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 반도체 정보 제공 의사 흘리는 미국, 왜?

삼성전자 압박용? 중국 견제 위한 포석?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1/11/01 17:38    수정: 2021/11/01 23:09

미국이 최근 SK하이닉스·인텔 등이 반도체 공급망 관련 정보 제공에 협조하기로 했다고 이야기를 흘리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삼성전자를 압박하려는 포석이라는 시각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9월 말(현지시간) 관보를 통해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미국 인텔 등 세계 반도체 회사에 최근 3년간 매출과 고객 정보, 주문·판매·재고 현황 등을 제공하라고 요구했다. 기한은 이달 8일이다.

미 상무부는 지난달 21일에도 대변인이 “인텔과 SK하이닉스 같은 회사가 생산과 재고 등 공급망 자료를 내는 데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발표했다. 미 상무부 대변인은 “인텔·인피니언·SK하이닉스·제너럴모터스(GM)를 포함한 기업이 조만간 정보를 공개할 계획”이라며 “이런 노력에 감사하고 다른 회사들도 동참하기를 권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사진=SK하이닉스)

1일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정보를 주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미국이 슬쩍 흘리면서 삼성전자를 압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미국은 기업이 스스로 선택할 일이라지만 사실상 강제했다고 풀이된다. 미 상무부 대변인은 “정보를 낼지 기업이 자발적으로 정하면 된다”면서도 “이를 강제할지는 얼마나 많은 기업이 동참하느냐와 회사들이 낸 정보 품질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는 또 기업들이 협조하지 않으면 국방물자생산법(DPA)을 근거로 정보 제출을 강제할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국방물자생산법은 1950년 9월 8일 미국이 군수물자를 원활하게 생산해 한국전쟁에 투입하려고 제정한 법이다. 대통령 직권으로 정부가 특정 물품의 생산을 확대·관리할 수 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사진=삼성전자)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 “반도체가 부족해 자동차까지 못 만드니까 미국이 반도체 패권을 잡고 세계 경제를 주도하겠다고 나섰다”며 “반도체뿐만 아니라 배터리 같은 다른 산업으로 힘겨루기가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은 “전략물자로 분류된 반도체를 미국 안에서 만들고 공급하게끔 하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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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중국을 겨냥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의원은 “삼성전자나 TSMC의 고객과 기술 정보를 미국이 가지면 중국 상황을 그대로 알게 된다”며 “중국과 경제적으로 가까운 한국과 대만을 통제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엄 의원도 “소재·부품·장비 정보를 확보해 중국 기업과의 거래 관계를 확인한 뒤 중국을 견제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 같다”며 국감에 출석한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문 장관은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