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인텔·TSMC 등 세계 반도체 업계가 미국 정부의 공급망 정보 요구 때문에 난감한 상황에 빠지게 됐다.
백악관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은 지난 23일(현지시간)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에 대응하고자 관련 업체와 영상회의를 열고 이같은 요구를 했다.
이날 회의에는 반도체 업계에서 삼성전자와 인텔·TSMC가, 자동차 업계는 제너럴모터스(GM)·포드·스텔란티스, 정보기술(IT) 기업은 애플 등이 참석했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 기업들에 공급망 정보를 공개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몬도 장관은 “신뢰와 투명성이 중요하다”며 “45일 안에 반도체 정보를 스스로 내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가 가진 반도체 재고와 고객사 주문·판매 정보까지 내놓으라는 입장이다.
반도체 업계는 미국이 기밀까지 손에 쥐려는 일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해당 기업으로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업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부담”이라며 “미국뿐 아니라 중국까지 신경 쓸 국가 간 문제라 기업이 결정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받아들일지는 의무가 아니라 선택이라는 의견도 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반도체 기밀을 미국에 꼭 낼 필요는 없다”며 “계약 내용을 외부에 알리지 않기로 고객과 약속했을 텐데 이를 어기면 안 되는 노릇”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반도체 영업 비밀을 미국에 낸다 해도 이 정보가 경쟁사로 흘러가면 안 된다”며 “미국 정부가 회사별 기밀을 갖고 시장을 어지럽히지 않을 것이라는 보안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삼성전자든 인텔이든 TSMC든 어느 회사만 정보를 내고 어떤 회사는 안 내고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며 “45일 동안 회사들이 고민하고 미국 정부와 협의하면서 절차나 표준이 생기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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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관계자는 미국이 반도체 공급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이 현지 공장을 압박하는 식으로 ‘보이지 않는 손’을 쓸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고서 반도체가 가장 중요한 산업으로 꼽힌다”며 “미국에서 많이 만들도록 의회와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반도체 회의는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뒤 세 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