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이 7일(현지시간) 제시카 로젠워슬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 인준안을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상원 인준을 통과한 로젠워슬은 FCC 위원장에 임명될 것으로 예상된다.
로젠워슬 재임명안이 통과되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FCC 진용 정비 작업은 한 고비를 넘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민주당 몫으로 남겨진 한 석이 채워지지 않은 상태여서 갈 길은 먼 상황이다.
게다가 공화당 쪽이 바이든 대통령이 지명한 기기 손(Gigi Sohn) 위원 인준안을 쉽게 통과시켜 주지 않을 태세여서 앞으로 난항이 예상된다.
■ 1월 취임한 바이든, 아직 FCC 위원 5명 못 채워
FCC는 오바마와 트럼프 대통령 시기를 거치면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강력한 망중립성 원칙 도입과 폐기라는 상반된 행보를 보인 때문이다.
오바마 시절엔 통신법 706조 타이틀1(정보서비스)에 속해 있던 유무선 인터넷 서비스사업자(ISP)를 타이틀2(유선서비스)로 재분류했다. 이 조치로 유선 뿐 아니라 무선 인터넷 사업자까지 강력한 망중립성 준수 의무를 갖게 됐다.
하지만 트럼프 집권과 동시에 FCC는 정반대 행보를 보였다. 유무선 ISP를 다시 타이틀1으로 재분류하면서 망중립성 의무를 면제해줬다.
이런 행보가 가능했던 건 집권당이 3대 2로 숫적 우위를 갖도록 돼 있는 위원회 구조 때문이다.
1월 출범한 바이든 정부는 망중립성 원칙을 되살리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역시 이번에도 FCC가 그 임무를 수행해야만 한다.
그런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이를 위해선 5명으로 구성된 FCC 위원 진용을 갖춰야 하는 데, 그 작업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FCC는 4명으로 구성돼 있다. 민주당 추천 위원인 제시카 로젠워슬과 제프리 스탁스, 공화당 추원을 받은 브랜던 카, 나단 시밍턴 위원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민주당 몫 위원 한 명은 아직 공석이다.
통상적으로 FCC 위원장은 위원 중에서 대통령이 지명한다. 그런데 FCC 위원장은 정권이 바뀌면 새 대통령 취임일에 맞춰서 사임하는 게 관례다. 그래서 새 정부 출범 직후엔 FCC 위원이 여야 동수인 경우가 적지 않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시절 FCC 위원장을 맡았던 아짓 파이가 바이든 대통령 취임 직전에 사임하면서 4명만 남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 제시카 로젠워슬을 임시 FCC 위원장으로 선임했다. 지난 10월엔 FCC 직원 출신으로 진보적 시민단체 운동을 해 왔던 기기 손(Gigi Sohn)을 공석인 민주당 몫의 FCC 위원으로 지명했다. 이와 함께 로젠워슬에게 붙어 있던 ‘임시’ 딱지도 떼어냈다.
FCC 위원은 상원의 인준을 받아야 한다. 현재 민주당 신규 FCC 위원인 기기 손은 상원 인준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민주당 쪽에는 한 가지 과제가 더 있었다. 제시카 로젠워슬의 임기가 올 연말로 만료되기 때문에 FCC 위원으로 계속 일하기 위해선 재임명 인준을 받아야만 했다. 결국 바이든 행정부는 로젠워슬과 기기 손 두 FCC 위원을 모두 상원에서 인준받아야만 3대 2로 진용을 갖출 수 있는 상황이었다.
로젠워슬 인준안은 7일 상원을 통과했다. 68대 31 압도적 찬성표가 나왔다. 공화당 일부 위원들까지 찬성표를 던진 덕분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상원 인준을 통과한 제시카 로젠워슬을 FCC 위원자에 임명할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FCC 위원장은 위원 중에서 대통령이 아무나 임명할 수 있다.
다른 기관이긴 하지만 바이든은 지난 7월 상원 인준을 통과한 리나 칸을 곧바로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에 지명하기도 했다. 제시카 로젠워슬이 FCC 위원장에 임명될 경우엔 86년 역사상 공식 임기를 시작하는 첫 여성 위원장이 된다.
■ 공화당, 로젠워슬은 통과시켰지만 기기 손 임명엔 강한 반대
문제는 남은 한 석이다. 공화당 측은 기기 손 인준안에 대해서는 강경한 반대 의사를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 중진은 테드 크루즈 의원은 지난 주 인준 청문회에서 기기 손을 강하게 압박했다. 기기 손이 폭스뉴스를 강경하게 비판한 점을 들어 “보수적인 관점을 짓누를 가능성이 있다”고 비판했다.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의원 역시 “급진파 위원 인준을 저지하도록 양당 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손 지명을 철회해달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FCC, FTC를 비롯한 주요 규제 기관에 진보적인 인사를 대거 발탁했다. 망중립성 옹호자인 로젠워슬과 광대역 인터넷의 보편적 서비스 확대 쪽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기기 손으로 구성된 FCC 위원 구성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보수적인 공화당 쪽에서는 이런 인선에 대해 강한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로젠워슬 재임명안은 인준해줬지만, 보수 케이블 방송 등에 대해 비판적인 자세로 일관했던 기기 손 인준안은 쉽게 통과시켜주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미국 상원은 공화당이 50석, 민주당 48석, 무소속 2석으로 구성돼 있다. 무소속 두 명은 민주당과 연대해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양당이 같은 의석을 갖고 있는 상황이다.
표결에서 양당 동수가 나올 경우엔 상원의장 역할을 겸하는 부통령에게 한 표를 더 주게 된다. 따라서 이론상으론 민주당이 표결을 통해 인준안을 통과시킬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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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민주당 내에서 한 표도 반란표가 나오면 안 된다. 그만큼 위험 부담이 큰 상황이다.
과연 바이든 대통령은 강하게 반대하는 공화당을 설득하면서 FCC 5인 위원구성을 순조롭게 마무리할 수 있을까? 바이든 대통령이 망중립성과 광대역 인터넷 보편적 서비스 확대란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선 상원 인준 문제부터 먼저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