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연말 기준금리 1.75~2.0% 시장 기대 합리적"

금리 동결…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3.0%, 물가상승률은 2.0→3.1%

금융입력 :2022/02/24 13:18    수정: 2022/02/25 08:12

한국은행이 24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종전과 같은 수준인 연 1.25%로 운용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부터 세 차례(0.75%p) 금리를 인상한 뒤 숨고르기에 나선 것은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운이 커지면서, 국제 유가 등이 치솟아 대내외 경기 여건 변화를 점검할 필요가 생겼기 때문이다.

다만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추가 금리 인상의 가능성을 강력 시사했다. 

이 총재는 "시장이 기대하고 있는 연말 연 1.75~2.00%의 기준금리가 한국은행의 전망처럼 합리적이라고 판단한다"고 발언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021년 11월 전망과 같은 3.0%로, 물가상승률은 2.0%에서 3.1%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24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발언하고 있다.

연말까지 최대 세 차례 추가 인상 시사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주열 총재는 "금통위는 그간 세 차례에 걸쳐 선제적으로 금리를 조정해 온 만큼 지금 시점에서는 주요국의 통화 정책 방향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외 여건 변화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좀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금통위원 전원이 금리 동결을 의결했다.

이어 이 총재는 앞으로도 통화 정책의 완화 정도를 계속 적절히 조정해 나가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지금과 같은 높은 물가 오름세가 상당 기간 이어지고 금융 불균형 위험을 줄여나갈 필요성도 여전하다"고 부연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상과 물가 오름세가 확대됨에 따라 시장이 국내 기준금리가 연말에는 연 1.75~2.00%까지 오른다는 예측에 대해 이 총재는 "시장의 기대가 합리적인 경제 전망을 토대로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0.25%p씩 금리를 올린다면 연말까지 최대 세 번까지 추가 인상이 관측되는 셈이다. 

이 총재는 "시장 기대에 바탕이 되는 성장·물가·대외 여건 흐름이 시장이 예상하는 것과 한국은행이 보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연 1.50%로 한 차례 추가 인상이 이어진다 하더라도 '긴축'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물가 오름세가 커지면서 통화 정책의 대응 필요성이 이전보다 더 커졌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총재는 "물가가 높아지면 통화 정책 실질적인 완화 정도가 확대되는 것이라 물가 안정을 위한 통화 정책 대응 필요성이 종전보다 더 커졌다고 할 수 있다"며 "계속 완화 정도를 조정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한 것도 이 같은 고려 요인"이라고 언급했다.

최근 소비자물가지수 흐름.(자료=한국은행)

물가상승률 전망치 3개월 새 1.1%p 올려…러-우 사태 주목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로 지난해 11월과 동일하게 내놨지만,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2%에서 3.1%로 큰 폭 높였다. 2021년 연간 물가상승률이 2.5%라는 점과 비교하면 올해 물가상승률이 높은 수준이다. 올 1월 중 소비자 물가는 3.6%이며 2021년 10월 이후 물가상승률은 3%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이 총재는 "11월 전망하고 3개월 사이 짧은 기간 동안 물가 상승 확산 정도가 생각했던 것보다 크고 광범위하게 나타났다"며 "근원 물가까지 상승 압력이 큰 폭 확대된 점을 (물가상승률 전망치에) 반영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의 지정학적 리스크, 국제유가 상승으로 전망치를 큰 폭 상향 조정하게 됐다"고 답변했다.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 중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를 가장 큰 변수로 봤다. 이 총재는 "상·하방 리스크가 있지만 우크라이나 사태가 국내 물가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면전으로 간다면 물가는 분명 높이는 쪽으로 작용하고 원자재 가격, 유가 상승이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스태그플레이션 아냐" 강조

이주열 총재는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에 대해선 '그렇지 않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현재 국내 경제 상항 보면 스태그 우려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스태그네이션(경기 불황) 상황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정의인데 성장 흐름을 보면 수출이 호조세이고 소비 회복 기조로 올해는 물론이고 내년에도 잠재성장률 수준을 크게 웃돌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이뤄진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으로 물가가 자극되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지속하겠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이 총재는 "물가상승률이 3%대로 예상되는 상황서 추경 편성을 하고 정부 재정 지출 확대가 되면 물가를 더욱 자극시키 않겠다는 우려가 당연히 제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며 "이번 추경은 소상공인 피해를 지원하는 성격이 강해 물가 영향이 없다고 할 순 없지만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앙은행 입장서는 3%가 이어지는 상황서 기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것은 아닌지 눈여겨 지켜봐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통화정책방향 전문.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시까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 수준(1.25%)에서 유지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하였다.

세계경제는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도 백신 접종 확대 등으로 경제활동이 크게 위축되지 않으면서 회복 흐름을 이어갔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미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속도에 대한 우려, 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영향으로 주요국 국채금리가 큰 폭 상승하고 주가는 상당폭 하락하는 등 변동성이 확대되었다.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코로나19 전개 상황, 글로벌 인플레이션 움직임,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경제는 코로나19 재확산에도 회복세를 지속하였다. 민간소비의 회복 흐름이 방역조치 강화 등으로 주춤하였으나, 수출은 견조한 글로벌 수요에 힘입어 호조를 지속하였다. 설비투자는 글로벌 공급차질에 영향받아 다소 조정되었다. 고용 상황은 취업자수 증가세가 이어지는 등 개선세를 지속하였다. 앞으로 국내경제는 수출의 견실한 증가세가 이어지고 민간소비 회복 흐름이 점차 재개되면서 양호한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금년중 GDP성장률은 지난 11월 전망치인 3%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유류 가격의 높은 오름세 지속, 개인서비스 및 공업제품 가격의 상승폭 확대 등으로 3%대 중후반의 높은 수준을 이어갔으며,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은 2%대 중반으로 높아졌다.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대 중후반 수준을 나타내었다.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월 전망경로보다 높아져 상당기간 3%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보이며, 연간으로는 3%대 초반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근원인플레이션율도 금년중 2%대 중반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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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에서는 국제금융시장 움직임 등에 영향받아 장기시장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하고 주가가 상당폭 하락하였으며, 원/달러 환율은 소폭 상승하였다. 가계대출은 증가규모가 축소되었으며, 주택가격은 수도권과 지방 모두에서 오름세가 둔화되었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앞으로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다. 코로나19 관련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으나 국내경제가 양호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물가가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갈 것이다. 이 과정에서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시기는 코로나19의 전개 상황,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 기준금리 인상의 파급효과,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성장·물가의 흐름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