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페이스북은 지금과 많이 달랐다. 그냥 개인들의 프로필 페이지가 느슨하게 연결된 형태였다. 누군가 올린 글을 보기 위해선 그 사람의 프로필 페이지를 직접 방문해야 했다.
블로그보다 조금 더 진전된 형태였던 페이스북은 2006년 가을 멋진 변신에 성공한다. 그 해 9월 6일 도입한 ’뉴스피드(newsfeed)’ 덕분이었다.
‘뉴스피드’는 나의 이야기 뿐 아니라 친구 이야기, 그룹, 페이지 등에 올라오는 이야기가 한 데 모이는 공간으로 설계됐다.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에 따라 이용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 만한 글들을 표출해준다. 덕분에 페이스북 이용자의 참여 지수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급속하게 증가했다.
그런 측면에서 뉴스피드는 페이스북 플랫폼의 광장이나 다름 없다.
뉴스피드의 역할은 그 것뿐만이 아니다. 페이스북에게 뉴스피드는 개인 맞춤형 광고를 표출하는 유용한 공간이다. 방대한 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개별 이용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광고를 뉴스피드에 뿌려주면서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 흩어져 있던 프로필 묶어준 뉴스피드, 페북 광고 전략의 핵심
흩어져 있던 이용자들을 '관심 공중' 단위로 한 공간에 모아 주는 역할을 한 뉴스피드는 수 십 억 이용자를 공략하기 위한 페이스북의 연환계(連環計)라고 해도 크게 그르진 않다.
연환계는 삼국지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전투 중 하나인 적벽대전의 토대가 된 작전이다.
적벽대전을 앞둔 제갈량은 조조의 수군을 공략할 방안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불을 이용한 공격만이 해법인데, 그러자면 조조의 함선을 한 덩어리로 묶어야 한다.
그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또 다른 책사인 방통이 직접 조조를 찾아갔다. 그는 병사들의 배멀미가 걱정이라는 조조에게 전선(戰船)들을 쇠사슬로 묶자고 제안한다. 그렇게 하면 수전에 익숙하지 못한 병사들이 좀 더 수월하게 전투를 수행할 것이란 그럴 듯한 설명까지 곁들였다. 결국 조조를 꼬드겨 수군과 병선을 연환의 고리로 묶는데 성공한다.
이 전략 덕분에 제갈량과 주유 연합군은 화공으로 조조의 수군을 초토화시킬 수 있었다.
페이스북에게 뉴스피드가 ‘연환계’ 역할을 했다는 건 그런 의미다. 이용자들을 '관심 공중' 단위로 효과적으로 묶어서 상호작용을 극대화하고, 이 상호작용을 정밀 분석해 광고 및 콘텐츠 추천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었다. 그런 측면에서 뉴스피드는 페이스북이 최고 소셜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밑거름이나 다름 없다.
그런데 최근 들어 ‘뉴스피드'는 페이스북에겐 또 다른 고민거리였다. 뉴스피드를 통해 허위조작 정보가 무차별 유포되면서 ‘가짜뉴스 폐해의 주범’이란 비판에 시달렸다. 뉴스피드가 ‘관심이 비슷한 공중’을 한 무리로 손쉽게 묶어준 덕분에, 가짜뉴스 공격에 한층 수월해지는 부작용이 생긴 것이다.
실제로 페이스북의 많은 문제들은 뉴스피드 알고리즘에서 연유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지난 해 페이스북 내부 고발자인 프란시스 하우겐은 “참여지수 극대화에 초점을 맞춘 알고리즘 때문에 혐오 발언과 허위정보가 더 무차별적으로 유포됐다”고 폭로해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놨다.
미국 의회까지 이런 문제 해결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최근 미국 하원이 추진하고 있는 ‘필터버블 투명성 법’이 대표적이다.
이 법은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들이 '불투명한 알고리즘’이 개인 데이터를 활용해 콘텐츠를 추천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해 개인들들에게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콘텐츠를 거부하는 권리를 보장해주도록 했다.
■ 뉴스와 혼동 오해 풀고 싶었을 수도…알고리즘 문제 해결은 난망
페이스북은 15일(현지시간) ‘뉴스피드’란 명칭에서 ‘뉴스’를 떼내어버리기로 했다고 선언했다. 앞으로는 그냥 ‘피드’로 부른다는 것이다.
이날 페이스북은 공식 페이지를 통해 “오늘부터 뉴스피드는 피드로 불리게 된다. 즐겁게 스크롤하시라”는 공지문을 올렸다. 이렇다 할 배경 설명은 없었다.
하지만 외신들은 이번 조치가 ‘뉴스피드’가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는 지적을 어느 정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뉴스피드란 명칭 때문에 그 공간에 올라온 극우적인 견해를 담은 의견이나 근거 없는 주장도 ‘뉴스’로 오인한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또 다른 추론도 가능하다. 그 동안 마크 저커버그는 “언론사나 기관들의 콘텐츠보다는 친구나 이웃이 올린 글들을 더 우대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해 왔다. 이런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도 ‘뉴스피드’란 명칭은 썩 어울리진 않는다.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조치라면 ‘뉴스피드’ 보다는 ‘피드’가 훨씬 더 적절해 보인다.
하지만 페이스북의 진짜 문제는 뉴스피드에 올라온 콘텐츠를 뉴스로 오해하는 차원에 머무르지 않는다. 삼국지의 연환계를 연상케 할 정도로 개인 프로필을 한 공간에 묶어 놓은 뒤 자신들만의 (비밀스러운) 알고리즘에 따라 무차별 콘텐츠 공세를 하는 방식이 더 큰 문제다. 허위조작정보와 혐오 발언 문제의 연원도 따지고 들어가면 그 때문이다.
그래서 일까? 더버지, 프로토코를 비롯한 미국 주요 외신들은 이번 명칭 변경은 그 동안 지적됐던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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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게이지먼트 극대화’에만 초점을 맞춘 알고리즘을 개선하지 않는 한 페이스북 플랫폼의 부작용은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긴 유비, 손권 연합군이 화공을 펼치기 딱 좋은 형태로 조조의 전선들을 한 덩이로 묶어놨던 ‘연환계’를 선뜻 포기할 리 없듯, 페이스북 역시 자신들의 입맛대로 촘촘하게 엮어 놓은 뉴스피드의 기본 작동 방식을 버릴 이유는 별로 없어 보이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