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바이오벤처 스캔들, 일명 ‘테라노스 사건’에서 환자들이 창업자인 엘리자베스 홈즈에게 속아 넘어간 이유 가운데 하나로, 환자들이 어떤 검사를 언제 어디서 받을지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을 거의 갖지 못하는 의료계의 관행도 한 몫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주 법원 배심원단은 테라노사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즈에 대해 투자자 대상 사기 공모와 3건의 금융사기 등 기소 죄목 4건에 대해 유죄를 평결했다. 혈액 몇 방울로 다수 질환을 진단할 수 있다는 거짓말로 세상을 속인 엘리자베스 홈즈는 어떻게 일반인과 의사, 환자들을 속일 수 있었을까?
영국의학저널(The BMJ)은 환자들의 낫고자 하는 희망이 그들을 과대광고에 취약하게 만든다고 꼬집는다.
지난 2013년부터 테라노스는 ‘값싸고 빠른 진단 테스트’를 내세워 다수의 대중에게 본인들을 강점을 홍보하기 시작했다. 작은 혈액 샘플에 200개 이상 질환 테스트를 할 수 있다는 광고는 큰 화제를 불러왔다. 약 40개의 테스트 센터에서 3년 동안 수천 명을 상대로 약 150만 건의 진단 테스트가 진행됐다.
통상 체외 진단 테스트는 위험성이 낮고 엄격한 규제 적용 대상이 아닌 것으로 간주된다. 테라노스의 진단 테스트 과정에 문제가 있음을 인식한 미국 메디케어 앤 메디케이드 서비스 센터(CMS)는 2016년 테라노스에 서한을 보내 “환자의 건강과 안전에 즉각적인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테라노스의 나노 채혈 튜브가 의학적으로 ‘불분명한 의료기기’라고 밝히고 나서야 테라노스의 환자 진단 검사가 중단됐다.
영국의학저널은 환자들이 진단 검사에 대한 선택권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점을 들어 이러한 관행이 상시적으로 이뤄져왔음을 지적했다. 환자들은 검사 결과 통보 시점도 사전에 알 수 없고, 자신의 검사 결과에 접근할 방법도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디지털 의료기기 등의 개발에 따라 환자들은 본인 스스로 건강상태를 관리할 수 있다고 믿는다. 문제는 쏟아지는 새로운 검사법과 검사 기술의 신뢰성과 유용성 검증 또한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건강을 염려하는 사람들은 혁신 기술과 치료법에 현혹되기 쉽다. 홈즈는 이러한 환자들의 약점을 교묘히 파고들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