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대표 산업 분야로 떠오르는 메타버스(Metaverse)를 일찌감치 알아챈 이들이 있다. 2013년 연세대학교 컴퓨터과학과 박사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증강현실(AR) 기술 스타트업 애니펜(Anipen)이 그 주인공이다.
애니펜은 AR, 확장현실(XR), 그리고 인공지능(AI)을 곁들여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 사업을 하고 있다. 구글, 라인프렌즈, 삼성전자, 아마존웹서비스, 카카오프렌즈, 퀄컴 등과 협업 중이다.
애니펜은 전재웅 대표와 장현호 최고기술책임자(CTO)가 공동 설립한 회사다. 모두 연세대 소프트웨어 응용연구소 연구원 출신이다. 장 CTO의 경우 게임 회사인 그라비티에서 개발진으로도 일했다. 이어 LG전자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연구소의 김호식 수석 개발 파트 리더가 합류했다. 세 사람 공통분모는 ‘연구개발(R&D)’과 ‘기술’이다.
애니펜은 자체 AR 인터랙티브 콘텐츠 저작 기술과 AR 콘텐츠 저작 엔진 등을 개발했다. 특수 비디오 효과 프로그램을 이용하지 않아도, 누구나 터치, 긋기, 움직임만으로 실시간 3D 증강현실 콘텐츠를 제작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한 기술이다. 국내외 특허건수는 30개를 웃돈다.
[메타버스①] 플랫폼·드라마
그간 애니펜이 선보인 서비스의 근간은 전부 메타버스다. 회사는 AR 캐릭터와 함께 AR 숏폼 콘텐츠를 제작해 지인들과 공유할 수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플랫폼 ‘애니베어’를 2018년 출시했다. 헬로키티, 폼폼푸린, 라바, 텔레토비 등 600개 이상 AR 캐릭터를 제공한다.
애니베어는 출시 이듬해와 지난해까지 두 차례 ‘구글플레이 베스트 AR 앱’에 선정됐다. 또 영유아들로부터 인기 있는 ‘뽀로로’ 지식재산권(IP)을 곁들였다. 2017년 자체 기술을 활용한 AR 웹드라마 ‘내 손안의 뽀로로’를 출시, 10분 내외 영상 10편을 15일 만에 제작했다. 누적 조회 수는 6천120만회.
재작년 그룹 방탄소년단(BTS) 팝업스토어 ‘HOUSE of BTS’에 BTS 3D 캐릭터와 춤을 추거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AR 키오스크를 개발, 운영하기도 했다. 해당 키오스크로 만들어진 콘텐츠 수는 2만2천285개. 녹화 시도 수는 4만5천174회를 기록했다.
또 카카오프렌즈와 함께 강남 플래그십 스토어에 ‘카카오프렌즈 포토부스’를 지지난달 오픈했다. 2017년 4월부터 애니펜이 개발·운영한 AR 존(ZONE)은 모두 11개. 제작된 영상은 42만 건, 촬영 시도 횟수는 100만 건을 상회한다.
[메타버스②] 게임·쇼핑
모바일 게임도 있다. 애니펜은 ‘뽀로로월드-AR 소꿉놀이’ ‘로보카폴리 월드 AR’ ‘캐치! 티니핑 AR’, 그리고 모바일 키즈형 메타버스 ‘미니특공대 월드’ 4종을 출시했다. 미니특공대 월드는 지난해 12월 출시한 멀티플레이형 게임이다. 아바타 외형 제작, 채팅 기능, 아울러 사용자 간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메타버스 세상과 결을 같이한다.
XR 쇼핑 앱은 헬로키티로 알려진 글로벌 캐릭터 브랜드 산리오와 호흡을 맞췄다. 애니펜은 ‘코기뮹 XR 모바일 쇼핑’을 지난 6월 일본에 출시했다. 코기뮹 매장을 구현한 가상공간에 입장하면, 실제 굿즈를 살펴보는 것은 물론 제품 구매도 가능하다. 메타버스를 통한 쇼핑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코기뮹 XR 모바일 쇼핑은 ▲실제 상품을 디지털로 구현한 디지털트윈 기술 ▲디지털 상품을 현실 어디서든 살펴보고 경험할 수 있는 AR 기술 ▲가상 공간에서의 캐릭터와 현실 공간의 사용자 간 상호 작용이 가능하도록 한 메타버스 기술 등이 반영됐다.
AR·AI 부서 마련…"삶 전반 아우르는 메타버스 세상"
설립한지 햇수로 9년. 애니펜은 AR 기술을 토대로 670개 이상 캐릭터를 보유한 IP 파트너들과 관계를 견고히 해왔다. 저작기술, 게임 요소, 아바타, 디지털 트윈, 딥러닝 등 메타버스 세계를 구현하기 위한 초석은 다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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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AR, 게임 관련, 인공지능 부서도 구축했다. 애니펜은 아바타를 통해 사용자가 놀고 배우며, 생산하고 경험하는 디지털 세상을 그려 나가는 데 방점을 찍었다. 지향점은 메타버스를 단순 '디지털 세계'로만 한정하지 않고, 현실 공간과 삶 전체를 아우를 수 있게끔 만드는 것이다.
애니펜 관계자는 “자체 기술을 기반으로, 게임을 비롯한 여러 메타버스 서비스를 선보이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그간 누적된 노하우를 발판삼아 단순 가상세계에 그치지 않고, 현실 세계를 넘나드는 애니펜만의 차별화한 메타버스 세계를 구축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