽이 대통령이 되든, 그 부분은 꼭 짚어주고 싶었다.

대한민국은 단일 국가다. 지역과 성별, 연령에 따라 이해관계가 다를 수는 있겠지만, 그들 모두 대한민국이란 국가를 떠받치고 있는 중요한 축이다. 존 던의 싯구절을 빌리자면, “대한민국의 한 조각”이다. 앞으로 5년 동안 국정을 이끌면서, 단순하지만 명쾌한 이 진리를 가슴 깊이 새겼으면 좋겠다.

17세기 존 던의 성찰은 21세기 대한민국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어떤 이의 죽음이든 나를 감소시킨다는 메시지. 우리 모두 인류의 한 부분이란 성찰. 그러니 멀리서 울리는 종소리가 곧 나를 향한 것이란 깨달음. 지금 우리 사회에는 이 깨달음이 절실해 보인다.

윤 당선인은 “모두 힘을 합쳐 국민과 대한민국을 위한 하나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나라의 리더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국민 목소리를 어떻게 경청해야 하는지 많은 것을 배웠다”면서 “선거 경쟁을 하는 것이 국민을 위한 것이고 모두 힘을 합쳐 국민과 대한민국을 위해 하나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윤 당선인은 “헌법 정신 존중하고, 의회를 존중하고, 야당과 협치하면서 국민을 잘 모시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대로 대한민국을 잘 이끄는 훌륭한 대통령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다른 후보를 지지한 51.44%의 유권자도 대한민국 호에 함께 타고 있다는 점을 깊이 새기는 멋진 선장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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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17세기 영국 시인 존 던의 절규를 진지하게 함께 성찰했으면 좋겠다. 앞으로 윤 당선인이 이끌어야 하는 것은 국민의힘 지지층이 아니라 전국민이기 때문이다. 

“누구를 위하여 종이 울리는지 알기 위해 사람을 보내지 말라. /종은 그대를 위해 울리는 것이니.”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