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주요 외신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미국의 강도 높은 대러 제재가 한국 자동차 산업에 특히 치명적이라고 분석했다.
로이터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미국의 고강도 대러 제재는 한국 차 산업은 물론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 사업 전체를 위태롭게 하는 악재"라고 내다봤다.
현재 한국은 차량용 반도체 등 부품 생산에 필요한 네온(Ne)과 크립톤(Kr) 등 희귀가스를 러시아·우크라이나에서 50% 가량 수입하고 있다.
지난해 반도체 노광공정에 쓰이는 네온은 전체 수입 물량 중 28.3%가 러시아(5.3%)·우크라이나(23.0%)에서, 식각공정에 활용되는 크립톤의 48.2%는 러시아(17.5%)·우크라이나(30.7%)에서 들어왔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으로 이미 생산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희귀가스 공급에도 문제가 생긴다면 한국 차 산업에 드리워진 먹구름은 더 짙어질 전망이다.
러시아 시장 공략에 적극적인 현대자동차그룹 피해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2010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생산공장을 설립하는가 하면 지난해 GM 공장을 매입, 생산량 확대를 꾀하는 등 현지 시장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작년 판매량은 37만3천132대로 시장 점유율 2등을 차지하기도 했다.
문제는 부품 수급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우리나라 차 부품 업체들이 러시아로 수출하는 부품의 90% 이상은 현대차 러시아 공장으로 납품된다.
미국의 대러 제재로 부품 생산·수출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면 차 생산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서방의 러시아 스위프트(국제은행통신협회) 퇴출 결정도 문제다. 현대차그룹은 송금 차단 우려에 직면했다.
삼성증권은 "미국 등 서방에 의한 러시아 스위프트 퇴출에 따라 현대차그룹 수출도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라고 전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미국과 우리 정부 지침에 맞춰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을 아꼈다.
유럽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 다국적 제조사 르노그룹·스텔란티스도 비상이다.
르노그룹은 28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모스크바 생산공장 가동을 중단한다. 스텔란티스도 상용차를 생산하는 칼루가 공장 가동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 CEO는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필요한 경우 현지 직원의 안전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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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포르쉐·폭스바겐·스코다 등도 우크라이나 침공일인 24일부터 러시아로 향하는 모든 수출 선적을 중단했다.
아우디는 "배송 재개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라면서 "상황이 악화되면 선적이 무기한 연기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