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규제법은 시기상조…자율규제 방안 도출해야"

4차산업혁명위 주최 토론회서 "합리적 규제 마련 필요" 지적

인터넷입력 :2022/02/07 18:27    수정: 2022/02/07 19:23

안희정, 최다래 기자

"해외에서는 플랫폼 규제 움직임이 있지만, 우리나라 현실에 부합하는 공정한 플랫폼 생태계를 위한 규제가 있어야 한다. 자칫하다가 토종 플랫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고, 규제 실효성도 의문이다. 특정 플랫폼을 금지 시키는 방향의 규제보다는 우려 사항을 보완할 수 있는 합리적 규제가 마련돼야 한다."

박유리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센터장은 4차산업혁명위원회와 국회 4차산업혁명포럼이 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4차산업혁명 시대, 플랫폼의 바람직한 역할과 정책방향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하며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안에 대해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하고, 규제 도입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박유리 센터장은 플랫폼 경제의 부상과 정책 이슈에 대해 설명하며 글로벌 플랫폼기업과 국내 플랫폼 기업의 사례를 언급했다.

먼저 박 센터장은 플랫폼이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플랫폼 경제가 급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플랫폼 시장에서는 ▲공정경쟁 관련 이슈와 규제 ▲이해관계자 갈등 ▲데이터 알고리즘 ▲노동자 이슈 등이 논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고, 이에 맞춰 EU나 미국도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예를 들어 EU는 토종플랫폼의 경쟁력이 없기 때문에, 규제로 외산 플랫폼에 대한 견제를 하고 있다. 미국은 온라인 플랫폼 힘이 세지면서 소비자 선택 감소, 미국 경제의 혁신과 기업가 정신 침식, 사생활 침해 야기 등을 이유로 일정 조건 이상을 만족하는 기업을 사전에 지정하고 금지하는 행위를 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각 부처에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과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법이 발의되며 규제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러나 박 센터장은 정책 과제도 혁신과 규제가 대립하는 형태가 아닌, 혁신을 위한 규제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박 센터장은 "글로벌 규제 강화 움직임을 고려해야 하지만, 우리나라 현실에 부합하는 공정한 플랫폼 생태계를 위한 규제가 마련돼야 한다"며 "EU규제 강화는 자국 플랫폼 보호 기제로 작용할 수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토종 플랫폼에 부정적인 역할을 미칠 우려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외산 플랫폼 기업에 동일 규제를 적용하더라도, 체감 규제는 국내 기업에 더 높게 작용할 있으며, 규제 실효성에도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면서 "현재 규제 시스템으로 해결이 불가능한 것인지, 해당 규제가 우리나라 플랫폼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충분한 논의를 통해 규제 도입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해관계자와의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 센터장은 "다부처 영역에 걸쳐있고, 이해관계자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플랫폼의 특성을 고려해 진일보된 총괄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기득권을 가진 이해집단의 이해를 대변하지 않고, 전체 사회 후생과 산업 혁신을 목적으로 하는 공정한 협의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박 센터장은 지속적 혁신 창출과 경쟁 활성화를 위해 플랫폼 투명성을 증대하고, 전환비용 감소를 위한 정책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온라인 플랫폼 생태계에 대한 분석과 검토를 통해 시장과 산업 단위를 뛰어넘는 플랫폼의 사업영역, 경쟁양상, 진화 방향을 파악해 정책 수립을 위한 근거 자료를 수집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플랫폼 정책 방향 토론회

■ "규제 풀어 새 플랫폼 촉진 해야" vs "플랫폼, '혁신' 이름으로 시장 침탈"

이날 열린 토론회에서 플랫폼 규제를 두고 전문가들의 입장이 갈렸다.

인터넷기업협회와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 플랫폼 관련 단체는 플랫폼 규제 완화를, 한국중소상인장연업자총연합회, 소비자학과 교수 등은 플랫폼 규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성호 인기협 회장은 "최근 몇몇 기업 관련 언론 보도에 따른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플랫폼) 규제가 광풍 몰아치듯 일어나는 게 우려스럽다"고 제기했다.

이어 박 회장은 "플랫폼에 대한 오해가 확산되고 있다"며 "플랫폼이 우리 사회 골목 상권을 침해하고, 소상공인에 피해를 준다는 시각은 편협한 관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작년 통계를 보면, 플랫폼 입점 소상공인 200만 명은 플랫폼을 이용해 매출 33조원이 증가했고, 비용은 13조원 감소하는 등 굉장히 큰 경제 효과가 있었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플랫폼을 잘 이용한 소상공인은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부연했다.

박 회장은 민간주도 혁신을 강조하며, 정부의 지지 역할을 촉구했다. 그는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플랫폼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방점을 둬야 한다. 수수료나 노동 문제는 해결해나가야 할 과제며, 기업이 논의하며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지금은 민간주도, 창의 혁신 시대"라면서 "정부에서는 뒤에서 밀어주고, 지지해주는 역할로 바뀌어야 하는데 규제를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것 같다. 이 시대와는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박 회장은 "때와 장소, 방법의 유연성을 고려하고, 기존 규제 적용을 우선 살펴봐야 한다"며 "기존 규제를 적용하고, 그래도 안 되면 자율 규제, 이후 새로운 법을 만드는 순차적인 방법으로 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성진 코스포 대표는 "우리나라는 플랫폼 자체를 규제해 다양한 혁신을 촉진하고자 하는 스타트업의 싹을 잘라버린다"며 "이러한 방식으로 접근하면 실패한 정책 방향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 대표는 "플랫폼 자체를 규제하면 오히려 진입장벽을 높여 거래 비용이 올라가고, 스타트업의 기회가 사라지는 한편, 기존 기업이 이미 충분한 (자본) 규모를 축적해 기업 규제 비용을 지출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스타트업이 등장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경쟁을 약화시키고 대형 사업자 위주 시장 구조로 오히려 시장을 왜곡시키고, 결국 소비자 후생도 저하된다"면서 "플랫폼 경제와 경쟁을 촉진시키고 소비자 후생을 높이는 가운데 발생하는 일부 문제점에 대해서만 정확히 접근해 그것에 대한 해결책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이성원 사무총장은 플랫폼이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시장 침탈을 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 사무총장은 "지금 법률보다 훨씬 강한 규제가 필요하다. 법률 제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공공플랫폼이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하나, 방법이 없다. 공공플랫폼을 통해서라도 지금의 공정하지 못한 플랫폼 생태계를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며 강력한 규제 도입을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플랫폼과 상생을 요구할 것이지만, 거절 시 강경하게 우리의 길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반면 김성숙 계명대 소비자정보학 교수는 플랫폼의 소비자 편익을 인정하면서도 시장 독과점은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유럽 등에서 법제화되는 과정을 보면 독과점 이슈가 (플랫폼의) 가장 중점"이라며 "독과점은 소비자에게 중장기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김 교수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거래 진정성에도 문제가 있다"며 "사기 거래 발생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들이 플랫폼이 거대 기업이고, 믿을 만한 기업임을 인지하면 입점 사업자에 대한 의심을 안 하는 경향이 있다"고도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불법 거래, 소비자 피해 발생 시 법적 책임 소재를 어떻게 명확하게 하고, 소비자 맞춤 광고에 관한 타겟 관리를 누가 책임질지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학계에서는 플랫폼 규제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플랫폼 시장 구조에 실제로 우려가 존재하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아직 데이터가 없어서 연구도 힘들다. 해외에서 규제를 한다는 이유로 미리 규제에 나서면 착오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4차산업혁명 위원회에서도 관련 데이터 생산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도 같은 의견을 내며 "국내엔 아직 글로벌 기업에 비할 플랫폼이 있지 않다"며 "플랫폼 분야에서 제기되는 문제점 중에는 갑질이 있는데, 현재 국내 플랫폼 상황에서 그렇게까지 갑질이 심각한 문제인 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플랫폼이라서 문제가 아니라, 산업의 전환과정, 거래 당사자간 크기 차이 등에서 나오는 일반적인 문제점의 성격이 강하다고 본다"면서 "공정거래법에 기초한 보편적 규제와 사업자들의 자율적 상생노력에 좀 더 기회를 부여하고 그런 접근의 한계가 명확해질 때 비로소 추가적 규제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4차산업혁명 시대, 플랫폼의 바람직한 역할과 정책방향 토론회

■ 부처 따라 의견 다소 갈려…규제 필요성은 인정 

이날 토론회에는 과기정통부, 방통위, 공정위 관계자도 참석해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공유했다.

먼저 과기정통부 강도현 정보통신정책관은 "플랫폼은 스타트업의 꿈"이라며 "선과 악으로 구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며 소상공인과 상생 협력 모델을 만들어 가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강 정책관은 온라인 플랫폼에 관한 '최소 규제' 원칙을 강조했다. 그는 "과기정통부는 새로운 규제보다는 기존 규제를 활용한다는 입장, 공정위나 방통위는 새로운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1년간 같이 협의해왔다"며 "해외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최소 규제를 위해 규제 범위를 상향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방통위 김재철 이용자 정책국장은 "온라인 플랫폼 시장은 양면성이 있다. 규제로 인한 산업 피해와 약자 피해가 공존해 두 우려 사항을 합리적으로 조율하는 제도가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방통위는 그간 국회 과방위에서 발의된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법에 대한 입법을 지원해왔고 앞으로도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특히 지난해 11월에는 방통위, 과기정통부가 이용자와 산업계 의견을 충실히 반영하고 정부 부처와 의견을 조율한 수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며 "원안보다 자율규제 비중 높이고, 규제 적용 대상은 사회적 참여가 필요한 10개 안팎의 대규모 사업자로 한정했다"고 부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방통위는 온라인 플랫폼 관련 제도를 통해 산업적 효율성뿐만 아니라, 공정성, 투명성, 민주성, 자율성 등 디지털 시민사회 성숙까지 지원하는 것이 목표"라며 "수정된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의 법 목적은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 온라인 플랫폼 사업의 지속가능한 발전, 이용자 보호로 확장 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위 유성욱 시장감시국장은 "플랫폼 사업자의 혁신 아이디어를 통해 시공간 제약없이 공급자와 소비자를 연결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혁신적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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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유 국장은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 제정 이유를 "거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와 소상공인 간 계약서 체결 관행을 제도화하기 위해 노력한 것"이라며 "규제 위주보다는 당사자 간 합의를 제도화한다는 취지에서 제정한 것을 이해했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해외 사업자 대비 국내 사업자가 역차별을 받는 것이 아니냐는 업계 우려에 "외국 사업자에 대해 우리가 굉장히  세게 대했던 것을 알 것이다. 온플법이 제정되더라도 역차별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