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거대 IT 기업과의 전쟁이 본격 시작된 걸까?
조 바이든 대통령이 22일(이하 현지시간) IT기업 독점 비판론자인 리나 칸 콜롬비아대학 교수를 연방거래위원(FTC)으로 지명한 것은 거대한 개혁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더버지가 23일 보도했다.
이 매체는 칸 지명은 바이든 행정부가 역사상 가장 강력한 IT 독점 규제를 단행할 것이란 신호탄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더버지에 따르면 에이미 클로버샤 민주당 상원의원은 칸 지명 직후 “전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독점 문제를 다루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경쟁을 명확하게 하는 것을 자신의 임무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전부터 IT 기업들의 독점 문제를 좀 더 정밀하게 검토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선거 유세 때부터 바이든 거대 기술 기업들의 권력 남용을 강하게 비판해 왔기 때문이다.
바이든은 ‘망중립성 창시자’인 팀 우 콜롬비아대학 교수를 국가경제위원회(NEC)에 합류시킨 데 이어 리나 칸까지 FTC 위원으로 지명하면서 이런 의지를 강하게 보여줬다.
■ 강경파 리나 칸, 타성에 젖은 FTC 혁신할 수 있을까
리나 칸은 거대 IT 기업 독점 문제에 대해 누구보다 강경한 입장을 있는 인물이다. 현재 콜롬비아 대학 교수인 그는 예일대 로스쿨 졸업반 때 '아마존 반독점의 역설'이란 논문을 통해 이 문제를 깊이 있게 다뤘다.
당시 그는 미국의 독점금지법이 21세기 IT 기업의 경쟁 방해 행위를 규제하기엔 너무 낡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리나 칸은 로힛 초프라를 대신해 FTC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게 된다. FTC 위원장 대행을 맡고 있는 레베카 슬로터 역시 거대 IT 기업 독점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5명으로 구성된 FTC에서 집권당인 민주당은 리나 칸과 레베카 슬로터 외에 한 석을 더 갖고 있다. 따라서 바이든 대통령은 FTC 위원을 한 명 더 지명해야 한다. 리나 칸에 이어 누구를 위원으로 지명할 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물론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리나 칸 영입만으로 FTC가 거대 IT 기업 독점 해소를 위해 강경책을 밀어부치기엔 역부족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더버지는 “(리나 칸 영입과 함께) FTC에 대해 낙관론이 높아지긴 했지만 칸을 비롯한 민주당 위원들이 오랜 기간 젖어온 타성과 싸워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리나 칸이 제아무리 독점규제 문제에 강경한 입장과 탄탄한 이론적 기반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5표 중 한 표에 불과하다는 것. 게다가 FTC는 복잡하고 긴 독점 규제 공방을 수해하는 데 필요한 자원 부족으로 고전해 왔다고 더버지가 전했다.
특히 FTC가 구글, 페이스북 같은 거대 IT 기업들의 독주를 막을 수 있는 법률적인 권한을 갖고 있는지 여부에도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고 이 매체가 꼬집었다.
따라서 바이든 대통령이 슬로터가 대행하고 있는 FTC 위원장에 어떤 인물을 임명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새롭게 임명될 FTC 위원장이 리나 칸이나 슬로터처럼 거대 IT 기업 독점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할 지 여부도 관심사다.
■ 하원의 입법 활동도 중요…"긴밀한 공조" 예상
결국 FTC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선 의회와의 공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특히 작년 450쪽 분량의 ‘디지털 시장의 경쟁 조사(Investigation of competition in digital market)’ 보고서를 내놓은 하원 법사위원회 산하 반독점소위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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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시실린 하원 반독점 소위원장은 최근 악시오스와 인터뷰에서 “내 전략은 수 많은 법안들을 내놓는 것이다. 한 개 법안에 반대하는 것보다는 10개 법안에 반대하는 것이 더 어렵기 때문이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미국 하원은 올해 거대 IT 기업 독점 제재와 관련해 FTC에 좀 더 강력한 권한을 방안을 마련해줄 계획이다. 이 부분은 공화, 민주 양당이 합의한 상태라고 더버지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