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초개인화 시대, CRM으로 데이터 리터러시 확보할 때다

PwC컨설팅 김영국 박사

전문가 칼럼입력 :2021/12/21 13:12    수정: 2021/12/21 14:31

김영국 PwC컨설팅 박사
김영국 PwC컨설팅 박사

처음 컴퓨터가 보급됐을 때 느꼈던 전율을 아직도 잊지 못하는 기성세대들이 있다. 컴퓨터와 인터넷을 활용한 정보기술로 우리 삶이 혁신적으로 바뀐 지 불과 몇십 년 만에 우리는 또 다른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제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메타버스 등의 혁신 기술이 시대를 주도하고 있다.

이와 같은 디지털 혁신 시대의 가장 큰 특징은 ‘플랫폼화’라고 할 수 있으며, 플랫폼화는 디지털을 기반으로 제품, 고객, 사회를 연결하고 있다. 현재의 고객은 더 이상 고립돼 있지 않다. 많은 기업은 디지털 기술을 통해 고객과 더 많은 접점을 만들고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때 플랫폼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국내 주요 플랫폼 기업은 단순히 정보 검색, 메신저 등의 기능뿐 아니라 커머스, 엔터테인먼트, 교육, 커뮤니티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며 고객을 자신의 플랫폼 안에 최대한 머무르게 하고 있다. 플랫폼 기업의 치열한 고객 유도 경쟁이 더욱더 가열되는 것은 고객과의 접점을 많이 확보하는 기업이 결국엔 승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초연결-초개인화’를 특징으로 하는 플랫폼, 고객 데이터로 경쟁력 키워야

플랫폼 전쟁에서 생존하기 위해선 단순히 덩치만 키우는 것이 해답이 아니다. 현시대에 ‘나노 사회’라는 별명이 붙여진 것처럼 얼마나 민첩하고 세밀하게 고객의 니즈와 취향을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기업 역량이 됐다. 고객의 입장에서, 이미 재화와 서비스는 넘쳐나고 있다. 무수히 많은 상품 중 내 취향에 맞는 것을 찾는 과정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러한 소비자의 특성을 빠르게 파악한 기업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영상을 자동으로 스마트폰에 띄워주고 관심 있게 검색한 상품을 자연스럽게 커머스 홈페이지에 진열하고 있다. 고객의 입맛에 맞는 상품을 족집게처럼 추천해주지 못하면 고객은 금방 이탈해 버리기 때문이다.

산업혁명과 함께 지금까지 성장한 기업은 표준화된 대량생산 체계가 성공의 핵심이었으나, 모든 재화와 자원이 풍족해진 지금 세대에게는 천편일률적인 동일 제품보다 얼마나 내게 필요하고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제품인지가 더 중요하다. 이제 우리 기업은 고객 한 명 한 명을 이해하는 초개인화 관점의 접근을 요구하는 시대에 진입한 것이다.

최근 디지털 기술은 초연결을 통한 초개인화가 가능하도록 점점 다가가고 있으며, 이 중 고객의 니즈를 잘 이해하는 방법으로 고객관계관리(CRM) 플랫폼이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다. 과거 CRM은 단순히 영업과 마케팅 영역에서 고객 정보나 고객 문의 사항을 입력하는 업무 보조적인 수단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고객감동을 넘어 고객성공이라는 가치를 제공해야 하는 오늘날의 CRM은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 이해’의 측면에 더 초점을 두고 있다. 여러 채널로부터 문의하고 관계하는 고객에게 응대하기 위해서 기업은 애자일한 협업이 있어야 한다. 고객은 상품을 구매하기 전부터 관심도를 온라인과 오프라인 여기저기에 흔적을 남긴다. 그리고 상품을 구매하기 직전까지 지인 또는 해당 기업에 묻고, 비교하고, 관심상품이나 장바구니에 담았다 빼기를 여러 차례 한다. 구매되어도 관계가 끊기지 않고 계속 문의하고, 재방문한다.

이제 기업은 단순히 제품을 누구에게 팔았다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앞서 전 여정을 고객이 어떻게 우리 회사와 관계 맺고 있는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에 대해 고객 여정 관점에서 최대한 고객을 많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해진 것이다. 고객 여정의 전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 여러 기술을 선택하여 적용할 수도 있지만, 디지털 시대 민첩한 대응을 위해 SaaS형 플랫폼을 통해 필요한 영역의 서비스를 빠르게 적용하여 플랫폼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그때그때 도입하며 확장할 수도 있다. 이처럼 기업의 민첩한 변화(Agility)를 도와주는 대표적인 플랫폼 기업이 세일즈포스다.

세일즈포스는 최근 슬랙 인수를 통해 ‘디지털 본사'의 개념을 강조하고 있다. AI·빅데이터·클라우드·협업툴 등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기존 CRM 솔루션에 접목하여 CRM 분야의 역사를 새로이 쓰고 있다. 앞서 설명한 고객 여정은 커머스 상에서 마우스 커서를 이동한 정보, 장바구니 상품 명세, 챗봇 문의 내용 등 모든 것이 해당하며, 기업은 이를 통해 고객의 성향과 선호도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고객과 직원의 상담 기록도 기업엔 소중한 자산이 된다. 모든 문의 내용, 거래현황, 요구사항을 한눈에 파악하여 디지털 공간에서 전사 직원이 업무를 일사천리로 해결할 수 있게 된다. 단순히 고객이 우리 회사는 거쳐 간 것이 아니라 우리 회사의 온라인, 오프라인 채널에서 우리와 관계하며 남긴 흔적들이 곧 데이터가 되는 것이다. 기업과 고객의 관계에서 생성된 데이터의 가장 중요한 점은 축적될수록, 더 정교해지고 강력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객 데이터 축적에는 당연히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 디지털 채널이 다양해지면서 고객 데이터는 더욱 파편적으로 분산되고 있다. 기업은 민첩하고 정확하게 고객 니즈에 대응하기 위해서 데이터의 양적인 확장과 함께 질적인 성장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시점이다.

■ 기업 성장통에 가장 필요한 처방전으로 우리 회사에 맞는 효율적인 CRM 도입

위기에 부딪혔을 때 ‘피벗’ 개념을 떠올리기를 추천한다. 피벗이란 농구 등에서 한 발을 붙인 채 남은 한발을 돌려 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피벗을 단순히 ‘비즈니스 아이템’을 바꾸는 것 정도로 알고 있을 수가 있다. 피벗은 기존의 낡은 체계를 버리고 더 큰 성장을 이루기 위한 필수적인 경영 전략이다. 경제 전문 매거진 패스트 컴퍼니는 피벗을 ‘비전은 유지한 채 전략을 바꾸는 것(A change in strategy without a change in vision)’이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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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라는 위기를 눈앞에 두고, 국내 기업에 필요한 피벗은 무엇일까? 효율적인 고객관리는 경영의 핵심적인 전략이다. 직원이 고객에게 일일이 대응하지 못하는 디지털 세상에서 모든 고객과의 접점을 얼마나 전략적으로 추적하고 데이터화 할 수 있는가를 고민해봐야 한다. 만약 당사의 고객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고 부서 간 단절 현상이 있다면 기술 영역에서의 피벗 전략을 권유하고 싶다. 전사 조직은 하나의 통합된 플랫폼에서 고객 중심으로 실시간 데이터를 공유하고 협업하고, 프로젝트를 운영하며 데이터에 기반한 과학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된다. 어느 채널에서 수집된 데이터라도 고객을 중심으로 수집, 정리되어 어떤 부서 담당자가 보더라도 동일한 관점으로 고객을 응대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을 상상해 보라.

디지털 혁신 시대, 혁신 기술이 폭포처럼 쏟아지고 있지만, 비즈니스에 있어 고객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은 변치 않는 현실이다. 고객과 기업이 연결되는 채널과 고객을 보다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술이 발전했을 뿐이다. 이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시대의 변화에 맞게 필요한 기술을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가에 따라 혁신의 주인공은 바뀔 수 있다. 다만, 변화는 단순히 혁신 기술의 도입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 시대는 결국 고객을 잘 알기 위해 디지털 기술을 잘 알고, 언제 어떻게 사용할지를 아는 능력인 고객 중심 디지털 & 데이터 리터러시를 얼마나 갖추고 있는지가 더욱더 중요해질 것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영국 PwC컨설팅 박사

외국계 컨설팅 회사인 PwC컨설팅에서 Digital Transformation 관련 유통, 서비스, 제조, 제약, IT 분야 컨설팅 경력이 있다. 한양대에서 경영학 석•박사를 전공한 그는 비즈니스 전략, 업무 혁신, IT 전략 분야에 전문성이 있으며, 사업전략, 온•오프 통합 비즈니스 모델, CRM, IT 마스터플랜 등의 컨설팅을 수행한다. 삼성, 롯데, CJ, 녹십자 등 대기업 고객사와 공공부문•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자문 소임을 하고 있다. 2019년, 『세일즈포스, 디지털혁신의 판을 뒤집다』 서적을 출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