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O 교체한 페이스북, '메타버스 변신' 속도 낸다

HW 책임자 보즈워스 임명…차세대 거대 플랫폼 구현 본격 행보

홈&모바일입력 :2021/09/23 11:01    수정: 2021/09/23 15:54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페이스북이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전격 교체하면서 ‘메타버스 행보’에 좀 더 힘을 실었다.

그 동안 페이스북 CTO로 재직해 왔던 마이크 슈뢰퍼가 물러나고 하드웨어 사업부 책임자인 앤드류 보즈워스가 그 뒤를 잇는다고 CNBC, 프로토콜 등 주요 외신들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페이스북의 이번 CTO 교체는 표면적으로는 최근 불거진 인스타그램 관련 논란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인스타그램이 10대의 정신 건강에 해롭다는 연구를 알고도 이를 외면했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하드웨어 전문가인 앤드류 보즈워스가 페이스북의 차기 CTO를 맡게 됐다. (사진=페이스북)

월스트리트저널 보도로 불거진 이 논란 때문에 페이스북은 도덕성에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 이번 CTO 인수는 인스타그램 논란과 무관하지 않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하지만 후임이 하드웨어 책임자인 앤드류 보즈워스라는 부분이 상당히 의미 심장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페이스북이 앞으로 하드웨어 쪽에 좀 더 무게를 싣는다는 신호탄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보즈워스, 하드웨어 책임자로 VR 전략 등 성공시켜 

2006년부터 페이스북에 몸 담아 온 보즈워스는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의 핵심 측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보스워스는 하드웨어 책임자로 재직하면서 가상현실(VR) 하드웨어 사업에 많은 공을 들였다. 2020년 출시된 오큘러스 퀘스트는 지금까지 800만대 가량이 팔릴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또 스마트 디스플레이인 ‘포털(Portal)’을 성공적으로 출시하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최근엔 증강현실(AR) 사업 쪽에도 관심을 쏟았다.

하지만 마크 저커버그가 보즈워스를 페이스북 CTO로 임명한 것은 기존 사업을 확장하려는 차원을 넘어선 선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오큘러스 퀘스트2

IT 전문매체인 프로토콜은 “페이스북의 야심은 AR이나 VR 기기를 수 백 만대 판매하는 것보다 훨씬 더 방대한 수준이다”면서 “페이스북은 차세대 거대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마크 저커버그 CEO는 이미 “페이스북의 미래는 메타버스에 있다”고 공언하면서 이런 계획을 만천하에 드러낸 바 있다.

AR, VR 등 차세대 하드웨어 사업에 대해 누구보다 정통한 보즈워스를 차기 CTO로 임명한 것은 이런 원대한 꿈을 실현하기 위한 포석이란 것이 프로토콜의 분석이다.

AR·VR·모바일기기까지 결합한 차세대 소통 공간 꿈꾼다 

메타버스는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전 세계, 우주 등의 의미를 담은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현실공간과 가상의 공간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세계를 의미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메타버스를 ‘아바타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디지털 공간’ 정도로 이해한다. 그러다보니 호라이즌 VR을 페이스북의 메타버스 비전의 베타판으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프로토콜이 지적했다.

메타버스를 VR 자체와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즈워스를 CTO로 승진시킨 것은 페이스북이 그리는 메타버스가 그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고 프로토콜이 분석했다. 페이스북은 메타버스가 “AR, VR 뿐 아니라 모바일까지 긴밀하게 연결한 실시간 소통의 새로운 방식을 구현하는 기반기술” 역할을 할 것이라는 비전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2017년 갤럭시 언팩 행사장에 들어서는 마크 저커버그와 기어VR을 착용한 관람객 (사진=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페이지)

하드웨어 책임자였던 앤드류 보스워스를 CTO로 승진시키면서 이런 큰 그림을 본격적으로 구현하겠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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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은 최근 들어 이용자 증가세가 정체 상태를 면치 못하면서 새로운 돌파구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메타버스는 이런 고민을 해결해 줄 핵심 키워드로 꼽힌다.

프로토콜은 “페이스북은 메타버스로 ‘넥스트 빅싱’의 승부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면서 “보즈워스를 CTO로 임명하면서 그 작업의 최적임자 역할을 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