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아기는 누가 자신을 사랑하고 돌봐 줄 사람인지 알 수 있을까? 답은 침에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연구진은 어린이가 서로 침을 교환할 가능성이 있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더 친밀하며 서로 도움을 주고받아야 할 관계로 생각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어린 아기라도 이러한 행동 신호를 바탕으로 돌봄을 제공할 사람을 알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최근 과학전문 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됐다.
침을 교환할 수 있는 행동이란 입맞춤이나 음식 나눠 먹기 등을 말한다. 인류학에서는 가족과 같이 애착과 상호 책임감이 강한 ‘두꺼운 (thick)’ 관계에 있는 사람들은 침 등의 체액을 나누는 것을 덜 꺼려한다는 점이 알려져 있었다. MIT 연구진의 이번 연구는 어린이들이 실제로 침 공유 같은 행동을 통해 관계의 친밀도를 알아챌 수 있는지를 실증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연구자들은 8개월에서 19개월 사이 아기들에게 연기자와 인형의 상호작용을 보여주었다. 인형은 한 배우에게는 오렌지를 나눠 주고, 다른 배우와는 공을 주고받으며 놀이를 했다. 이후 인형이 두 배우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연구진은 원숭이 집단에 대한 비슷한 연구를 바탕으로, 아이들이 인형을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쳐다볼 것이란 가설을 세웠다. 아기들의 80%는 인형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자 오렌지를 나눠 먹은 배우를 쳐다보았다.
또 연구진은 배우가 자기 손가락을 입에 넣었다 인형의 입에 넣는 장면과 같은 배우가 손가락을 이마에 댔다 다른 인형의 이마에 대는 장면을 보여주었다. 이후 배우가 두 인형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이자, 아이들은 입에 손가락을 넣은 인형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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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침의 공유가 아기가 자신과 주변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파악하는 주요한 열쇠가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 연구 제1저자인 MIT 박사후과정 애쉴리 토마스는 “다른 종에 비해 성장 과정에서 어른에게 의존하는 기간이 긴 인간에게는 자신의 생존을 도울 사람이 누구인지 가려낼 수 있는 사회적 관계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향후 가족 구조가 다른 문화권으로 연구를 확장하고,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을 활용해 침 공유 행동을 평가할 때 활성화되는 뇌 부위도 분석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