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와 투표 행위와 사업 사이에서 공통점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행위의 주체라는 관점에서 보면 공통점이 발견된다. 셋 모두 주체의 선택 행위가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주식 투자든 투표든 사업이든 결국은 주체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판이하게 달라지게 마련이다. 선택 행위의 기준 혹은 결정 요소를 따져보는 일은 그래서 매우 소중한 작업이다.
셋 중에서 선택 기준이 비교적 단순해 결정하기 가장 쉬운 게 주식이다. 기준이 단순하다는 것은 세 가지를 의미한다. 선택해야 할 것을 얼마나 쉽게 객관화할 수 있느냐의 문제, 선택지가 얼마나 다양하냐의 문제, 그리고 선택 행위를 얼마나 자주 반복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그것이다. 객관화하기가 쉽고, 고를 것이 많고, 실험을 자주할 수 있다면, 그건 좋은 선택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 된다.
주식의 경우가 그렇다. 사실 산업과 개별 기업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일목요연하게 전망하는 일은 누구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긴 하다. 주식 투자자의 어려움이 거기에 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그 반대의 측면을 외면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따지고 보면 주식만큼 객관화할 지표가 많은 분야도 드물다. 선택지도 많고 무수히 실험할 수도 있다. 쉬운 선택을 위한 최상의 조건이 갖추어진 셈이다.
많은 사람은 그런데도 왜 주식에 실패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쉽고 옳은 선택을 두고 어렵고 나쁜 선택을 하기 때문이다. 왜? 빨리 벌고 싶어 급해지는 탓이다. 그건 투기다. 투기는 주식의 본질과 상관없다. 좋은 사업과 좋은 기업은 오랜 시간을 두고 지속적으로 발전한다. 또 그걸 알아보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다. 그렇게 생각되는 여러 곳에 분산해서 분할적립하면 실패 확률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주식은 요컨대 시간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한다. 주식 투자는 형식적으로는 특정 기업을 사는 행위지만 내용적으로는 미래 유망산업과 관련 기업이 살아가는 시간과 동행하는 행위다. 동행기간이 길수록 남는 게 커진다. 그런 점에서 주식 투자는 결국 시간을 사는 행위다. 다만 좋은 동반자를 골라야 하는 숙제가 남는데 그건 애인을 선택하거나 심지어 점심식사 메뉴를 고르는 것보다 쉬울 수 있다.
투표는 주식에 비하면 여러모로 어려운 선택 행위다. 첫째 객관화가 어렵다. 도대체 객관화할 지표를 찾을 수 없다. 우리는 무슨 기준으로 투표하는가. 지역? 현실로 보건데 그게 아니라고 할 수 없다. 그게 과연 지표가 될 수 있는가. 다른 것들은 어떤가. 사상? 계급? 세대? 투표자의 취향? 후보의 인상? 또 무엇이 있을까. 분명한 것은 그 어떤 것도 우리 선택 행위를 흡족하게 해주지 않는 것 같다.
그 결과는 어떤가. 직선제로 바꾼 뒤 국민의힘 계열 대통령 가운데 노태우 박근혜 이명박 등은 감옥에 갔다. 그것도 모두 비리 혐의였다. 국가를 IMF 외환위기의 나락으로 빠뜨린 김영삼 전 대통령만 감옥행을 면했다. 대신 그의 아들이 갔다. 도대체 우리는 왜 이런 선택을 해온 것인가. 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 이번이라고 옳은 선택을 할지 의문이다. 객관화할 지표는 그 어디에도 없다.
투표가 주식보다 더 어려운 또 하나의 이유는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니면 포기하거나. 객관화가 어려운 상황에서 선택지마저 극한으로 제한되니 그건 ‘자유로운 선택’이라기보다 ‘강요된 선택’으로 보는 게 더 맞다. 그것도 5년에 한 번 밖에 못하는. 그러니 선거가 축제가 아니라 전쟁이 되고 우리는 우울해지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하기 싫은 선택이 투표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사업 또한 선택의 결과물인데 주식과 투표와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주식과 투표는 선택의 포인트가 객체에 집중된다. 선택하는 주체보다 선택 당하는 객체가 훨씬 중요하다는 뜻이다. 사업은 그 반대다. 선택되는 객체보다 선택하는 주체가 훨씬 더 중요하다. 객체를 객관화하는 것과 주체가 스스로를 객관화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그래서 사업이 셋 가운데 가장 어려운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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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투자와 사업을 비교해보자. 주식은 산업과 기업 돌아가는 걸 파악(객관화)할 수 있다면 거기에 동행하면 그 뿐이다. 그런데 그걸 안다고 자신의 사업도 성공하겠는가. 그걸 안다고 무작정 사업을 시작한다면 돈키호테가 될 가능성이 크다. 사업이 성공하려면 객체의 객관화 이후 주체의 객관화가 필수인데 그게 쉽지 않은 것이다. 사업을 할까 말까 망설일 때 첫 번째 고려요소가 그거여야 한다.
우리는 매일 크고 작은 선택을 하며 산다. 그것의 누적이 곧 개인의 삶이다. 그게 뭉쳐지면 사회의 수준이 된다. 모든 결과의 원인이 이전에 한 선택이다. 선택은 그만큼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그 소중함에 비해서 우리는 선택과 친한 것 같지 않다. 선택과 친해지기 위해서는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자, 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 우리는 이번 선택을 위해 어떤 특별한 노력들을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